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기록했던 모든 순간을 모아 [문화 전반]

4개월간의 에디터 활동에 대한 소회
글 입력 2022.06.29 1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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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개월이 흘러, 아트인사이트 에디터 활동의 공식적인 종료일을 앞두고 있다.

 

활동을 시작할 무렵엔 아직 쌀쌀한 기운이 남아 있었던, 여전히 비대면 강의로 수업을 듣는 새 학기였지만 이젠 완연한 무더위와 장마로 인한 습기가 먼저 느껴지는 여름이 되었다. 적어 두고 보니 계절이 바뀌었다는 사실은 시간의 흐름을 가장 잘 느낄 수 있도록 하는 부분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물론 필자는 감사한 기회로 여전히 글을 쓸 예정이지만, 새로운 시작을 하기 전 한번쯤 그동안 남긴 자취를 돌아보고자 한다.

 

 

 

감각하고 표현했던 순간들


 

우선 4개월간의 활동을 정리하면 위와 같은 말로 요약될 듯하다. 많이 보고, 많이 듣고, 많이 느꼈으며, 또한 많이 표현했던 순간들이 아니었을까.

 

이전에도 무언가를 응시하는 일은 자주 했다. 특히 문화예술과 관련된 것이라면 더더욱 그랬다. 공연을 보고, 영화를 보고, 책을 읽고, 전시를 보는 것처럼. 듣는 일은 거의 일상이었다. 매일 일정 시간 이상 음악을 듣고 새로운 곡을 찾기 때문에 예술을 ‘감각’하는 작업은 에디터 활동 이전에도 이미 삶의 일부분이었다.

 

하지만 이전과 분명히 달라진 점이 있다면 이는 ‘표현’에 있겠다. 평소 생각이 많았기에 문화예술을 접하고 나선 감상을 혼자 볼 수 있는 곳에 자주 적어두곤 했다. 온전한 나의 공간이었기에 부담은 덜했지만, 완결된 문장으로 작성된 경우가 많지는 않았다. 말 그대로 글이 아닌 생각의 파편들에 가까웠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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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 관람 후 작성했던 메모의 일부. 파편 같은 생각들을 항상 저렇게 메모해두었다.


 

에디터 활동은 이러한 생각의 파편을 완성된 개체로 붙여 나가는 작업이었다. 깔끔하게 떨어지는 조각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정돈되지 않아 날카롭고 투박한 조각이 가득했고, 그랬기에 다듬는 과정이 결코 쉽지 않았다. 그렇다 보니 실제로 나만의 생각에서부터 비롯된 글은 아직도 썩 마음에 들지 않기도 하다.

 

하지만 뭐든 처음부터 잘할 수 없고, 하다 보면 조금씩 는다고 했던가. 활동 후반부에 들어서는 메모로 남긴 생각을 체계화하는 데 이전보다 적은 시간을 소비했다. 모르는 새 파편을 다듬는 시간이 조금씩 빨라진 것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물론 시간이 줄어든 것이 반드시 풍성한 내용을 담보하는 것은 아니었다. 여전히 내 이야기를 쏟아내는 것에 서툴렀던 것 같다. 하지만 활동을 통해 내 생각을 어떻게 하면 정돈되게 표현할 수 있을지 많이 생각해볼 수 있었다. 완전하지 않기에, 나를 표현하는 작업은 앞으로도 계속 노력할 부분이 되지 않을까 싶다.

 

 

 

생각보다 영감은 그리 특별한 곳에서 오지 않았다


 

에디터 활동을 본격적으로 시작하기 이전, 합격 통보를 받고 앞으로 어떤 글을 쓰고 싶은지 정리를 해본 순간이 있었다. 학기가 시작하기 전이었기에 상당히 여유로웠고, 평소 하고 싶었던 이야기도 많았던 탓인지 주제와 내용을 술술 써내려 갔던 것 같다.

 

그런데 시험기간이 겹치고, 일이 많아지게 되면서 애써 찾아봤던 문화예술과 거리가 멀어지는 순간이 찾아왔다. 이렇다 보니 어떤 글을 써야 할 지 모르는 데서 오는 막막함에 부딪히고 말았다. 글을 아주 잘 쓴다고는 생각하지 않았지만 주제를 정하고, 그에 맞게 내용을 조직하는 일에서 어려움을 겪은 적은 많지 않았다. 하지만 이렇게 잘 해왔던 과정들이 순식간에 고장 나 흰 화면만을 응시하는 순간이 생겨났다.

 

꽤 불만족스러웠다. 이것 하나도 제대로 못 해내다니. 마감일이 겹쳐 불안해 감정이 요동치게 될 때면 이는 스스로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으로 이어졌다. 좋아하는 일이, 나를 위해 시작한 일이 스스로를 해치게 되었다는 사실을 깨닫는 데는 그리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그래서 활동 후반부엔 공연, 영화, 전시와 같은 예술 작품과 관련된 글보다도 나의 생각을 옮기는 글을 많이 적기도 했던 것 같다. 생각을 들여다보는 작업을 하니 글의 주제를 잡는 일은 그리 어렵지 않은 일이 되기도 했다. 일상의 경험이 글감이 될 수 있다는 걸 많이 깨닫게 되었고, 이는 강렬하게 다가오는 경험만을 좇기보다 잔잔하게 머물러 있는 생각을 발견하기 위해 노력하는 계기가 되었다.

 

 

 

앞으로도 애정과 사랑을 담은 글을 써내려가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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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보면 글의 내용이 마음에 들지 않았더라도, 그 주제로 글을 작성했던 이유는 내가 애정을 갖고 있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인생관 중 하나로 좋아하는 일을 하며 일을 통해 행복감을 느끼고 싶다는 생각이 있는데, 이것이 영향을 미친 것이 아닐까 싶다. 성향상 좋아하는 것을 할 때와 그렇지 않은 것을 할 때의 차이가 큰 것도 사실이다.

 

부족함은 채워 나가면 될 터이니, 앞으로도 좋아하는 것을 더 많이 만들고 찾아 표현하는 에디터가 되었으면 한다. 어떤 작품을 다양한 관점에서 해석하려 노력하고, 조금 더 전문적인 내용을 담아보는 작업도 분명 필요할 것이다. 하지만 하필 아트인사이트에 글을 쓰기로 다짐했던 가장 큰 이유는 문화예술을 사랑하기 때문이었다. 그러니 가장 중요한 건 어쩌면 좋아하는 대상을 향한 애정이 아닐까.

 

지나왔던 순간을 보듬으며, 다시금 앞으로 나아갈 준비를 한다. 앞으로의 글에 더욱 풍성한 내용을 담을 수 있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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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하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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