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와인의 세계를 엿볼 수 있는 책 - 그림을 닮은 와인 이야기 [도서]

와인과 그림은 삶을 더 윤택하게 해주는 도구!
글 입력 2022.06.10 0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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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술을 좋아한다.

 

술자리의 분위기와 술을 마시고 나누는 대화의 그 온도가 좋다. 그리고 향이 좋은 술을 천천히 음미하고 있으면 왜인지 성공한 기분이 들기도 한다. 모든 것이 그렇듯, 술도 과하게만 좋아하지 않는다면 참 좋은 친구다. 조금만 마셔도 행복을 더 행복하게 느끼도록 해주는 감정의 기폭제 같은 역할을 해주니까, 어떻게 보면 삶을 좀 더 다채롭게 만들어주는 도구이기도 하다.

 

갓 성인이 됐을 무렵에는 무조건 소주만 마셨던 기억이 있다. 지갑 상황도 상황이거니와 발효주를 마시면 그렇게 금방 졸릴 수가 없었다. 또 술을 애매하게 마시면 졸리니까 오히려 확 취하자는 마음으로 주량보다 더 마셨던 기억이 많다. 술을 먹는 그 순간은 너무나도 즐거웠지만, 마시고 난 다음 오는 숙취가 괴로웠다. 그렇지만 술은 나에게 일종의 일탈행위이자 팍팍한 삶의 해방구 같은 것이였기에 뗄레야 뗄 수 없는 사이였다.

 

와인을 먹기 시작한 지는 얼마 되지 않았다.

 

그 당시 나의 술 취향은 소주나 위스키 같은 독주 타입이었기에, 집에서 부모님과 함께 마시는 와인은 왜인지 함께 먹고 싶지가 않았다. 본격적으로 와인을 먹게 된 것은 휴학 후 아르바이트로 돈을 조금 더 벌기 시작하면서였던 것 같다. 아무래도 와인은 학생 신분으로 시켜먹기엔 비싼 술이기도 했고, 접해볼 기회도 많지 않았기에 쉽게 도전하지 못했던 술이었다. 굳이 와인을 먹은 적을 꼽으라면, 아주 짧게 다녀온 유럽 여행에서 식사를 할 때마다 시켜먹었던 시절 뿐이였을 정도로. 아무튼 와인에 문외한이었기에, 입문한답시고 저렴한 와인을 파는 가게에 가서 레드와 화이트를 잔으로 여러 잔 시켜 먹던 기억이 난다. 그렇게 와인의 맛과 향에 빠지다 보니, 유튜브에 와인에 대해 검색해보기 시작했다. 또 여행에 가서 현지 와인을 맛보기도 했다. 점점 '와인'이라는 술과 그 문화에 관심을 두게 된 것이다.

 

좋아하는 걸 더 잘 즐기기 위해서는 공부가 필수라고 생각한다. 세상을 선명하게 바라보기 위해서 쓰는 안경같은 것이랄까. 세상에 존재하는 것들을 더 자세히 알게 되면서 얻는 즐거움은 생각보다 꽤나 짜릿하다. 술도 마찬가지다. 그냥 술을 마시는 것보다는 그것에 얽힌 수많은 이야기들과 술 자체의 지식에 대해 나누며 마시는 것이 훨씬 즐겁고, 그 맛 또한 배가 될 거다.

 

그래서 대학교 마지막 학기 교양수업으로 와인과 관련된 수업을 들었다. 다들 취업에 유리한 교양을 배워야지 영상으로도 충분히 공부 가능한 영역을 왜 돈주고 듣냐고 말했지만 좋아하는 걸 깊이 있게 배워보고 싶었다. 좋아하는 걸 하니, 집중도 잘 되고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으로 열심히 임했던 기억이 난다. 와인의 역사부터 맛에 대한 설명까지, 수업을 통해 와인에 대한 흥미를 본격적으로 붙이는 계기가 되었다.

 

그리고 그로부터 2년 뒤인 2022년, 나는 오랜만에 와인을 잘 설명한 책을 만나 다시 한 번 공부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그림을 닮은 와인 이야기_표1(앞표지).jpg

 

 

『그림을 닮은 와인 이야기』는 입문자에게 쉽고 재미있게 와인과 미술을 동시에 알려주는 책이다. 일종의 가이드북 같기도 하다. 술을 잘 모르는 사람이나, 잘 마시지 못하더라도 즐겁게 읽을 수 있다. 인문학적 소양을 쌓을 수 있는 것은 덤이다.


 

와인과 미술을 즐기고 싶지만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모르는 사람들을 위한

와인 & 미술 동시 입문서

 

와인을 알지 못해도, 미술에 대한 지식이 부족해도, 술을 마시지 않는 사람이더라도 볼 수 있는 책이다. 저자가 프랑스에서 와인을 공부하고, 10년간 미술관 투어를 진행한 입담으로, 흥미진진하게 와인과 미술을 엮었다.

 

이 책은 가장 기초적인 와인 용어부터 외래어로만 들린 와인 생산지와 포도 품종까지, 뭔지 정확히 알지 못했던 와인 용어를 알아들을 수 있게 해준다. 또한, 공통된 가치와 감정이 느껴지는 와인과 미술 작품을 조화, 사랑, 위로, 신념, 변화 등 36개 키워드로 담아냈다. 그래서 와인 따로, 미술 작품 따로 접할 때보다 더 풍부하게 볼 수 있고, 쉽게 기억된다. 더불어 와인과 관련된 장면이 담긴 명화와 예술가의 작품이 실린 와인 라벨도 소개한다.

 

이 책 한 권으로 쉽고 풍성하게 와인과 미술을 맛보자!

 


처음 책을 접했을 때의 느낌은 하나의 도록같다는 생각이었다. 와인과 명화를 엮어 설명해주니 훨씬 흥미도 붙고, 즐거운 기분이 들었다. 인문학을 공부하는 기분이었다. 술과 그림은 아주 오래 전부터 우리의 삶과 뗄레야 뗄 수 없는 사이라서 더욱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

 

사실 우리가 와인을 어려워하는 이유는 떼루아나 디켄팅, 포도 품종에 따른 맛의 차이 등 조금 공부를 해야 알 수 있는 영역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하는데, 책은 친절히도 그런 것들에 대해 설명해주고 있다. 또한 각 키워드에 맞춰 그림에 담긴 비하인드 스토리와 함께 유명한 와인까지 함께 소개해줘서 '언젠가 저 그림을 보며 말해준 와인을 마셔보고 싶다.'는 욕구까지 들게 한다.

 

스토리텔링이 중요하다고들 하는데, 이 책은 사실을 전달하는 책이지만 그런 점에서도 아주 탁월하다. 어떤 인물이 사랑하는 와인 이야기라던가, 와인 자체에 얽힌 이야기, 필록세라라는 병충해로 인해 포도나무가 죽게된 사연 등을 읽을 때는 소설을 읽는다는 기분이 든다. 또 와인과 얽힌 이야기를 하며 당시의 문화나 사회적인 이야기까지 함께 접할 수 있어서 마치 역사책 같기도 하다.

 

책 속에서 재밌게 읽었던 '변화' 키워드와 관련된 이야기가 인상 깊었다. 와인 라벨의 진화에 대한 이야기였다. 유명한 와인 중 하나인 보르도 지역 와인인 '샤토 무통 로칠드'는 예술과 가장 밀접하고 함께 발전해나가는 대표적인 와인인데, 해마다 시대를 대표하는 예술가들과 협업하여 라벨을 디자인하며 예술적 가치를 더하고, 브랜드의 가치를 끌어올리고 있다고 한다. 그렇다고 해서 단순히 마케팅의 문제가 아니라고 한다. 와인은 품질도 훌륭해서 보르도의 와인 등급인 그랑 크뤼 클라셰 1등급인 명성 높은 와인이기 때문이다. 처음부터 이런 것은 아니였다고 한다.

 

이야기는 1855년 파리 만국 박람회로 거슬러 올라간다. 앞서 말한 등급에 따라 와인의 가격이 달랐는데, 당시 보르도의 그랑 크리 클라셰 1등급 와인은 현재 가치로 1만 프랑 즉 한화 1400만원 정도의 값어치였기에 단 4가지의 와인 뿐이였다고 한다. 무통 로칠드가 1등급으로 인정받게 된 것은 1973년이였는데, 여기에는 바롱 필립 드 로칠드라는 인물의 노력이 컸다고 한다.

 

예전에는 보통 와인을 큰 통에 담아 판매했는데, 이 때문에 중간 업자가 와인의 숙성과 병입을 전담했다고 한다. 이것의 가장 큰 문제는 좋은 창고를 모든 네고시앙 (중간 업자)이 가지고 있지 않은 것뿐만 아니라 와인을 섬세하게 다루지 않아 좋은 품질의 와인을 소비자들이 만나기 힘들었다는 점이였다.

 

문제점을 정확히 간파한 바롱 필립은 샤토에서 바로 병입하여 팔기 시작했고, 라벨에 그 문구를 새겨 넣었다. 이것은 당시로서 혁신적인 방법이었으며, 큰 성과까지 얻게 되었다. 이 영향으로 보르도와 프랑스 전역을 넘어 전 세계 와인 생산자들이 대부분 직접 병입을 하게 된다.

 

바롱 필립은 와인의 출처 및 품질을 보증하는 라벨에도 신경을 쓰게 된다. 직접 병입을 하다보니 디자인적 요소도 차츰 고려하게 된 것이다. 그리하여 그는 1924년 그래픽 디자이너에게 의뢰해 라벨을 디자인 하고, 1945년에는 예술가에게 의뢰하여 제 2차 세계대전의 승리를 뜻하는 표식을 새겨 넣게 된다. 이후, 매해 당 대를 대표하는 예술가들의 그림으로 라벨을 장식하게 되었다.

 

보르도의 와인 등급은 1855년 제정된 이래로 딱 2번의 변화가 있었는데, 그 중 하나가 무통 로칠드 와인 등급의 승격이다. 또한 무통 로칠드에서 처음으로 와인의 라벨을 디자인하기 시작했다. 이렇게 와인 하나에 얽힌 이야기를 "변화"라는 키워드를 통해 풀어냈다는 것이 흥미로웠다. 이해도 잘 되고, 어떤 와인을 설명하면서 와인의 역사까지 어렵지 않게 짚고 넘어갈 수 있다는 점이 독자로서 가장 좋았던 것 같다.

 

해마다 대한민국의 와인 소비량이 늘고 있다. 보기 어렵던 와인이 이제는 편의점에서도 손쉽게 구할 수 있는만큼, 앞으로 와인을 즐기고 논하는 자리가 많아지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런 관점에서 이 책은 당신이 개인적으로 와인을 마실 때나 사람들과 함께 하는 자리에서 인도자 같은 역할을 수행할 수 있게 해줄 지도 모르겠다. 언젠가 지인들과 와인 마시는 자리서 나의 사람들을 더 행복하게 만들어줄 수 있는 책,  『그림을 닮은 와인 이야기』다.

 

 

[강윤화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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