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인생은 B와 D 사이의 C다 [문화 전반]

선택의 기로 앞에서
글 입력 2022.07.08 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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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B와 D 사이의 C다. 태어남과 죽음 사이의 선택, 선택의 연속인 인생사 가장 잘 풀어나가는 사람은 누구인가?”

 

<무한도전>의 Yes or No 편은 위와 같은 도입부로 프로그램을 시작한다.

 

B(Birth, 탄생)와 D(Death, 죽음) 사이에 C(Choice, 선택)가 있다는 말로, 해당 편은 멤버들이 yes와 no라는 두 개의 선택지에서 어떤 것을 고르냐에 따라 그들의 운명이 달라지는 모습을 그리고 있다.

 

조금은 극단적인 질문 속에서 멤버들의 엇갈린 운명을 보는 재미가 두드러졌던 편으로, 아직도 유튜브에서 2000만 조회수를 기록하며 시청자들에게 사랑받은 레전드 회차 중 하나로 손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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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단 프로그램뿐만이 아니다. 인생은 늘 선택의 연속이다. 잠에서 온전히 깨어나기 전에도 ‘바로 일어나자.’와 ‘조금만 더 잘까?’라는 선택지가 주어진다.

 

둘 중에 하나를 택할 수 없는 순간이 찾아올 때도 있다. ‘오늘 점심 뭐 먹지?’라는 질문에서 내게 주어지는 선택지는 훨씬 다양할 때가 많다.

 

나 역시 선택의 순간 앞에서 많은 고민의 시간을 갖는 사람인지라, 그 앞에서 자주 괴로워하곤 했다. ‘그래 결심했어.’라고 (내 나름대로의) 확신을 가지고 내리는 선택에서 만족스럽지 않은 결과가 나오기라도 하면, 나의 기분은 땅바닥으로 곤두박질쳤다.

 

더군다나 매번 고민 끝에 어영부영 내려버린 선택들, 심지어 결과조차 바로 알 수 없는 선택 앞에서는 '혹여 내가 내린 선택이 잘못된 건 아니었을까'하는 불안감에 자주 휩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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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51의 순간. 미묘한 차이 끝에 A와 B 중 A를 선택했을 때, 나는 특히 괴로웠다.

 

B에 대한 미련이, 내가 선택한 A보단 내가 택하지 않은 B에 집중하게 만들었다. 내게 있어 선택의 결괏값은 늘 후회로만 출력되었던 것이다. 후회로만 점철되던 하루하루를 살아가던 중, 한 드라마 속 장면이 내게 이런 말을 건넸다.

 

- 그래도 결정할 때 갈등도 안 했어요?

 

- 안 해요. 난 처음 딱 들었을 때 1%라도 더 맞다고 생각하는 쪽으로 결정하거든요. 그러니까, 1%가 중요한 거예요. 반대로 결정했으면 지금보다 1% 더 후회할 거 아닙니까.


대형 로펌의 스카우트 제의와 국선 변호사라는 선택 앞에서 후자를 택한 남자 변호사의 한 마디에 잊고 있던 나의 선택의 순간을 돌이켜보게 된다.

 

금세 잊어버리곤 했다. 내가 A를 택한 이유. 어찌 되었든 내가 A를 고른 이유는 B보다 A 쪽으로 내 마음이 1%라도 더 기울었다는 건데, 그 1%는 까맣게 잊어버린 채 내 손에서 떠난 B라는 선택지에 매달리며 구질구질하게 굴다니!

 

새벽마다 자꾸 떠오르는 B의 생각에, “자...?”, “자나 보네...”, "잘 자..." 하며 미련 가득한 메시지를 남기는 전 남자 친구의 모습과 다를 바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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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제일 많이 생각하는 건 나이기 때문에, 내가 선택한 일들은 분명 맞는 선택일 거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우리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 우리 자신을 많이 생각하고 있다는 것이다.

 

나처럼 선택에 대한 불안으로 자기 확신이 부족했던 사람들에게 말해주고 싶다. 이 불안함의 또 다른 의미는, 내가 너무 사랑하는 나에게 이 선택으로 상처를 주고 싶지 않다는 말과도 같다고. 그러니 너무 불안해하지 않아도 된다고.

 

이제 나는 선택의 기로 앞에 설 때마다 1%에 집중한다. 1%라도 내 마음이 가는 쪽이 무엇일까 치열하게 고민한다. 그러자 남들의 눈치를 보며 선택을 했던 지난날보다, 내 마음의 소리에 집중하게 됐다. 내가 선택한 결과에 대해서 책임을 지는 것은 그 누구도 아닌 '나'이니까.

 

뿐만 아니라 'A가 아니었다면 내가 지금보다 1% 더 후회했을 거야.'라는 이 문장의 힘은 꽤 세서, 혹여 그렇게 내린 선택의 결과가 좋지 않더라도 후회의 늪에 빠져 있던 나를 금방 빠져나오게 해 주었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내게 질문을 던져본다. 선택의 연속인 인생을 가장 잘 풀어가는 방법에 대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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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소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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