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당신의 우울과 슬픔도 소중히 들여다봐주기를 [문화 전반]

깊은 내면 속으로 빠져드는 순간의 의미
글 입력 2022.06.24 1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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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고민에 대해 생각해본 적이 있다. 얼마전 누가 나에게 넌 고민이 있냐고 물어봤다. 어른들과 다르게 대부분의 어린이들은 고민이 없다는 글을 어디선가 보기도 했다. 내가 이런 고민을 하고 사는구나, 하고 항상 생각하면서 살지는 않으니 일상에서 그런 경험들을 하고 난 후에야 나의 고민이 무엇인지 생각했다.

 

딱히 큰 고민이 있다는 생각은 안했다. 보통 고민은 내가 어찌할 수 없는 외부적 상황들에서 온다고 생각하는데, 요즘 나를 힘들게 하는 외부적 요인은 없기 때문이다. 고민이랄 게 없는데도 내가 불안을 느끼는 이유는 나 때문이었다. 내가 조금 더 노력하면 할 수 있는 것들인데, 내가 더 노력하지 않음으로 인한 약간의 실패 또는 자기혐오에서 오는, 뭐 일종의 고민이라면 고민일 수 있겠다. 그러나 내가 좀만 더 열심히 하면 해결되는 것들이니, 고민이라고 하기도 부끄러웠다.

 

나름 자존감 높은 사람이라고 생각하며 살아왔는데, 갑자기 자기혐오를 느낀 이유. 그동안 굳게 믿어왔던 것을 부정당한다는 것은 가장 무서운 일이다. 심지어 다른 사람에게 부정당한 게 아니라 나 자신에게 부정당한 것이라면. 그동안 내가 걸어온 길이 모두 의미 없는 헛수고였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하면, 끝없는 우울 속으로 빠져버린다. 누구나 이런 순간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최근 내가 믿어오던 '나'라는 사람이 진짜 내가 아니었던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단순히 몇몇 경험만으로, '나는 이런 사람이야' 하고 치부해버리고 살아온 느낌이랄까. 낙관적 편향이라는 말이 있지 않은가. 세상을 좀 더 편하게 살기 위해서, 자존감을 높이기 위해서, 진짜 내가 아닌 나를 지금까지 좋아했던 것 같은 느낌이 문득 들어서 무서워졌다.

 

나는 부정적 평가를 매우 두려워 하는 사람이다. 그래서 한 번이라도 안 좋은 말을 듣게 되면(그것이 말하는 사람의 잘못이든 나의 잘못으로 인한 것이든), 며칠이고 몇 달이고 마음에 담아두는 편이었다.

 

그러나 그러면서 살다 보니 사는 게 너무 힘들었고, 의식적으로 좋은 말들만 많이 생각하고 기억하려고 노력했다. 그러니까 행복도는 높아졌지만, 이제는 내가 객관적으로 세상을 보고 있는 건지 의문이 들기 시작한다. 내가 지금 생각하고 있는 '나'는 인지적 편향의 결과였던 것이 아닐지.

 

그래서 지금까지 내가 나름 잘한다고 생각했던, 나의 강점이라고 생각했던 부분들에 대해서도 의문이 들었다. 그냥 칭찬 조금 받았다고, 남들보다 조금 더 낫다고 해서 정말 잘한다고 할 수 있는 걸까. 사람은 살면서 자연스럽게 비교를 하게 되는데, 내가 지금껏 특정 분야에서 나보다 잘하지 못하는 사람들만 보고 나를 우월하게 생각했던 건 아닐까. 사실 내 위에는 나보다 잘하는 사람들이 수없이 많은데 말이다.

 

내가 잘하고 좋아하는 것에서 삶의 의미를 찾던 사람이었는데, 그게 없어지니 끝없이 우울로 빠져드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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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나의 우울은 이런 생각들로부터 온다.

 

사람들마다 슬픔과 우울을 견디는 법, 이겨내는 법은 각기 다르다. 누군가는 부정적인 감정을 잊기 위해 자기도 하고, 매운 음식을 먹기도 하고, 활동적인 일들을 한다. 또 다른 이는 슬픈 노래를 들으며 원없이 울기도 한다.

 

나는 우울에 끝없이 빠져드는 편이다. 우울을 깊게 느낀다고 해야겠다. 누군가는 이해할 수 없겠지만, 우울에 대해 생각하고 또 생각한다. 내가 지금 정확히 어떤 감정을 느끼고 있는 건지, 이 감정은 어디서부터 온 것인지, 지금 무슨 생각들이 드는지. 이럴 때 보통 아무 노트나 한 권 편다. 그리고 생각나는 대로 두서없이, 섬광처럼 떠오르는 모든 생각들을 적어내려간다. 그렇게 내면 속으로 깊이 빠져든다. 그렇게 우울을 온전히 느끼고 난 후, 앞으로 무엇을 해나가야할지 생각한다.

 

내면 속으로 깊이 빠져들고 싶을 때, 생각들을 적어내려 가면서 듣는 노래들이 있다.

 

 

 

 


 

 

우울에만 빠져 다른 모든 것들을 놓치면 안되겠지만, 그래도 인생에서 우울을 느껴야 할 순간들은 분명히 있다. 우울을 느낀다고 해서 우울에만 매몰되어 있어도 안되고, 부정적 감정을 느끼면 안된다는 생각에 무조건적으로 솔직한 감정을 무시할 필요도 없다고 생각한다. 우울과 슬픔을 느껴야 행복과 기쁨이라는 감정이 무엇인지 알게 되고, 더 감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살면서 문득 피어오르는 우울이라는 감정을 무시하지 말고, 가끔씩은 내면 속에 깊이 빠져들어 그 감정도 소중히 들여봐주는 건 어떨까.

 

얼마전 아트인사이트로부터 좋은 글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을 받았다. 내가 어떤 글을 보고 좋은 글이라고 느꼈는지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보았다. 멋진 단어와 수려한 문장들로 이루어진 글도 좋다. 하지만 더 좋은 글은, 마음에 와닿는 글이라고 생각한다. 꼭 나와 비슷한 상황을 표현한 글이 아니어도, 공감이 되지 않아도 좋다. 그냥 그 글을 보고, 내 삶에 대해 또는 몸담고 살아가고 있는 사회에 대해 하나라도 생각할 지점을 주는 글이 ‘좋은 글’이라고 생각한다.

 

비록 이 글의 주제는 우울이지만, 이 글을 읽고 당신의 우울이든 행복이든 무엇이든 상관없으니, 당신을 돌아볼 수 있는 문장이 하나라도 있으면 좋겠다. 단 하나의 울림만 있어도 성공이다.

 

 

[최지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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