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나의 모양과 방식대로 사는 것 [음악]

삶과 감정에 솔직한 권진아의 음악
글 입력 2022.07.26 1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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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 좋아하는 가수가 있는지 내게 묻는다면, '권진아'라고 대답한다. 권진아를 처음 접한 건 19살 때 '끝'이라는 노래를 통해서였다. '끝'은 이별 노래인데, 학교와 집만 오가던 수험생이 공감하기 어려운 내용이었다. 그때의 난 곡의 내용보다 잔잔하고 약간의 공기를 머금고 있는 듯한 권진아의 음색을 좋아했다.

 

권진아의 음악을 진심으로 좋아하기 시작한 건 그가 삶에 솔직할 때부터다. 권진아는 나답게 살고 싶었고, 나답게 노래하고 싶었다고 한 인터뷰에서 말했다. 그때부터 그는 스스로 음악을 프로듀싱해야겠다고 마음 먹었고, 그 뒤 발매한 권진아의 음악은 자기 자신을 있는 힘껏 끌어안는다.


그는 고유한 '모양'을 인정했다. 그리고 눈치 보지 않고 권진아의 '방식'을 따르기 시작했다. 끊임없이 진솔한 대화를 스스로에게 건네는 권진아의 음악을 소개하고자 한다.

 

 

 

나의 모양


 

권진아.jpg

 

 

뭐가 난지 모르겠어

매일 어떤 척해와서

난 어떤 사람일까

진짜 나를 찾게 되면 행복해질까

 

 

가면(persona)은 자신의 감정을 숨기기 편리하다. 그러다 가면이 답답해지고, 진짜 나를 알고 싶을 때가 온다. 하지만 맨 얼굴마저 가면이라면? 진짜 나는 어떤 모습일까? 또 상대방이 나의 진짜 모습을 알게 된 순간 실망하면 어떡할까? 그렇다고 매일 내가 아닌 채로 어떤 '척'을 하는 건 불편하고 힘들다.

 

'나의 모양'은 정규 2집 [나의 모양]의 마지막 트랙이다. 이 곡은 진짜 나의 모양을 인정하는 과정에서 권진아가 느끼는 복잡한 심정을 그려낸다.

 

'그래. 나는 바뀌지 않아.' 이제 어떤 척하며 사는 건 힘드니 곡 초반에 권진아는 자기 모양을 받아들인다. 그리고선 상대방을 떠나보낸다. '기대하지 말아줘. 어렵다면 가도 돼.'라며 혹시 상대가 진짜 자기 모습을 보고서 실망할까 봐 관계를 먼저 놓는다. 한편으로 이제껏 어떤 척하며 지내온 이 관계가 진실하지 못하다고 여겨서일까, '솔직하지 못한 나를 꼭 잡았던 너의 손을 놓아줄게.'라고도 말한다.

 

그러나 인간은 평생 홀로 살 수 없고, 가면을 쓰며 살아갈 수도 없다. 마지막 가사는 '나의 모양'을 지키면서도 혼자가 되고 싶지 않은 권진아의 마음을 나타낸다.

 

 

난 두려워 복잡해서 잠들 수가 없어

나도 이제 행복해지고 싶어

 ...

너마저 사라져버리면

버틸 수 없을 것만 같아

그러니까 제발

내 곁에 있어줘

내 곁에 있어줘

떠나지 말아 줘

 

 

'나의 모양'은 처음에 담담히 상대를 놓아주더니, 마지막은 애절하게 상대를 붙잡는다. 얼핏 사랑 노래로 들릴지 모르겠다. 하지만 자세히 들으면 권진아가 진짜 나를 찾는 것에 대해 깊은 고민이 담겼다.

 

고유한 내 모양을 찾고 받아들이기까지 시간은 오래 걸리며, 과정 또한 아프다. 그러나 권진아는 직면해야 할 문제가 있으면 몸과 마음이 부서지고 아파도 짚고 넘어가야만 한 발자국을 뗄 수 있는 사람이라고 스스로를 소개한다. 힘겨워도 당당하게 나를 마주할 수 있는 용기, 권진아가 전하는 '나의 모양'을 받아들이는 첫걸음이다.

 

 

 

우리의 방식


 

권진아 우리의 방식.jpg

 

 

그래 그렇게 너와 나

세상의 테두리 안에

갇혀 지내 잊고 있던

사랑하는 수많은 방식들을 알잖아

이 시간을 잘게 잘게 나눠서

내일이 없는 것처럼

가장 우리 다운 방식대로 해

 

 

세상의 테두리 안에 갇혀 지내다 보면 내가 사랑하는 것들에 대한 품이 좁아진다. 누군가의 눈치를 보다가 '좋아한다'라는 감각이 무뎌지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내 방식이 아닌 누군가의 방식에 맞춰진 삶을 살게 된다.


'우리의 방식'은 EP [우리의 방식]의 첫 번째 트랙이다. 권진아는 나의 모양대로 살아가려면, 나의 방식대로 하는 것이 옳다고 한다. 이 곡에서 권진아는 모두 자기 '방식'대로 살자고 전한다. 그 '방식'은 바로'불안하게, 아름답게, 헝클어지자'다.


자기 마음이 시키는대로 하면 '내 방식이 과연 맞을까?'하고 불안하다. 그렇지만 자신의 마음을 순수히 따른 건 정해진 바가 없어 헝클어진 모습으로, 즉 가장 자연스럽다. 있는 그대로의 내가 빛날 수 있는 아름다운 방식이다. 그러니 권진아는 우리 모두 자기 하고 싶은 대로 각자의 '방식'대로 살자고 '우리의 방식'에서 제안한다.

 

 

 

 

한 인터뷰에서 권진아는 청춘에게 이런 말을 한다. '너무 많은 사람들을 만족시키려고 하지 말자.' 그리고서 '우리 한번 망해볼까요?'라고 과감히 말한다. 사람들의 기대를 충족시키기보다 오히려 실망시키겠다고 선언하는 모습이다.


앞서 '나의 모양'에서 자신을 모두 드러냈다가 상대가 실망하진 않을지 불안하던 모습과 대조적이다. 권진아는 '우리의 방식'이란 곡에서 자신의 모양을 온전히 받아들일 수 있게 되었고, 자기 방식으로 살 때 우린 더욱 빛나는 것을 다른 이들에게 알리기까지 이르렀다.


권진아는 곡 소개 글에서 '자유'가 허상에 가깝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나의 모양'대로 사는 일이 내가 꿈꾸는 자유의 모습이고, 그런 소망을 '우리의 방식'에 담았다고 전한다. 다시 말해 모두가 자기 방식을 잃지 않는다면 허상에 불과한 자유를 현실에서 누릴 수 있다는 점이다.

 

노래 마지막에 권진아가 '내 모든 걸 다 잃어도 가장 우리 방식대로 해'라고 거듭 말한다. 그는 앞으로 자유롭게 하고 싶은 걸 하나하나 해버린다고 한다. 용감하고 무모한 그의 선택이 궁금해진다.

 

*

 

권진아는 '나의 모양'과 '우리의 방식' 이외 곡들에서도 자신이 어떻게 살아갈 거야라고 이야기한다. 예를 들면 '여행가'라는 곡에서 '난 여행가가 될 거야. 자유로이 발길이 닿는 대로. 마음이 가는 대로. 머뭇대지 않아. 난 끝없이 뻗은 저 세상을 날아다닐 거야.'라고 말하며, '우리의 방식'에서 다짐한 '자유'를 행동에 옮기는 듯하다.

 

또, '흘러가자'라는 곡에서 '눈물이 나면 다 울고, 웃음이 나면 또 웃고, 사랑하는 걸 사랑하고, 우스갯소리 하고, 흘러가자. 그냥 그렇게 별 일 없이 오늘 흘러가자.'면서 삶에서 제일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스스로 일깨우는 노래를 한다.


자기 모양과 방식을 찾기까지 무엇이든 계속 부딪혀보아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그땐 아주 연약한 상태다. 하지만 삶을 직접 부딪혀서 깨달은 자는 연약한 상태 그대로 있는 것이 아니라 삶에 대한 통찰력이 생긴다. 그래서일까. 삶과 감정에 솔직히 대면한 권진아의 목소리는 가녀린 듯하면서도 모든 걸 이겨낼 힘이 강하게 느껴진다.

 

 


강민영 (1).jpg

 

 

[강민영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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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muzik
    • 좋은 글 잘 읽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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