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Poetic AI [미술/전시]

글 입력 2022.05.23 0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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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etic AI. 참 이질적인 두 단어의 조합이다. 감정을 가지지 않는 AI에게 시적이라는 칭호를 붙이다니, 한편으로는 과감하다고 느껴지기도 한다. 티켓 사이트에서 처음 이 전시 제목을 마주했을 때 오직 예술에서만 이러한 단어의 조합이 허용될 거라는 생각을 하며 예매 버튼을 눌렀던 기억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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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람일을 기다리던 중, ‘포에틱 AI’와 같이 상영되는 ‘반 고흐 인싸이드 더 씨어터’를 함께 관람해도 된다는 주최측의 문자를 받았다. 그래서 얼떨결에 티켓 한 장으로 두 개의 전시를 볼 수 있게 되었다.

 

이 글은 교차 상영되는 두 전시에 대한 간결한 소감문이자 표를 살까 망설이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써 내려가는 후기이다.

   

 

 

포에틱 AI


 

다양한 학문 분과와 AI를 접목시킨 이 전시는 크게 3개의 챕터로 이루어져 있다. 1챕터인 ‘AI의 시적 여정’에서는 빛과 공간, 시간에 관한 수천 권의 책과 기사를 AI가 분석하여 예술적으로 변형시킨 영상이 재생된다. 수식과 함수 등이 섬광과 교차되며 만들어내는 정보의 재구성은 과학을 접목한 전시에서만 볼 수 있는 특이한 광경인 것 같아 매우 흥미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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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챕터인 ‘AI로 만나는 레오나르도 다빈치’에서는 다빈치의 드로잉과 이후 르네상스 이탈리아 작가들의 작품들을 3D로 구현하거나 입자로 해체하는 듯한 영상이 재생되었다.

 

이전의 챕터에서 생경한 장면들만 보다가 익숙한 예술작품들을 보니 반갑기도 하고, 주의가 환기되는 느낌이 들어 1,2챕터의 구성을 굉장히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만, 두 챕터 모두 어떠한 방식으로 구현한 것인지에 대한 설명은 부족해서 눈앞에 나열되는 데이터 혹은 물감 입자의 향연이 정확히 무엇을 의미하는지 의뭉스러웠다.

 

마지막 챕터는 AI가 본 고대 유적지, 현악기 등 음악의 요소들에 대해서 보여주었는데, 전시 개요와 살짝 다른 부분이 있는 것 같고 설명이 너무 빨리 지나가서 정확히 어떤 내용인지는 파악하기가 어려웠다.

 

전시를 보면서 인간의 고유 영역이라고 여겼던 예술조차도 AI가 점점 침범하기 시작한 것인지 고민이 들었다. 오늘 본 전시에서는 주제마다 영상의 형식이 매우 달랐는데, 만약 이처럼 AI가 입력한 데이터를 자유자재의 형태로 바꾸고 나름의 창의성을 넣어서 표현할 수 있다면 AI도 엄연한 창작 주체로 인정해줘야 하는 걸까?

   

 

 

반 고흐 인싸이드 더 씨어터


 

반 고흐의 작품은 유독 많이 여기저기 복제되어 걸려있고, 문화 상품으로도 많이 제작되어 있는 것 같다. 그래서인지 나조차도 그의 그림에 조금은 무뎌져 그저 ‘아름답다’라는 감정만 느낄 뿐 표현 기법을 뜯어보거나 주제를 고민해보거나 그 배경에 있는 고흐의 생애를 더욱 알아보려 하지 않았던 것 같다.

 

그런 우리에게 반 고흐의 생애와 시기별 대표작들을 엮어 40분의 미디어아트로 구현한 이 전시는 작품을 통해 반 고흐를 느낄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 준다.

 

정지해 있는 그림이 아닌 직육면체의 방 모든 면에 펼쳐지는 그림 속 풍경을 접하는 경험은 그가 실제로 봤던 풍경이 무엇인지, 그가 주목하고자 했던 게 무엇인지 생생하게 느끼게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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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한편으로는, 아이러니를 느끼게도 한다.

 

우리가 반 고흐의 대표작으로 알고 있는 ‘별이 빛나는 밤’은 정신병원에 있던 비참한 말년에 그려진 것이고, 반 고흐의 사랑을 반대하며 그와 갈등을 겪던 부친의 죽음 이후 힘든 마음을 이겨내기 위해 작품 창작에 몰두하다 만든 작품이 ‘감자 먹는 사람들’이라는 설명을 보면서는 우리가 수작이라고 여기는 작품들을 그저 미학적인 관점에서만 바라보는 것이 맞는지 의문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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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삶의 마지막 순간에도 그림을 그리지 못할까 두려워했던 반 고흐, 말년까지도 자신의 삶을 불행하다 여긴 반 고흐를 통해 그의 삶에서 예술이란 무엇일까, 인생이란 무엇일까 하는 한 차원 높은 생각이 들기도 한다.

 

사랑하는 일을 강박적으로 많이 해야 했던 이유는 무엇이고, 마지막 순간까지도 자신에게 가장 우선이었던 일을 하면서도 삶에 대해 비관적이었던 반 고흐의 모습을 보며 우리는 무엇에 초점을 두고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가를 깊게 고민해보게 한 전시였다.

 

 

[김서윤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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