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청춘들이여, 실컷 걱정하고 실컷 행복하라 [음악]

안다, 프라이머리 – The open boat (2018)
글 입력 2022.06.12 0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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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안다’와 음악 프로듀서 ‘프라이머리’가 발매한 ‘Do Worry Be Happy’ 앨범이다. 이 노래가 나온 2018년은 내가 막 성인이 된 해다. 그래서 이 노래를 들을 때면 20살이 생각난다. 이 노래를 듣게 된 계기는 우연적이다. 거창하고 영화 같은 우연은 아니다. 그냥 멜론 앱을 켰을 뿐이고 앨범 표지에 적힌 문구를 읽었을 뿐이다. 푸른색과 갈색으로 덮인 볼 것 없는 앨범 디자인에 사선으로 적혀 있었다. 앨범의 노래는 총 4곡으로 ‘The open boat’, ‘Zeppelin’, ‘Dressroom’, ‘월명야(月明夜)’로 구성됐다.

 


Do Worry Be Happy

걱정하고 행복해라

 

 

일반적으로 우리에게 익숙한 ‘Don’t worry, be happy’와 다르다. ‘걱정하지 말고 행복해라.’라는 메세지는 아주 희망적이며 우리의 귀에도 익숙한 멜로디로도 존재한다. 과거 한 광고에서도 긍정적인 감정을 주기 위해 이 메시지를 이용했으며, 힘들지만 희망찬 미래를 기다리는 청춘 영화, 드라마의 단골 멘트로 나왔다. 지금은 다소 올드한 표현이지만 말이다. 오래된 만큼 머리에 오래 남고 하나의 답이 됐다.

 

청춘은 걱정하지 말고 행복해야 하는데, 라는 생각이 이 앨범 표지를 보고 딱 들었다. 더군다나 앨범 소개를 보면 청춘에서 느낄 수 있는 감정들을 담은 노래라고 한다. ‘걱정하고 행복해라’라는 모순적이며 새로운 표현이 명령처럼 다가왔고 마법처럼 느껴졌다. 그래서 그 노래를 들었고 4년이 지난 지금, 아직까지 나의 플레이리스트에 큰 자리를 차지하며 청춘의 근거가 됐다.

 

사랑, 좌절, 모험, 두려움, 희망, 혼란, 이별 등 누구나 겪었을 청춘의 감정들이 이 노래에 담겨있다. 청춘에 있어 긍정적이 감정만 있는 건 아니다. 한창 푸르기에, 처음이기에 낯설고 어렵고 실패를 반복한다. 이 감정들은 나에게 아직까지 현재 진행형이며 끝까지 안고 갈 나의 친구들이다.

 

생각해 보면 ‘걱정하지 말고 그냥 현재를 즐기고 행복하게 살아!’라는 말은 무책임하다. 물론 어쩔 때는 힘이 되는 말이기도 하지만 말이다. 하지만 그게 마음처럼 쉬울까. 그건 비단 청춘들만이 아니다. 학생들이 걱정하듯이 직장인들도 걱정하며, 직장인들이 걱정하듯이 어머니와 아버지, 할머니와 할아버지가 걱정한다. 그 걱정에 기인해서 열심히 노력해서 일궈낸 행복들이 ‘걱정하지 말고 그냥 행복하라’는 메시지로 무시당하는 느낌이 든다.

 

 

엄마는 쉽지 않은 여행이라 했어

너도나도 바보같고 똑같이 취해

거꾸로 달려가고 미친 듯이 헤매여도

가보자 지금 잡은 손에 힘 꼭 쥐고

 

 

노래 ‘The open boat’에서 나온 가사다. 앨범 제목과 가장 잘 어울리는 노래라고 생각했다. 노래 제목도 열려 있는 보트로, 망망대해에 뭐 하나 가린 것 없는 보트가 나의 모습과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주 넓고 복잡한 사회에 뭐 하나 가진 것 없이 던져진 나의 모습이 떠오른다. 걱정할 수밖에 없다. 내가 타고 있는 이 초라한 배마저 뒤집히면 어쩌지, 길을 잃으면 어쩌지, 밤이 되면 어쩌지.

 

사실 사회라는 바다에 배를 끌고 나간 건 내가 자처한 일이다. 엄마도 말했다. 서울은 힘들 거라고 수능이 끝난 후 말했다. 그래도 무엇이든 해낼 수 있다는 생각에 비행기를 타고 서울로 올라왔다. 쉬운 건 없었다.

 

물론 그건 지금도 마찬가지다. 쉬운 건 없었고 앞으로도 없을 것이다. 여행도 비슷하다. 여행을 준비하고 돌아오는 여정은 너무 힘들다. 하지만 그 사이 즐겼던 순간들은 너무 값지고 행복하다. 지금 나는 너무나도 힘든 준비과정을 거치고 있으며 이제 즐기는 순간들이 찾아올 것이다. 물론 다시 돌아오는 길은 힘들 테지만 말이다.

 

힘든 과정 없는 여행은 없듯이 걱정 없는 행복은 없다. 그래서 마음껏 걱정하기로 했다. 앨범 제목의 ‘Do Worry Be Happy’가 어느 순간 ‘걱정해라’라는 명령이 아닌 ‘걱정해도 된다’라는 권유로 느껴지기 시작했다. ‘힘들 땐 울어도 돼’라는 위로와 비슷하다. 걱정을 부정하지 않기로 했다. 애써 괜찮고 행복한 삶으로 ‘조작’하지 않고 그 순간의 감정에 솔직해지기로 했다. 그게 걱정이든 행복이든 슬픔이든 사랑이든 이별이든. 너무 힘들어서 잠시 헤매고 거꾸로 달려가도 그 감정을 가진 채 손에 힘을 주기로 했다.

 

 

불안한 우리의 이 순간들도

밤이 지나듯 다 사라질거야

멈추지 말고 계속 나아가자


 

그러다 보면 실컷 걱정했듯이 실컷 행복할 수 있지 않을까? 그 마음은 또 실컷 사랑했듯이 실컷 이별할 수도 있다는 걸 인정하는 것이고, 실컷 성공했듯이 실컷 실패할 수도 있다는 걸 인정하는 것이다. 밤이 지났으니 또다시 밤이 찾아오겠구나, 하며 겸허히 걱정을 받아들이는 것이다.

 

누군가가 걱정하지 말라고 말할 때 나는 걱정하라고 말하고 싶다. 정 없어 보이고 ‘너 혹시 MBTI T야?’라는 말을 들을지 모르겠다. 그저 그 사람의 걱정이라는 솔직한 청춘의 감정을 무시하고 싶지 않다. 걱정을 실컷 토해내면서 뭐 하나 덮을 거 없는 보트로 여행을 떠났으면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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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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