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문화예술을 향유하는 법 [드라마/예능]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글 입력 2022.07.20 1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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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러기 토마토 스위스 인도인 별똥별 그리고 우영우. 최근 주변에서는 우영우 열풍이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는 "천재적인 두뇌와 자폐스펙트럼을 동시에 가진 신입 변호사 우영우의 대형 로펌 생존기"를 그려낸다.


'우영우'에 대해 이야기하기 위해서는 우선 자폐스펙트럼을 짚고 넘어가야 한다. 자폐스펙트럼이란 신경 발달 장애의 한 범주로, 사회적인 의사소통과 상호작용에 지속적인 손상을 보인다.

 

우영우는 그 영향으로 걷기나 뛰기, 신발끈 묶기, 회전문 통과 등에 서툴다. 동시에 164의 높은 IQ를 가진 그는 엄청난 양의 법조문과 판례를 정확하게 외우는 기억력을 가지고 있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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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영우'를 연기한 배우 박은빈은 구현된 적 있는 캐릭터 혹은 실존 인물 등의 영상 레퍼런스를 참고하지 않고 자폐스펙트럼의 네 가지 진단 기준 등을 가지고 '우영우'라는 인물을 완성해나갔다.

 

해당 장애를 가진 사람들의 행동을 보이는 대로 모방하는 것은 그들을 희화화할 수 있는 우려가 있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그의 연기가 당사자들에게 어떻게 받아들여질지를 우선순위에 두고 드라마에 참여한 것이다. 그는 이전에 본인의 연기가 그들에게 상처를 줄까 걱정되어 출연을 고사하기도 했다.


이 드라마는 자폐스펙트럼을 우영우가 가지고 있는 수많은 모습들 중 하나 정도로 치부하지 않는다. 우영우에게서 지울 수 없는 소중한 정체성으로 다루며, 그것이 결코 희화화되지 않도록, 경시되지 않도록 시청자들을 이끈다.

 

동영상 스트리밍 사이트 등에 올라오는 영상에서도 오로지 박은빈 배우만 자신의 캐릭터인 우영우가 아닌 우영우의 최측근으로 등장한다. 우영우는 드라마 속의 시간에만 존재하는 인물일 뿐 드라마 밖에서 연기될 이유가, 보여지는 그의 모습에 대해 우리가 더이상 첨언할 이유가 존재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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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배우와 제작진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일부 시청자들은 그 노력에 완전하게 역행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우영우의 행동 혹은 말투를 흉내내는 모습을 인터넷상에 업로드하고 이를 '우영우병'이라고 지칭하니 말이다.

 

대표적으로 한 동영상 플랫폼에 '우영우'의 말투를 모사한 영상이 올라왔다. 이에 사람들은 해당 장애에 대해 이해하려는 노력조차 하지 않는 행동이라며 비판하는 등의 반응을 보였다. 해당 영상을 올린 채널에서는 다음과 같은 글로 해명(?)했다.


(...) 불편할 수 있지요. 사람마다 시야가 다르고 가치관이 다르니 당연한 일입니다. '우*소' 채널은 채널 주인인 저의 가치관과 시야로 이끌어가는 채널이기 때문에 저와 비슷하거나 코드가 맞는 분들이 재밌게 보실 수 있고 (...) 본인과 맞지 않다고 생각이 드시면 구독 취소를 하시거나 차단을 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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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예술은 사회 구성원의 의식 수준을 고양하는 역할을 한다. 또한 사회 전반에 다양한 시각을 제공하여 일반인들이 사회의 다양한 시각을 수용할 수 있는 능력을 배양한다. 2005년 영화인 《말아톤》은 자폐성 장애를 가진 '초원'을 이야기한다. 초원을 연기한 배우 조승우는 "자폐아처럼 포즈를 한 번 취해보라"는 기자의 발언에 "자폐 아동에 대한 기본적인 상식도, 예의도 없는 불쾌한 요구"라며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덧붙여 "그들의 행동을 자폐아라는 한 가지 정의로 묶는 건 엄청난 오해라는 걸 깨달았다"며 자신을 성찰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자신과 다른 상황에 처한 사람을 완벽하게 이해하거나 그에게 공감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당장 민트 초코를 싫어하는 내가 민트 초코를 좋아하는 친구를 이해하기도 어려우니 말이다. 민트 초코의 맛에 대해 열정적으로 설명하는 그 친구를 향해 나는 "그럴 수도 있지", "우리 취향은 다 다르니까 이해해", 하고 말한다.


과연 장애 또한 이 경계선 안에 들어갈 수 있을까? 비장애인이 "장애가 있는 걸 조롱할 수도 있지", "장애인의 모습이 우스울 수도 있지"라고 이야기하는 게 옳은 일인가? "나는 아기를 싫어해,"라는 말은 이제 우리 사회에서 드물지 않게 들을 수 있는 말이 되었다. 아이들은 시끄럽잖아, 아이들은 예의가 없어, 아이들은 사고를 너무 많이 쳐... 노키즈존도 이해할 수 있어. 자신의 혐오를 공개적으로 표현하는 것을 그저 민트 초코에 대한 의견을 말하는 것과 같은 선상에 두어도 되는 것인가? 혐오를 당당하게 전시하는 노키즈존을 그저 개인의 의견으로 치부해도 되는가?


다른 사람의 의견을 무조건적으로 수용하거나 이해한다는 말로 넘겨버리는 것은 대단히 위험한 일이다. 해외로 여행을 가서 마주한 "No Asian Zone"을 보고도 그럴 수 있다며 이해할 수 있는가? 극단적인 예를 들어 가뭄이 심각하다는 이유로 나를 제물로 바치기 위해 내 팔다리를 잡고 들어올리는 사람들을 향해 "그럴 수도 있지", "나를 죽일 수도 있지"하고 당당하게 외칠 수 있는가? 그렇지 않다면 어째서 사회적 약자를 사회적으로 살인하는 말을 그렇게 쉽게 내뱉을 수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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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 우리 사회는 더 나은 방향을 향해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 드라마의 제작진과 배우들이 그렇고, 무엇보다 우영우를 따라하는 사람들을 "그럴 수도 있지"하며 넘겨 버리지 않고 비판하는 목소리들이 그렇다. 출근시간에 하는 장애인의 지하철 시위 소식을 들으며 마음속으로나마 그들의 처우 개선을 위해 기도하는 사람들이 그렇다.

 

그들은 더이상 영구와 맹구 혹은 쌈을 싸는 시늉을 하며 자신이 연기한 장애인의 대사를 티비 프로그램에 나올 때마다 우스꽝스럽게 재연하는 모 배우를 보며 마음 편하게 웃을 수 없다. 그들은 인권에 대해 관심을 가질 줄 아는 사람이며, 더욱 인륜적인 자애를 베푸는 방법을 아는 사람이라는 뜻이다.


기술이 빠르게 발달하는 것에 비해 그 전과 같은 사람들의 의식 수준에서 오는 괴리에 대해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문화 예술을 향유하는 데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이다. 아무리 취지가 좋은, 연출이 좋은 창작물이 만들어진다고 하더라도 그것을 향유하는 사람들의 인식이 달라지지 않으면 그 작품의 진가는 발휘되지 않을 것이다.

 

부디 작품들을 통해 성장하는 향유자가 되기를, 그렇게 함으로써 더욱 발전한 창작물들이 탄생할 수 있기를, 선순환의 고리가 이어지기를 간절히 바란다.



참고자료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공식 홈페이지

문화예술의 공공재적 가치와 역할 재설정 연구 -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예술정책연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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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시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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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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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익명
    • 좋은 글 감사합니다:) 문화 예술 안에서 더 다양한 주체들이 온전히 드러나고, 현실에서도 이에 대한 논의가 계속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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