[에세이] 나의 혜야, 나의..

너에겐 닿지 않을
글 입력 2022.08.13 0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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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디 음악을 좋아하는 나는 검정치마를 특히 좋아한다. 몽환적인 멜로디와 흥얼거리는 듯한 목소리로 마치 꿈 속에서 들려오는 듯한 노래를 부른다.

 

18살 때 처음 들은 'EVERYTHING'을 통해 검정치마를 알게 되었고, 그 뒤로 지금까지도 나는 그의 음악을 즐겨 듣는다. 그래서 내 주변인들은 한 번쯤은 내가 검정치마의 음악을 소개하는 것을 목격하였거나, 혹은 직접 추천받았을 것이다.

 

그의 음반 중에서도 정규 3집 Part 1. 'TEAM BABY'는 가장 상업적인 성공을 얻어내는 쾌거를 이루었을 뿐만 아니라 나 또한 가장 좋아하는 음반이다.

 

 

team baby.jpg

 

 

"이 앨범에서는 사랑, 그리고 보고 있어도 보고 싶어지는 그리움을 노래했다. 지금 사랑을 하고 있는 당신과, 그런 당신의 편에 서있는 사람을 위한 앨범이다"라는 설명의 'TEAM BABY'는 결국, 작정하고 사랑스럽다.

 

'어떠한 희생도 치를 수 있을 정도로 끈끈한 의리가 있고 외부로부터 보호받는 사랑'에 대해 표현하고 싶었다는데, 그래서 'TEAM BABY'에 수록된 모든 곡들은 하나같이 낭만적이다. 꿈을 꾸는 듯한 검정치마의 목소리로 사랑을 노래하는 이 음반은 너무 사랑스러워서, 눈물이 날 것만도 같다.

 

개인적으로 8번 트랙부터 10번 트랙까지의 흐름을 가장 즐겨 듣는다. 7번 트랙인 '한시 오분 (1:05)'까지는 사랑이 주는 설렘과 하루 하루 기대되는 나날들에 대해 표현한 것 같다면 8번 트랙부터는 잔잔하게 사랑이 가진 '힘'에 대해 노래하는 것 같은 느낌이다. 8번 트랙 '나랑 아니면'에서 '나'는 '너'에게 놀자고, 걷자고, 살자고 한다.

 

9번 트랙 '혜야'에서 '나'는 타인의 연락을 '너'에게 온통 빠져있기 때문에 포기한다. 10번 트랙 'EVERYTHING'에서 '너'는 '나'의 모든 것이다. 서사시처럼 흘러가는 이 과정은 숭고하고, 경건하다. 단순히 뜨겁고 불타오르는 감정이 아니라, 속삭이듯이 '너'에 대한 마음을 노래하는 이 흐름은 그 어떤 것보다도 단단하다.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가장 강력한 힘을 가진 사랑을 이보다도 더 아름답게 보여줄 수 있을까.

 

사랑이란 무엇일까? 그건 아무도 모른다. "나는 너를 사랑해"라고 했을 때의 그 의미조차 정확히 알 수 없다. 사랑은, 사랑이기 때문에 그것으로 존재 가치가 있다. 모든 사람들은 무수한 상처를 받고 살아가는 삶이지만서도 사랑은 필수적인 존재이다. 비록 그 사랑에 상처를 주기도, 받기도 하지만, 그래서 그 사랑이 끝나기도 하지만, 그럼에도 사랑이란 자연스러운 감정, 아니, 가치다. 나는 이 음반을, 그 중에서도 '나랑 아니면', '혜야', 'EVERYTHING'을 들으면 그 사랑이라는 것이 홍수처럼 나를 덮친다. 사랑은 극대화되어 나를 꿈꾸게 하고 생각하게 한다. 이렇게 보니까 사랑은 내게 있어 가장 중요한 가치인 것 같다.

 

'혜야'의 제목은 조휴일(검정치마라는 원맨밴드를 이끄는 음악가)의 아내 김신혜의 마지막 글자를 따왔다고 하는데, 장거리 연애를 하던 자신의 경험을 살려 이 노래를 만들었다고 한다. 가는데만 몇 시간이 걸리고 그 와중에 다른 사람들의 연락도 오지만 사랑하는 연인을 보내고 혼자 꿋꿋히 집에 돌아가 하루를 마무리하는 주인공. 그의 하루는 오로지, 연인으로만 가득하다.

 

사랑에 대한 경험이 있다면 그것이 얼마나 행복한지, 이루 말할 수 없을 만큼 설레고 환상적인지 알 수 있을 것이다. 나는 그래서 종종 내가 사랑하는 사람의 뒷글자를 따서 비슷하게 따라하기도 했다. 처음에는 부끄러워 하던 그였지만 서로를 껴안고 이 노래를 함께 들으며 행복해했다. "난 너랑 있는 게 제일 좋아" 이 노래에서 가장 많이 반복되는, 가장 경건하게 울리는 구절이다.

 

내가 그에게 이 구절을 불러주면 그는 따라 불렀다. 내가 노래를 멈추고 "난 너랑 있는 게 제일 좋아"라고 그에게 재차 말하면 그는 "나도 너랑 있는 게 제일 좋아"라고 말하곤 했다. 그 순간은 내게 결코 잊을 수 없는, 아름다운 순간이다. 깍지 끼고 마주 잡은 손에서 피어오르던 온기, 껴안으면 들리는 그의 숨소리, 그가 뿌리던 향수 향기까지 마음을 온통 어지럽게 흔들어놓을 때 내가 제일 좋다는 그의 말을 들으면 눈을 꼭 감았다. 이 순간이 영원하길 바라며, 샘솟는 나와, 너의 사랑을 느끼며.

 

영원하길 바란다는 건 결국 흘러가버리기 때문에 생기는 욕심일 것이다. 나는 그에게 더 이상 '혜야'를 따라할 수 없다. 그는 이제 내게 손을 내어주지 않는다. "헤어진 사이인데 이러면 안 돼"라며 나의 손길을 거부한다. 속이 울렁거려서 물도 못 마시는데 눈물은 잘도 나온다. ('EVERYTHING'의 가사) 그는 내 여름이었고 내 꿈이었다. ('나랑 아니면'의 가사) 나랑 아니면 누구와 사랑할 수 있겠냐며 내게 장난을 걸어오던 그였다.

 

그는 나의 '혜야'였다. 아, 나의 혜야. 아니, 희야. 나는 너말고 누구와 사랑을 할 수 있을까. 내 여름은 산산조각이 나서 너무나도 아파. 넌 내 꿈이고 내 전부였는데, 그래서 정말 많은 꿈을 꾸었는데, 결국 이 모든 게 다 '꿈'이었네. 희야, 이를 악물었던 너 또한 울었는데 내가 어떻게 네게 사랑을 기대할 수 있을까. 희야, 희야, 희야. 희야.. 나의 희야, 나의 뮤즈였던 너에게 마지막으로 보내는 나의 비밀스런 글. 닿지 않을 너에게, 띄우는 나의 글.

 

여전히 너가 좋아하는 향수 향이 내게 묻어나서, 그러니까, 그래서 한 번만, 마지막으로, 네게 글을 바칠게.

 

 

[윤지원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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