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왕가위라는 장르, 중경삼림 [영화]

왕가위 입문자의 지극히 주관적인 감상
글 입력 2022.05.06 0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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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20일, '중경삼림 리마스터링'이 재개봉했다.

 

좋아하는 사람들이 참 많은 왕가위 감독의 영화를 아직 한 번도 봐보지 못했었기에, 이번 기회에 꼭 봐야겠다는 마음을 가지고 영화관에서 보고 왔다.

 

처음 접하는 왕가위 감독의 영화였고, 평소 홍콩 영화를 자주 보지 않았었기에 완전히 백지(?)의 시선으로 본 작품이었다. 아직 영화 해석도 보지 않았는데, 일단 영화를 처음 보고 난 후 오로지 나만의 시선으로 본, 지극히 주관적인 감상들을 적어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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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달 마지막주 수요일인 무비스페셜데이라서 5000원에 영화 티켓을 예매할 수 있었다. 그에 더해 워낙 팬이 많은 영화라 매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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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대사가 뇌리에 깊게 박혔다.

 

매일 수많은 사람들과 스쳐 지나가지만, 그중 자세히 아는 사람들은 거의 없다. 그러나 때때로 친구가 되기도 한다. 방금 이 여자와 0.01cm의 거리를 두고 스쳤다. 그리고 나는 이 여자를 57시간 후 사랑하게 된다.

 

지금껏 본 영화들 중 가장 인상깊은 오프닝 다섯 손가락 안에 들지 않을까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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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는 두 개의 로맨스 이야기로 이루어져 있다.

 

첫번째 이야기는 만우절에 이별 통보를 받은 경찰 223과 금발머리 마약 밀매상 여자의 에피소드다. 경찰 223은 여자친구의 말이 사실이 아니길 바라며 자신의 생일인 5월 1일이 유통기한인 파인애플 통조림을 사고, 그때까지 여자친구의 연락이 없다면 그녀를 잊기로 결심한다.

 

금발머리 마약밀매상은 날이 화창해질 수도 있고 갑자기 비가 올 수도 있다며, 항상 레인코트를 입고 선글라스를 쓰고 다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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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에서 가장 인상깊었던 것 중 하나는 노래였다.

 

노래가 영화 특유의 분위기를 만드는 데 매우 큰 역할을 한다고 느꼈다. 분명 홍콩 배경의 영화인데, 영어 가사의 팝송이 깔리니까 굉장히 새로운 느낌이었다. 처음에는 인지부조화가 느껴졌지만, 노래들이 영화 분위기와 매우 잘 맞고 장면 하나하나를 떠올릴 때마다 그때 함께 나온 노래들이 같이 떠올랐다.

 

임청하가 레인코트를 입고 선글라스를 낀 채 어두운 홍콩의 도로를 걷는 장면에서 Dennis Brown의 Things In Life가 흘러나오는데, 그 분위기와 매우 잘 어울려 저절로 감탄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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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이 둘은 술집에서 처음 만난다. 이야기 몇 마디를 나누고, 여자는 잠이 들고 남자는 그 곁에서 뜬 눈으로 밤을 지샌다.

 

이렇게 둘의 이야기는 끝이 난다. 두 에피소드 모두 명확한 엔딩 없이 끝나는데, 그래서 여운이 더 긴 것 같다. 과연 이 둘은 사랑을 한 걸까, 나중에 또 만났을까. 의문이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지금까지 내가 사랑을 하나의 형태로만 바라봐와서, 이들의 감정을 이해하지 못한 건가.

 

어렵고도 어려운 내용이었지만, 이 작품에서 노래와 함께 가장 인상깊었던 것은 화면 연출이었다. 경찰이 시장에서 사람들을 쫓는 장면을 처음 보는 연출로 표현해냈는데, 옛날 홍콩의 분위기와 어우러져 시간이 지나도 기억나는 장면들이 탄생했다.

 

술집에 앉아 있는 금성무와 임청하를 여러 개의 유리에 비친 모습으로 표현해낸 장면도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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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번째 이야기는 이렇게 시작한다. 경찰 223이 한 여자와 부딪힌 후, '이 여자는 5시간 후 다른 남자와 사랑에 빠진다.'라는 대사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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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번째 에피소드는 승무원이었던 여자친구가 떠나고 슬퍼하는 경찰 663과 그의 단골 가게 점원 페이의 이야기다.

 

페이는 항상 노래를 크게 틀어두고 춤을 추며 일한다. California Dreamin'이라는 노래인데, 이 노래를 들을 때마다 괜히 페이처럼 춤을 추고 싶어진다. 이 노래가 영화관 전체에 꽉 차는데, 영화관에서 보기를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드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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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663은 여자친구가 자신에게 준 편지와 집 열쇠를 받지 않고 이별을 외면하려 한다. 페이는 그 집 열쇠로 경찰 663 집에 몰래 들어간다. 과연 페이는 경찰을 사랑했던 걸까.

 

페이가 항상 듣던 노래 제목이 California Dreamin'이었는데, 둘은 캘리포니아에서 만나기로 약속한다. 그러나 경찰은 술집 캘리포니아에 가고 페이는 정말로 미국의 캘리포니아에 다녀온다. 그리고 둘은 다시 만나고, 당신이 가고 싶은 곳 어디든 가겠다는 양조위의 대사로 영화는 끝이 난다.

 

역시 이렇게 끝난다고? 라는 생각이 들었다. 무언가 지금까지 봐오던 명확한 사랑이 보이지 않아, 그것을 원했던 걸 수도 있다. 많은 과정들이 생략된 느낌이랄까. 그런데 그래서 더 좋았던 것 같기도 하다. 이 느낌을 정확하게 표현하기 어렵다.

 

당장 비행기표를 끊어 홍콩으로 떠나고 싶게 만드는 영화였다. 주인공들이 대단한 사랑을 한 것도 아니고, 너무 슬픈 엔딩으로 끝난 것도 아니었지만 이상하게, 아직까지도 그 여운이 참 긴 영화다. 영화 특유의 분위기와 노래 때문인 것 같다. 무언가 푸른 이미지의 홍콩과 왕가위 감독의 연출이 완벽하게 조화를 이룬 것 같았다.

 

함축된 의미가 매우 많은 영화라고 한다. 지극히 나의 시선으로 본 주관적인 감상을 썼으니, 이제는 다양한 영화 해석들도 찾아보고 왕가위 감독의 다른 영화들도 차근차근 봐야겠다.

 

 

[최지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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