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전자악기로 일구는 음악 세계. [음악]

윤석철트리오 [익숙하고 일정한] & 포르티코 퀄텟 [Next Stop]
글 입력 2022.06.28 0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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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철트리오 - 익숙하고 일정한 (안테나, 2022)

 

펜더 로즈와 신시사이저에 지속적인 애정을 보여 온 윤석철의 트리오 앨범이다.

 

그는 아주 종종 즉흥연주에 어떤 지루함을 느낀다고 했다. 그의 매너리즘은 즉흥연주가 지닌 즉흥적이지 않은 패턴에 대한 이야기일 테니, 이번 앨범은 그런 고루한 패턴을 자신의 문양으로 능란하게 바꿔버린 기발한 사례가 되기에 충분하다.

 

귀여운(?) 뮤직비디오 공개로 주목을 끈 ‘한국전래동화’는 그가 씻김굿과 판소리 재해석 과정을 통과하며 떠오른 멜로디에서 비롯했다. 소위 ‘전자 경음악’하면 떠오르는 신시사이저 소리를 가벼운 루프로 확장시키면서 예상치 못한 부위를 공략당한 느낌을 준다. 그의 기발함에 더해 ‘어쩌려고 그런 말을 해’는 할 말을 정해놓지 않은 경쾌한 중언부언과도 같다.

 

그 할 말 없음은 사람들이 필터 없이 뱉어내는 말의 배설을 바라보는 윤석철의 할 말과 다름없기에, 주입식 즉흥연주에서 벗어난 액체 괴물처럼 지독한 매력을 가졌다. 표제작 ‘익숙하고 일정한’은 그의 대표곡 ‘여대 앞에 사는 남자’처럼 편안한 루프와 더불어 다른 건반끼리의 조화를 부담 없이 이룬다.

 

‘한국전래동화’의 확장판 ‘도사님 펑크’는 본격적으로 펜더 로즈와 신시사이저를 종횡무진하며 흥미로운 사운드스케이프를 펼친다. EP 앨범임에도 옹골찬 짜임새를 들려주는 맛깔나는 앨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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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rtico Quartet - Next Stop (Gondwana Records, 2022)

 

포르티코 퀄텟은 앰비언트의 실험적인 사운드 운용과 더불어 최소한의 음률에서 출발해 공간을 서사적으로 채우는 것에 능한 모습을 보인다. 이들은 일단 조용히 시작하다가 종국에는 소리의 난장이 되어버리는-일렉트로닉과 재즈가 접붙을 때 흔히 보이는 문법-방식을 택하지 않고, 대책 없는 난해함으로 나아가지도 않는다.

 

오히려 반복되는 리듬은 좋은 짜임새를 가진 어쿠스틱 트리오의 리듬 섹션만큼이나 자신들의 위치를 고수하고, 잭 와일리를 필두로 한 멜로디 섹션은 서사의 중개인 내지는 메신저가 된다.

 

‘Procession’처럼 색소폰이 앞으로 나와 있는 곡에서는 프란체스카 터 버그의 스트링과 시미 싱의 바이올린(비올라)가 멜로디에 조응하며 몇 개의 음만으로도 곡의 긴장감을 유지한다. 이 순간 두드러지는 것이 바로 덩컨 벨라미의 연주다.

 

피아노와 신시사이저(잭 와일리도 함께 연주한다), 베이스 기타, 드럼을 모두 조율하는 그는 전작 [Monument]보다 응축되고 정제된 소리를 들려준다.

 

사실 이번 EP 앨범은 전작과 함께 녹음한 곡을 시간이 지나 발표한 것인데, 이 곡들이 시차를 두고 우리 앞에 온 이유는 이미 예견한 그들 스스로의 다음을 지금 시점에서 들려주고 싶었던 것이 아니었나 생각해 본다. 모든 곡이 그만한 가치를 담고 있으니 말이다.

 

 

 

조원용 컬처리스트.jpg

 

 

[조원용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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