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예술이 어려운 사람과 향유하고픈 사람 모두를 위한 미술관 안내서 - 그림들 [도서]

<뉴욕 모마 미술관 도슨트북>
글 입력 2022.08.16 1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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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사람이 그러하듯, 나 역시 뉴욕이라는 도시에 나름대로 환상을 가지고 있다. 뉴욕이라는 이름을 들으면 많은 이들은 머릿속에 센트럴파크,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 등의 랜드마크를 먼저 떠올릴지 모르겠지만, 내가 뉴욕을 꼭 가보고 싶은 곳이라 여기는 가장 큰 이유는 모마미술관이 있어서이다.


<모마 미술관 도슨트북 – 그림들>의 저자 Sun 가이드는 미국 현지 미술관에서 도슨트로 일하고 있다. 미술관에 방문하는 관람객들에게 갤러리 작품과 아티스트들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는 저자는 자신의 이야기를 방문객들이 인상 깊게 듣는 것에 보람을 느낀다고 말한다.


갤러리를 찾는 대다수 관객들이 그렇겠지만, 전문적인 지식이나 그림에 대한 뒷이야기를 잘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기에 저자의 설명을 들은 후 흥미를 드러내는 이들을 보는 것도 도슨트로서 뿌듯한 순간일 것이다. "아는 만큼 보인다"라는 말처럼 자신이 모르는 분야의 전시회를 찾는 이들은 별도의 설명을 듣지 않는 이상 그림의 의미나 스토리에 대해서 깊이 생각하지 않은 채 스쳐 지나가는 경우가 많을 것이다.


이러한 이유로 작가는 모마 미술관이 소장한 작품에 관한 도슨트북을 출간했다고 언급한다. 뉴욕 현대 미술관은 반고흐의 별이 빛나는 밤, 피카소의 아비뇽의 처녀들, 모네의 수련 등을 소장하고 있다. 그 외에도 앙리 마티스, 앤디 워홀 등 여러 작가의 작품들이 소장되어 있어 유럽의 명화와 더불어 현대 예술을 상징하는 이들의 작품까지 확인할 수 있다.


쉬이 방문할 수 없는 뉴욕 모마 미술관의 작품을 예술에 있어 스스로를 문외환이라고 여기는 이들도, 모마에 방문하고 싶었던 이들도 모두 즐겁게 읽을 수 있는 책이라는 기대감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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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슨트북은 빈센트 반 고흐의 <별이 빛나는 밤>을 첫 작품으로 소개한다. <별이 빛나는 밤>은 어두운 밤 풍경 속에서 별들로 인해 낮과는 다르게 빛을 발하는 세상을 아름답게 담고 있다. 이 명화를 바라보는 여러 해석과 고흐가 그림을 그리며 떠올렸을 것들을 저자 Sun 도슨트는 쉽게 풀어내고 있다.


피카소의 <아비뇽의 처녀들>에 대해서는 그림 속의 ‘성을 파는 여인들’이 관객과 눈을 맞추는 듯한 구도가 처음 그림을 선보였을 때 부정적인 평가로 이어지게 했다는 설명과 더불어 저자는 이와 유사한 마네의 <풀밭 위의 점식식사>와 <올랭피아>와 같은 작품을 언급한다. 그리고 그 외에도 그림 속에서 보이는 특성을 짚어주며 당시 피카소가 아프리카 미술에 매료되었다는 점 등을 언급한다.


나와 나를 감싸는 풍경에 대한 이야기를 펼친 예술가들의 삶과 작품의 구성도 이어진다. 교통사고로 평생을 신체적 고통 속에서 살면서 남편의 외도로 인한 정신적 괴로움으로 얼룩진 삶을 그림으로 과감하면서도 예술적으로 승화한 프리다 칼로에 대한 이야기와 우리 주변의 살아가는 이들의 모습, 그리고 그 안의 외로움을 섬세하면서도 사실적으로 표현한 에드워드 호퍼의 그림에 대한 설명을 읽어나가면 어떤 마음으로 그들이 작품을 완성했을지 그 과정이 눈앞에서 펼쳐지는 듯하다.


현대 예술의 대명사라고 불리는 화가들에 대한 이야기도 당연히 이어진다. 만화를 예술의 경지로 끌어올려 팝아트라는 새로운 개념으로 작품을 만들어낸 로이 리히텐슈타인과 드리핑 기법과 같은 파격적인 시도로 미국을 대표하는 화가 중 하나로 꼽히는 잭슨 폴록, 그리고 통조림 수프 캔 그림으로 미술계에 파란을 일으킨 앤디 워홀까지. 그 외 익숙하면서도 낯선 이름과 그림에 관한 이야기를 저자는 쉽고 차분히 풀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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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 등장하는 모마 내부 사진 및 층별 안내도와 같은 부분은 마치 실제 전시관 입장 전 받은 설명서를 읽는 것 같아 마음이 설레기도 한다. 아울러, 책을 다 읽으면 확인할 수 있는 “숫자로 보는 모마 미술관” 같은 부분은 간략하지만 분명하게 모마의 역사와 특징을 짚어준다.


단순히 모마에서 소장 및 전시하는 작가와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넘어서 해당 작품을 패러디한 그림까지 소개하는 구성도 책을 읽으며 즐거웠던 부분 중 하나다. 모마라는 공간에 한정한 것이 아니라 그와 관련된 에피소드를 서술하는 과정에서 저자는 예술에 대한 지평을 넓힐 기회를 독자에게 제공한다.


고요한 자연의 한 부분을 아름답게 그려낸 모네의 풍경에 자신의 생각을 담아 새롭게 그려낸 뱅크시의 작품이 그 예시이다. 얼굴 없는 화가로 알려진 뱅크시가 모네풍의 풍경화에 쇼핑 카트와 교통안전 고깔을 던진 그림을 그렸는데 이는 현대 사회에서 크게 문제로 여겨지는 환경 오염과 과소비를 주제도 담은 것이다. 이런 거장의 인생과 작품, 그리고 그에 영향을 받거나 패러디로 이어지는 또 다른 아티스트의 이야기까지 <그림들>에서는 언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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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마지막에는 우리에게 익숙한 이중섭의 작품이 등장한다. 1955년 당시 주한미국대사관 문정관이었던 아서 맥타가트는 이중섭의 은지화를 구매해 모마에 보냈고 이 작품들은 모마의 공식 소장품이 되었다.

 

3점의 은지화에는 신문 읽는 사람들, 낙원의 가족, 복숭아밭에서 노는 아이들의 모습을 통해 평범한 일상을 보내는 사람들, 평온한 행복을 나누는 가족의 순간을 보여주고 있다. 그림을 그릴 도구가 부족해 담뱃갑 은박지에 담고자 했던 것은 멈출 수 없었던 예술혼의 흔적이었을까 아니면 사랑하는 이와 평범한 하루하루를 보내고 싶었던 그의 갈망이었을까.


내가 모마라는 공간에 환상을 가지고 있는 이유는 유럽에서도 볼 수 없는 명화를 전시해서도, 현대미술을 이끈 화가들의 작품이 있어서도 아니었다. 아주 오래전, 뉴욕이라는 도시가 주는 이미지와는 너무나 다른 우리 화가의 그림이 그곳에 있다는 이야기를 들은 후부터였다. 지금 전시하는 것은 아니지만, 모마에서는 이중섭의 은지화 3점을 컬랙션으로 보관하고 있다. 언젠가 그가 겪어온 일상과 풍경의 모습과는 너무나도 다른 분위기의 도시에 자리한 미술관에서 다시 그의 그림을 볼 수 있는 때가 오기를 희망해 본다.


애정과 열정을 담아 그려진 작품은 다시 그를 바라보는 관객에게 전달된다. 잘 알지 못한다는 이유로 찰나의 시선만 건네고 금방 고개를 돌리기도 하지만, 이렇게 해설과 뒷이야기를 담은 책을 통해 예술을 더욱 향유하고픈 이들도, 문외한이라고 생각하는 이들도 예술에 한 걸음 더 가까워지고 배울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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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지예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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