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나를 외면하는 너 [음악]

글 입력 2022.05.31 0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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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너와 다르다. 그러나 나는 너를 이해하려고 노력한다. 끝없이 먼 감정의 극단에 있을 때도 너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나를 죽이고 너의 이야기에 빙의했다. 그렇게 나는 나를 너에게 끼워 넣었고 너와의 대화에서 나라는 사람은 점점 사라져갔다.

 

너뿐만이 아니다. 날 사랑한다고 여겼던 거의 모두에게 그랬다. 애처로운 눈빛으로 날 연민하겠지만, 사실 난 불행하지 않았다. 각자가 가진 퍼즐 조각은 단번에 딱 맞는 법이 없고 꼭 하나는 접거나 찢어야 한다는 걸 알기에, 내가 사랑하는 너희들이 다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서 스스로를 잘라낸 거였다. 그게 마음 편했고, 너희들은 그럴 가치가 있을 정도로 소중한 사람들이라 여겼다. 희생을 알아주길 바라는 건 아니어도, 적어도 내가 너희의 한 구석 정도는 차지하고 있을 줄 알았다.

 

나는 사교성이 좋아 누구와도 언제든 친해질 수 있는 그런 사람이 못 된다. 외모가 특출나게 예쁘지도 않아 가만히 있어도 사람들이 다가오는 타입도 아니다. 한마디로, 인기가 많은 사람은 아니다. 그러나, 아니 그래서 넓은 인간관계를 만드는 것보다 주위의 몇 명을 깊이 사귀는 게 좋다. 좋은 사람들과 함께 있다면 그 수에 상관없이 행복할 거라 믿었고, 주위 사람들이 많진 않았기에 각자에게 최선을 다해 애정을 쏟았다.

 

그래서 나는 너희에게 누구보다 빨리 달려가고, 누구보다 먼저 너희의 이야기를 듣고, 누구보다 큰 위로가 되어주고 싶었다. 그래서 너희를 많이 들었고, 많이 생각했다. 함께 있지 않은 순간에도 너희의 상처와 고민을 함께 하려 노력했다. 아니, 너희를 사랑하니까 그럴 수밖에 없었다.

 

내 시간은 온전히 내 주변 너희들의 것이었다. 다시 말하지만, 얼만큼을 줘도 아깝지 않을 만큼 좋은 사람들이라 여겼기에 억울하지 않았다. 온전히 나의 선택이었고(그러면서 이런 말을 주저리주저리 하는 것도 웃기지만,) 특별한 존재가 되고 싶은 욕망이었다.

 

진실을 알게 된 건 모든 게 무너져내릴 때였다. 가장 힘든 순간에 내가 얼마나 어리석게 너희에게 나를 바쳐왔는지 느꼈다. 나의 가장 아픈 순간을 너희는 외면했다. 내가 선택해서 소중한 너희의 고민거리를 들어주는 것이 아니라 너희에게 나는 항상 들어 줘야 하는 사람으로 각인되어 있다는 것을, 나의 아픔을 알면서도 너희의 짜증만을 토로하는 순간에 깨달았다.

 

점점 커져만 갔던 마음의 공허함이 그 모습을 드러내고 자신의 존재를 낮게, 그러나 끊임없이 귓가에 읊조렸다. 내가 사는 세계는 각자가 소우주를 이루고 사는 곳이 아니라, 누군가는 다른 이의 주변을 빙빙 맴돌기만 하는 위성일 수밖에 없는 곳이었다. 끔찍하게도 위성인 주제에 행성인 줄 착각하며 너희들에게 한 번쯤은 날 위해 움직여주길 바랄 뻔했다.

 

곰곰이 생각했다. 내가 주변 이들에게 이상적인 것을 바라나, 내가 지금 너희에게 생색을 내며 이기적으로 굴고 있는 것인가. 그러나 아무리 생각해봐도 난 너희에게 많은 것을 바라지 않았다. 바란다고 하기도 민망할 정도로 나를 존중한다면, 너희가 말하는 그 우정이라는 게 실재한다면 당연히 했을 작은 것들을 생각했을 뿐이다. 또다시 너희와의 관계를 고민하다 나를 갉아먹을 뻔했다.

 

세 번째 말하지만, 나는 이 관계의 실체를 알기 전까지 하나도 힘들지 않았다. 그런데 우리 관계에서 나의 존재와 나의 마음은 매번 지워지고 있다는 걸 알게 된 지금은 후회가 막심하다. 너희에게 쏟을 시간에 더 소중한 것을 돌볼걸, 너희를 사랑하기 이전에 나를 먼저 사랑할걸, 언제든지 터놓고 이야기할 수 있는 만만한 사람이 아니라, 조금 어렵더라도 존중받는 사람이 될걸하는 생각이 머릿속을 계속해서 맴돈다.

   

*

 

난 이미 너무 많은 것을 잃은 것 같다. 아니, 애초에 없었던 걸 있다고 착각했던 것 같다. 결국 이 상실감은 또 나의 잘못이다. 

 

 

 

(노래를 듣고 떠오른 상상과 주관적인 감상을 독백의 형식으로 풀어낸 글입니다.)

 

 

 

김서윤.jpg

 

 

[김서윤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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