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인간의 나약함과 강함 [도서/문학]

<인간 실격>과 <사양>을 통해 바라본 인간성
글 입력 2022.08.13 1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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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자이 오사무의 작품 <인간 실격>과 <사양>은 삶에 대해 깊이 고민하는 인간의 복잡한 심리를 묘사한다. 하지만 각 주인공이 삶을 대하는 태도가 다르다. <인간 실격>의 요조는 살아갈 이유가 없어 삶 앞에 무너진다. <사양>의 가즈코는 살 이유가 없더라도 살아갈 이유를 반드시 찾아 나선다. 그의 작품을 통해 인간의 본성인 '나약함'과 '강함'을 살펴보고자 한다.

 

 

 

<인간 실격>, 인간의 나약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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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실격>은 '요조'라는 인물의 삶을 그린다. 한없이 유약한 요조는 인간의 위선을 이해하지 못해 자기 파멸에 이른다. 요조는 삶 자체에 어려움을 느껴 익살로 자신을 꾸민다. 한 겹, 두 겹, 익살로 자신을 꽁꽁 숨겨서, 다가오는 삶을 제대로 받아들이지도, 저항하지도 않는다. 삶을 제대로 마주할 수 없기에 무엇이 문제인지조차 알 리 없는 요조는 본인을 돌볼 수 없다. 자기혐오의 끝을 이어가다 결국 요조는 스스로 '인간 실격자'라고 칭하며, 이 세상에 자신이 살아갈 이유를 지운다.

 

 

부끄럼 많은 생애를 보냈습니다.

저는 인간의 삶이라는 것을 도무지 이해할 수 없습니다.

 

인간 실격. 이제 저는 더 이상 인간이 아니었습니다.

  

 

요조는 상처받지 않기 위해 익살로 자신을 꾸몄다. 마음속에 죄책감과 자기혐오, 이 세상 모든 부정한 것들을 끌어안아 끙끙 앓다, 요조는 살아가지 않고 그런대로 살아가버렸다.

 

살아가버린 건 삶의 소용돌이에 자신의 몸을 떠 맡긴 것이다. 휘둘려 살아갔으니 마음속 생채기들이 아물 틈이 없었고, 도리어 더 큰 상처가 요조 마음에 남았다. 요조가 한 번이라도 자신의 나약함에 솔직하고 정직했더라면, 새 삶을 살았을 지도 모르겠다.

 

책을 덮고 다자이 오사무를 생각했다. <인간 실격>은 그의 자전적 소설이라고 한다. 다자이 오사무 역시 요조처럼 약물 중독과 음탕한 생활, 몇 번의 자살 시도를 한 사람이다. 그렇게 생각하니 어쩌면 인간의 나약함을 드러낸 <인간 실격>은 다자이 오사무의 살고 싶은 마지막 용기 아닐까.


그는 외면하고 싶지만 외면할 수 없는 것을 소설에 솔직히 드러냈다. 나약한 요조를 그리며, 나약한 자신을 생각했을 것이다. '나는 지금 이렇다. 고통에서 벗어나 새 삶을 살고 싶다. 누군가 나를 도와달라. 어떻게 하면 좋을까.'라고 살아갈 이유를 찾고 싶은 그의 심정을 소설에 비친다고 생각한다. 소설 속 요조는 폐인으로 남았지만, 소설 바깥에 선 다자이 오사무는 요조처럼 삶을 마무리하고 싶지 않았을 것이다.

 

 

 

<사양>, 인간의 강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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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실격>을 읽은 뒤, 삶에 간절한 다자이 오사무를 생각하며 그의 또 다른 작품 <사양>을 읽었다. <사양>도 <인간 실격>과 다를 바 없이 우울한 문체가 가득이겠거니 생각했다. 패전 이후 일본의 우울한 사회 분위기가 이야기에 언뜻 느껴졌다. 

 

그러나 가즈코가 삶을 대하는 태도는 요조와 확실히 다르다. 가즈코는 살아갈 이유를 기어코 찾고야 말겠다는 인간의 강함이 나타난다.

 

 

"난 모르겠어. 아는 사람이 있으려냐? 아무리 세월이 흘러도 모두 어린애야. 아는 게 아무것도 없어." 하지만 나는 살아가야만 한다. 아직 어린애인지도 모르지만, 그렇다고 응석만 부리고 있을 수 없다. 나는 이제부터 세상과 싸워 나가야만 한다.

 

 

<사양>은 일본 패전 이후, 몰락한 귀족 집안의 장녀 '가즈코'의 삶을 다룬다. 가즈코는 원하지 않는 결혼을 하며, 유산도 경험했다. 또한 병든 어머니는 점점 쇠약해지고, 남동생 나오지는 약물 중독에 빠져나오지 못한다.

 

사양(斜陽), 저녁때의 저무는 해를 뜻한다. 비극이 연달아 이어지는 가즈코의 삶을 비유한다. 그렇지만 해가 지면 다음날 또 다른 해가 다시 뜬다. 가즈코와 우에하라의 대화 중, 우에하라가 말한 '황혼'을 가즈코는 '아침'이라고 정정한다. 삶이 어둡고 저물어가더라도, 새로운 해가 힘차게 뜨는 것처럼 주어진 상황을 타파하며 살아가려는 가즈코의 강인함을 드러낸다.

 

가즈코도 요조처럼 섬세하고, 순수하고, 여린 마음을 가진 자다. 슬픔을 참지 못하는 가즈코는 소설에서 정말 많이 운다. '아래 입술이 부르르 떨리고 눈물이 넘쳐흘렀다.', '나는 어머니 곁을 지킬 때 말고는 아침부터 밤까지 내내 울기만 했다.', '흘러내리는 눈물을 주체할 수 없었다.' 

 

그럼에도 가즈코는 살아가겠다는 의지가 있다. 그는 실컷 울고서 삶에 무너지더라도, 눈앞의 현실을 직시하고, 자신이 할 수 있는 것들을 하나씩 해나간다. 물론 가즈코가 우에하라의 아이를 낳아 새 삶을 살아가는 방식이 나의 상식에서 이해 가지 않았다. 그렇지만 아무것도 하지 않으며 살아가버린 요조와 비교하면, 어떤 것이든 하겠다는 가즈코는 살아가고 있었다.

 

우리는 요조처럼 살아가버릴 때도 있고, 가즈코처럼 살아가고 있는 때도 있다. 힘든 삶에 무너지기도 하고, 그래서 가만히 있다 잠시 휴식을 취하기도 하고, 다시 살아가려고 노력하기도 한다. 살면서 나약함과 강함 둘 사이를 오고 가는 일이 많다. 따라서 '인간은 나약하다, 인간은 강하다' 하나로 정의할 수 없다. 한편으로 주인공의 성격이 대조적인 <인간 실격>과 <사양> 두 작품을 쓴 다자이 오사무를 봐도, 인간은 나약함과 강함을 오가며 사는 것임을 드러낸다. 

 

*

 

마지막으로 요조와 가즈코가 표현하는 행복을 말하고 싶다. <인간 실격> 요조가 바라본 행복은 마냥 행복할 수 없는 것이다. 행복 뒤에 상처가 그림자처럼 따라붙기 때문이다. '겁쟁이는 행복마저도 두려워하는 법입니다. 솜방망이에도 상처를 입는 것입니다. 행복에 상처를 입는 일도 있는 겁니다.' 

 

그에 비해 <사양>의 가즈코는 상처(슬픔) 뒤에 나타나는 것이 행복이라고 한다. '행복이라는 것은 비애의 강물 바닥에 가라앉아서 희미하게 빛나는 사금이 아닐까. 슬픔의 극한을 통과하고 난 뒤에 보이는 불가사의하게 어슴푸레한 빛.'


둘 다 삶에서 행복과 슬픔, 두 가지를 동시에 인지한다. 어느 하나 절대적으로 바라보지 않는다. 이처럼 우리는 나약함과 강함을 오가며, 행복 뒤에 드리워진 슬픔을 느끼며, 또는 슬픔 뒤에 반짝이는 행복을 보며, 그렇게 살아갈 것이다. 

 


 

강민영 (1).jpg

 

  

[강민영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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