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가장 좋아하는 계절, 봄과 여름 사이를 채우는 playlist [음악]

사랑에 빠지기 좋은 계절
글 입력 2022.05.11 1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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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가장 좋아하는 계절은 봄과 여름 사이, 늦봄 혹은 초여름이라고도 할 수 있는 바로 지금 이 계절이다.

 

봄과 여름 사이가 좋은 이유는 간단하다. 산책하기 딱 좋은 계절이기 때문이다. 덥지도 춥지도 않은 적당한 온도를 가진 계절. 거리 곳곳이 어린 연둣빛으로 물든 이 계절에는 어디로 발걸음을 옮기든 싱그러운 생명력이 느껴진다. 완연한 여름이라기엔 저녁이면 꽤 선선해서 겉옷을 챙겨 입어야 하는, 해가 조금씩 길어져 다양한 색을 가진 저녁 하늘을 오래오래 볼 수 있는 이 계절을 사랑하지 않을 수 없다.

 

걸을 때는 나를 둘러싸고 있는 자연과 도시가 내는 그대로의 소리를 들으며 걷는 것도 좋아하지만, 노래를 듣는 것도 좋아한다. 좋은 노래는 그 계절과 시간을 더 오래 기억하게 하고 내 산책에 감칠맛을 더해준다.

 

그래서 이번 기고에서는 내가 가장 사랑하는 계절의 배경음악이 되어주는 나의 플레이리스트를 꺼내어보고자 한다.

 

 

 

푸르른 이 계절을 닮은 사랑, 권진아 'Silly Silly Love'


 

 

 

"나의 반짝 여름날 어린 사랑

피고 지는 평범한 이야기"

 

"흐드러진 나무 아래 불어오는 바람

어루만져 주던 서로의 흉터

소담스럽던 여름 꽃 이제는 향기도 없이

푹 고개를 숙였을까"

 

권진아 - Silly Silly Love, [Pink!]

 


권진아의 목소리는 가을을 닮았다. 데뷔 후 인기를 얻었던 곡들이 대체로 사랑의 시작보다는 ‘끝에 가까워진 혹은 이미 끝난 사랑’ 이야기를 담고 있었기 때문인지 나는 그녀의 목소리가 싱그러운 에너지가 느껴지는 봄보다는 차분하고 약간은 쓸쓸하기도 한 가을을 많이 닮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간 발매한 노래와 여러 콘텐츠를 통해 그녀는 아련하고 무거운 발라드 외에도 락 요소가 가미된 발라드, 디스코 팝, 알앤비/어반 등 다양한 장르를 넘나들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권진아는 가을뿐만 아니라 사계절을 다 그녀의 것으로 만들 수 있는 매력적인 음색과 탄탄한 가창력 그리고 송라이팅 능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증명하며 계속해서 성장해 나가고 있다.

 

그런 그녀가 얼마 전 봄과 여름 사이의 계절감을 한껏 느낄 수 있는 디지털 싱글 [Pink!]를 발매했다. 사심을 담아 앨범에 수록된 세 곡 모두 들어 보기를 추천한다.  그중에서도 하나를 꼽아보자면 나의 원픽은 'Silly Silly Love'이다.

 

물 흘러가듯 부드러운 멜로디와 꽤나 직설적인 가사가 어우러진 흥미로운 곡이다. 노래 속 화자는 푸르른 이 계절을 닮은 풋풋한 사랑, ‘나의 반짝 여름날 어린 사랑 눈부시게 어여쁜 이야기’ 을 회상한다.  비록 그에게 그 어린 사랑의 상대는 마냥 좋은 기억으로 남아있는 것 같지는 않다. 잔잔한 멜로디 속에 옛사랑에게 남은 애증의 감정이 담긴 ‘fxxkin stupid’, ‘fxxkin hate you’와 같은 가사가 이 곡의 매력을 더한다.

 

‘흐드러지는 나무 불어오는 바람’을 느끼며 이 노래를 듣고 있으면 초여름의 기운에 취해 지나간 나의 어린 날 어린 사랑을 추억하게 된다. 지나간 나의 멍청한 사랑도 미화되기 딱 좋은, 짧고 아름다운 이 계절을 이 노래와 함께 와락 껴안을 수 있길 바란다.

 

 

 

지친 일상을 뒤로하고 떠나는 초여름 날의 드라이브, 루시 'Straight Line'


 

 

 

루시는 JTBC 슈퍼밴드라는 프로그램에서 결성되어 준우승을 차지한 밴드로, 신예찬(바이올린), 최상엽(보컬, 기타), 조원상(프로듀싱, 베이스), 신광일(드럼, 보컬) 네 명의 멤버로 이루어져 있다.

 

지금까지 루시가 낸 앨범의 커버 이미지만 모아봐도 어렴풋이 짐작할 수 있듯 이들이 만드는 음악은 대체로 밝은 에너지가 흘러넘친다. 그래서 나는 아침 출근 길이나 운동할 때 혹은 공부 시작 전처럼 나의 기분과 에너지를 한껏 끌어올리고 싶을 때 루시의 노래를 자주 듣는다. 이들의 노래를 듣고 있으면 내 뜻대로 되는 게 하나 없는 날도 힘을 내서 살아갈 수 있게 하는 산뜻하고 밝은 기운이 전해진다.

 

봄여름은 루시가 가진 이미지와 에너지가 더욱 빛을 발하는 계절이다. 이 계절에 어울리는 루시의 곡은 아주 많지만 그중에서도 내가 추천하고 싶은 노래는 초여름 의 드라이브를 떠나고 싶게 하는 곡 'Straight Line'이다.

 

도입부의 중독성 있는 베이스라인이 귀를 쫑긋하게 한다. 쉽게 흥얼거리기 좋은 리듬감 있는 멜로디와 사이다처럼 톡 쏘는 보컬이 만나 청량한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우린 어디로 떠나든지

Run hand in hand all day

끝에 뒤돌아보면

지나온 길은 선물이 될 거야"

 

 루시 - Straight Line, [PANORAMA]

 

 

바쁘고 지친 일상을 뒤로하고 떠나보자고 누군가가 나에게 손을 내민다. 나는 그 손을 덥석 잡고 지친 일상을 뒤로 한 채 차에 올라탄다. 길게 뻗은 도로 위를 달린다. 열린 창문으로 들어오는 바람이 내 얼굴에 닿을 때 커다란 해방감을 느낄 수 있다. 이 순간만큼은 얽매여 있던 현실을 잊는다. 숨구멍이 트인다.

 

새로운 도전 앞에서 머뭇거리는 사람에게 산뜻한 용기와 힘을 건네준다. 우리 앞에 펼쳐진 이 길, 너무 신중할 필요 없이 일단 달려보자고, 내가 너와 함께 달릴 거라고. 그렇게 함께 달리다가 뒤돌아봤을 때 우리가 지나온 길은 모두 의미 있는 선물이 될 거라고 말한다.

 

어쩔 수 없이 해야 하는 것들 투성이인 세상 속에서도 꾸준히 희망을 노래하는 루시에게 끌리는 건 너무 자연스러운 일이다. 본인들만의 색깔이 잘 묻어나는 곡들을 부지런히 만들고 에너지 넘치는 무대를 보여주며 성장해 나가는 이 밴드가 앞으로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기대가 된다.

 

 

 

잊고 있던 낭만을 불러일으키는, 마로니에 '칵테일 사랑'


 

 

 

곡 제목과 가수 이름은 몰라도 어렸을 때부터 TV프로그램에서 많이 흘러나왔던 노래라 익숙해서 무의식중에도 종종 멜로디를 흥얼거리곤 했었다. 아주 최근에서야 곡의 시작부터 끝까지 가사에 집중해서 듣게 된 후 이 노래가 이렇게나 낭만적인 노래였다는 것을 알고 자주 찾아 듣게 되었다.

 

 

"마음 울적한 날엔 거리를 걸어보고

향기로운 칵테일에 취해도보고

한편의 시가 있는 전시회장도 가고

밤새도록 그리움에 편질 쓰고파


모차르트 피아노 협주곡 이십일번

그 음악을 내 귓가에 속삭여주며

아침 햇살 눈부심에 나를 깨워줄

그런 연인이 내게 있으면

나는 아직 순수함을 느끼고 싶어

어느 작은 우체국 앞 계단에 앉아

프리지아 꽃향기를 내게 안겨줄

그런 연인을 만나봤으면"

 

마로니에 - 칵테일 사랑, [마로니에3]

 

 

내가 태어나기도 전에 만들어진 혹은 그때를 배경으로 하는 로맨스 장르의 영화나 드라마를 보면 투박하고 유치하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지금보다 단순한 것에 기뻐하고, 사랑에 빠지면 그 누구보다 열정적으로 사랑을 하는 순수한 모습이 신기하고 또 부럽기도 하다.

 

이 곡을 들으면서도 지금은 쉽게 느낄 수 없는 순수한 낭만이 낯간지럽게 느껴짐과 동시에 내가 느껴보지 못한 것에 대한 아쉬움도 함께 따라왔다.

 

바쁘게 굴러가는 일상 속에서도 낭만을 잃지 않는 사람이고 싶다. 틈을 내어 책을 읽고 영화를 보고, 감동받고 마음껏 울어보고도 싶다. 길을 걷다가 우연히 마주치는 것들에도 마음껏 기뻐하고, 흘러가는 생각들을 붙잡아 글로 적어 내려가는 시간들이 얼마나 귀한 줄 알면서도 내 일상의 우선순위에서 점점 밀려 내려가는 것 같아 속상할 때가 많다.

 

현실의 틈바구니 속에서 점점 메말라가는 나에게 잠시나마 초여름 날의 낭만과 사랑을 꿈꾸게 해준 이 곡이 당신에게도 잊고 있던 소중한 무언가를 불러올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마로니에의 '칵테일 사랑'을 추천한다.


*

 

이 글을 읽는 여러분들도 이 곡들과 함께 봄을 잘 보내주고 여름의 문을 활짝 열 수 있는 시간이 되기를 바라며 나의 플레이리스트 소개를 마친다.

 

 

[정민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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