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살인자 서사 [사람]

동일한 잣대를 들이미는 것이 맞나
글 입력 2022.06.27 1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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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장고는 생각보다 많은 걸 말해준다.”


고개가 끄덕여지는 문장 덕분에 보기 시작한 드라마가, 월요일을 기다리게 할 줄 몰랐다. 오늘 내가 할 이야기에 소개되는 드라마는 tvn 월화 드라마 “링크: 먹고 사랑하라, 죽이게”이다.


이 이야기는 단순 드라마 추천이 아니기는 하지만, 단순 로맨스 드라마보다는 로맨스코미디나 로맨스 스릴러를 좋아하고, 로맨스 드라마보다는 추리 드라마나 범죄 드라마를 좋아하는 사람에게 강력하게 추천한다. 그렇다고 많이 무서운 드라마도 아니고 간간이 웃음 포인트가 있기에 로맨스 드라마를 좋아하는 사람에게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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링크에는 주인공이 여러 명이지만, 포스터를 기준으로 주인공을 고르면 여자 주인공, 남자 주인공 이렇게 2명이다.

 

여자 주인공은 노다현, 남자 주인공은 은계훈으로 여자 주인공은 현재 방황하는 20대 청년이고, 남자 주인공은 잘나가는 요리사이다. 둘이 만나게 되는 계기는 계훈이 죽었다고 추정되는 여동생의 감정을 고스란히 느끼던 링크 현상을 다현에게 느끼면서 만나게 된다.


계훈이 다현의 감정을 가장 강렬하게 느꼈을 때는 다현이 자신을 따라오던 스토커에게 죽을 뻔하다가 정신을 차려보니 자신 앞에 피를 흘리고 쓰러진 스토커를 봤을 때이다. 다현은 자신이 스토커를 죽였다는 생각에 경찰서에 가 자수하려고 하지만, 경찰서 안에서 취객이 차고 있는 수갑을 보고 겁먹어 다시 스토커가 쓰러져 있던 자리로 돌아간다.


그렇게 돌아간 자리에는 다현의 엄마와 할머니가 있었고, 엄마와 할머니는 스토커의 몸을 이불로 말아 밖에 버려져 있던 계훈의 냉장고에 넣어버린다. 냉장고 폐기를 기다리던 도중 계훈이 자신의 냉장고가 버려져 있는 것을 보고 다시 자신의 가게로 들고 들어가면서 다현과 계훈의 이야기가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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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 주인공이 살인자라는 설정은 말이 많았다. 과연 여자 주인공이 이렇게 비도덕적인 인물이어도 괜찮은지에 대해 기사도 났고 유튜브에서도 링크 드라마 클립 영상을 보면 댓글이 시끌시끌하다. “이거 페미니스트가 만든 드라마인가요.”, “살인자가 사랑하는 건 좀.”


후자와 같은 반응은 당연하지만, 전자 반응은 왜 나오는지 모르겠다. 아니 사실 추측된다. 스토커를 남자로 설정했고, 남자 스토커에게 쫓기는 여자 주인공 다현의 감정이나 불안, 공포가 그려지는 점이 일부 시청자에게는 불편함을 주었나 보다. 근데 이 점이 나에게는 오히려 더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내가 여성이라서 그렇게 느끼는 것 아니냐고 묻는다면, 아니라고 답할 수 있다. 이유는 나는 저녁에 밤늦게 길에 다니면서 공포를 느끼거나 ‘혹시 범죄를 당하면 어떡하지.’와 같은 생각을 해본 적이 별로 없다. 당연하다. 밖을 잘 안 나가고, 나가도 9시까지는 집에 들어온다.


이처럼 나는 다현이가 겪는 공포를 심하게 겪어본 적이 없다. 그럼에도 이 드라마를 매력적이라고 생각한 이유는 다현이를 우리 언니라고 생각하고 봤기 때문이다. 우리 언니는 어렸을 때부터 나와 다르게 남자로부터 위협받는 일이 많았다.

 

고등학교 때 지하철역 안에서 남자한테 끌려가다가 지하철역 계단 위로 보이는 봉고차를 보고 필사적으로 도망쳐 아이와 아내와 함께 있던 모르는 남자에게 “아빠!”하고 달려갔고 그분이 “어, 우리 딸~”하면서 도와주신 덕에 살아났던 일도 있었고, 학원 끝나고 집에 오는 지하철을 탔다가 언니만 쫓아다니는 사람이 생겨서 그 사람을 피하려고 내리는 척했다가 문이 닫힐 때쯤 다시 급하게 타자 닫힌 문 앞으로 그 남자가 다급하게 뻗은 손과 놓쳤다는 표정을 봐야 했던 일도 있었다.


이 외에도 언니는 자잘하게 다현이가 겪던 공포를 겪었고, 그래서 매일 언니가 학원 끝나고 집에 올 시간이 되면 아빠가 언니를 개찰구 앞에서 기다리셨다. 그러나 언니는 이러한 공포로 밖을 나가는 것을 줄이거나, 늦게 들어오는 일을 줄이지 않았다. 이 점이 내가 다현이를 언니라고 생각한 이유이다. 다현이도 스토커 때문에 밤에 잘 때마다 악몽을 꾸고, 자신에게 다가오는 남성은 모두 스토커로 보이는 트라우마를 겪지만, 그렇다고 다현이가 집에만 있고 자신의 생활을 중단하지는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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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다른 점은 언니에게 “만약, 언니가 죽여야만 빠져나올 수 있는 상황이 있다면 언니는 그 상황에서 어떻게 할 거야?”라고 한 질문에 언니는 “차라리 난 내가 죽을래.”라고 답했다는 게 다현이와 다른 점이다. 언니라면 다현이처럼 죽이지는 못할 거로 생각했지만, 그래도 막상 진짜 차라리 죽고 만다는 답변을 듣자 좀 멍했다.


링크 드라마의 설정 때문에 예전에 했던 생각을 다시 꺼냈다. 지금은 결국 다현이가 죽인 것이 아니라고 결정됐지만, 초반에 진짜 다현이가 죽였다고 생각했을 때는 자신이 살기 위해 죽인 것도 살인이라고 볼 수 있을까, 그것도 살인자라고 할 수 있느냐고 생각했다.


물론, 이는 어쩌면 살인자에게 부여된 서사일 수도 있다. 어떤 경우든 살인은 정당하지 못하고, 범죄는 처벌받아야 한다. 어느 누군가는 그런 상황에서 결국 사람을 죽인 사람은 그런 상황이 아니어도 사람을 죽였을 사람이라고 말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나는 내 주위 사람이 그런 상황에서 자신이 살기 위해 사람을 죽였다면, 그냥 하염없이 울면서 살아와 줘서 고맙다고 안아줄 것 같기에 모르겠다. 정말, 살기 위해 사람을 죽였다고 자신이 살기 위해 죽인 것이 아니라 그저 재미를 위해 혹은 자신의 욕구를 위해 죽인 살인자와 같은 정도의 손가락질을 받아야 할까. 살기 위해 사람을 죽이고 살인자가 된 순간이 그 사람에게는 평생 아픈 일이지 않을까.


이 생각은 “너를 기억해”라는 드라마를 볼 때도 했던 생각이다. 이 드라마 속 등장하는 연쇄 살인마는 어렸을 때 한 부잣집의 딸이 집에 오는 길에 성폭행을 당해 태어난 아이였다. 그렇게 태어난 아이는 당연히 집에서 환영받지 못했고, 그래서 매번 심한 폭행을 당하며 다락방에 갇혀 살았다. 그 아이에게 주어진 밖과 이어지는 공간은 매시간 밥이 배급되던 작은 개구멍이 전부였다. 그렇게 매시간 밥을 배급해주던 시녀를 기절시키고 그 아이는 그 집에 있던 인원을 모두 살해하고 집을 불태워 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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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자신과 같이 버림받은 아이들을 후원하는데, 문제는 후원만 하는 게 아니라 아이를 버린 부모를 죽인다는 점이 문제였다. 이 드라마를 볼 당시에도 많은 생각이 들었다. 주된 생각은 위와 같은 생각이었다. “물론, 살인은 너무나 잘못된 일이지만, 그렇다고 이런 경우의 살인도 재미나 욕구를 채우기 위한 살인과 같은 정도의 잘못일까.”


부모님은 “어떤 경우든, 살인은 문제다. 그리고 만약 살기 위해 살인한 경우라면, 정당방위를 주장할 수 있다.”라고 말씀하셨지만, 요즘 방영된 법정 드라마를 보면 정당방위가 정말 생각보다 까다로운 조건을 충족해야 가능하므로, 정말 부모님 말씀대로 정당방위가 성립될지 모르겠다.


이런 생각을 할 때면, 늘 결론이 하나로 귀결된다. “세상은 참 씁쓸하다.” 이 글을 보는 당신의 생각은 어떤지 궁금하다. 이야기 없는 사람 하나 없다지만, 그래도 늘 그 이야기에 휘둘리는 나는 이런 내용을 현실에서 접할 때면 좀 씁쓸해지는 것 같다.

 

 

[이세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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