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선율이 파도치는 순간 - 막스 리히터 스페셜 콘서트 [공연]

글 입력 2022.07.20 09:18
댓글 0
  • 카카오 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 밴드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 플러스로 보내기
  • 글 스크랩
  • 글 내용 글자 크게
  • 글 내용 글자 작게

 

 

공연포스터.jpg


 

지난 7월 10일, 오케스트라 디 오리지널 주최의 <막스 리히터 스페셜> 공연이 예술의전당에서 열렸다. 전세계적으로 사랑받는 막스 리히터의 대표작 ‘On The Nature Of Daylight’가 국내에서 초연되는 공연이라 기대가 컸다.

 

막스 리히터(Max Richter)는 포스트 미니멀리즘 혹은 네오클래식 작곡가로 분류되는 독일 태생의 영국 작곡가이다.

 

유서 깊은 클래식 교육기관인 영국 왕립음악원을 거쳐 실험적 전자음악을 선도한 작곡가 루치이노 베리오에게 사사한 그는 다양한 장르의 공존을 작품 속에 녹여내는 작업을 꾸준히 이어오고 있다.

 

클래식 뿐만 아니라 영화, 다큐멘터리, 드라마 등 폭 넓은 음악 작업을 선보이며 현대 음악사에서 가장 영향력 있고 트렌디한 아티스트로 평가받고 있다.

 

국내에 막스 리히터의 이름이 알려진 건 그의 대표곡인 ‘On The Nature Of Daylight’가 여러 영화에 삽입되면서부터이다.

 

영국 가디언지가 뽑은 21세기 최고의 클래식 앨범으로 선정된 <블루 노트북(The Blue Notebooks)>의 수록곡인 이 곡은 이라크 전쟁에 대한 반폭력 메세지를 담고 있는 곡이자, 막스 리히터라는 이름을 전세계에 각인시키는 계기가 된 곡이기도 하다.

 

 

131.jpg


 

필자가 이 곡을 처음 접하게 된 건 영화 <셔터 아일랜드(2010)>를 통해서였다. 'On The Nature of Daylight'은 2006년 발표 후 <셔터 아일랜드> 뿐만 아니라 <디스커넥트(2012)>, <컨택트(2016)>를 비롯해 무려 8편이 넘는 영화에 삽입된 화려한 이력을 가지고 있다.

 

영화음악은 영화의 전반적인 분위기와 인상을 결정하는 데에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기 때문에, 한 작품에 삽입되어 강렬한 인상을 남긴 곡이 다른 작품에 재삽입되는 것은 흔한 경우가 아니다.

 

반면 이 곡은 다양한 장르의 영화 속에서 수 차례 재활용되면서도 매번 각기 다른 강렬한 인상을 남기는 데에 성공했다는 점에서 흥미롭다. 이처럼 다채로운 정서와 감정을 극대화할 수 있는 마르지 않는 힘은 어디로부터 기인하는 것일까?

 

 

 

단순한 선율로 만들어내는 큰 울림


 

이날 공연에서 국내 최초로 연주된 'On The Nature of Daylight'를 귀 기울여 감상하다보니 위의 질문의 답을 어렴풋이 느낄 수 있었다.

 

각기 다른 정서를 폭넓게 아우를 수 있는 이 곡의 매력과는 대조적으로, 이 곡의 구조는 매우 단순하다는 점에서 인상적이었다. 악기는 바이올린과 비올라, 첼로 등의 현악기로만 구성되었고, 곡의 진행 역시 단 네 가지의 화성으로 이루어진 단촐한 코드가 반복되는 식으로 이루어졌다.

 

반복해서 흐르는 선율 속으로 침잠하던 순간, 어느덧 하나의 선율이 풍성한 울림이 되어 다가오기 시작했다. 하나의 선율이 음량과 옥타브를 달리하며 겹겹이 쌓이는 소리를 듣다보니, 수평선 저 멀리에서부터 해변으로 끝없이 밀려오는 크고 작은 파도들이 눈 앞에 펼쳐졌다. 말로 형용하기 힘든 풍부한 감정이 물결침을 느꼈다.

 

선율과 리듬, 화성의 요소를 최소화하는 곡의 구조는 'On The Nature of Daylight' 뿐만 아니라 막스 리히터의 음악세계 전반에서 발견되는데, 이는 한 발 더 나아가 리히터의 음악이 위치하고 있는 '미니멀리즘 음악'의 주된 특징이기도 하다.

 

한편 전통적인 일자형 코드에서 탈피한 컨템포러리한 코드를 활용하고 있다는 점은 리히터의 음악을 초기 미니멀리즘과 구분되는 '포스트 미니멀리즘' 음악으로 명명할 수 있는 근거가 되기도 한다.

 

아드리엘 김 지휘자가 이끄는 오케스트라 디 오리지널이 바이올리니스트 김다미와 함께 선사한 이번 공연의 감동은 오는 9월 첼리스트 최하영과의 무대로 이어질 예정이다. 미묘한 현학기의 떨림이 직조해내는 섬세한 울림을 경험할 수 있는 기회를 놓치지 않기를 바란다.

 

 

[최지원 에디터]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등록번호/등록일: 경기, 아52475 / 2020.02.10   |   창간일: 2013.11.20   |   E-Mail: artinsight@naver.com
발행인/편집인/청소년보호책임자: 박형주   |   최종편집: 2024.03.27
발행소 정보: 경기도 부천시 중동로 327 238동 / Tel: 0507-1304-8223
Copyright ⓒ 2013-2024 artinsight.co.kr All Rights Reserved
아트인사이트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제·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