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뮤지컬 영화가 뮤지컬을 대체할 수 없는 세 가지 이유 [문화 전반]

뮤지컬과 비교하며 뮤지컬 영화를 감상해 보았다
글 입력 2022.05.10 1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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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공연 매니아가 아니다. 언제나 공연을 자주 봐야겠다고 마음먹지만 시간적, 금전적 여유가 부족한데다 코로나19가 우리 삶을 점령한 탓에, 공연장을 찾기까지는 평소 같지 않은 행동력이 필요하다. 이렇게 공연 관람에 발만 겨우 들여놓은 초심자지만 그중에서도 내게 가장 끌리는 공연 장르는 바로 뮤지컬이다. 무대 위에서 펼쳐지는 서사와 배우들의 연기 이외에도 노래와 춤이라는 요소가 더해지기 때문이다.

 

그 다채로운 매력 덕분인지 뮤지컬은 영화의 한 장르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뮤지컬 영화가 뮤지컬로 재창작되기도 하지만, 역으로 뮤지컬이 영화화되는 경우도 많다. 이 경우에는 기존의 공연을 영화의 매체적 특성을 빌려 그대로 옮겨왔다고 봐도 무방하기에 실제 무대와 직관적으로 비교하며 관람하는 재미가 있다.

 

그래서 공연장을 자주 찾지 못하는 아쉬움을 달래려고 뮤지컬 영화를 찾았다. 내가 최근에 접한 뮤지컬 영화는 <오페라의 유령>, <스위니 토드>, <시카고> 등 모두 익히 알려진 뮤지컬 명작을 영화화한 작품이었는데, 이 글에서는 뮤지컬과 뮤지컬 영화 각자의 특성을 나름대로 분석해 보려고 한다.

 

 

 

무대 공간의 제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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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대예술의 가장 근본적인 특성은 공간적 제약이다. 제한된 공간에서 극의 서사를 이끌어 가야 하기 때문에 다양한 기술을 활용한 무대 장치에 관객의 상상력이 더해져야지만 비로소 극중의 장면이 완성된다. 이 점은 공연의 물리적인 제약이 불러온 특성인 동시에 공연 장르만의 대체 불가한 매력이기도 하다.

 

반면 영화의 경우, 최종적으로 네모난 화면 안에서만 완벽히 구현된다면 그 어떤 수단과 방법도 가리지 않고 감상자의 눈을 속일 수 있다. 그래픽 기술이 극도로 발달한 덕에 조악한 특수효과로 몰입감이 깨지는 경우도 이제 거의 없다.


<오페라의 유령>의 대표 넘버인 'The Phantom Of The Opera'가 흘러나오는 장면을 떠올려 보자.유령은 무대를 마친 크리스틴을 배에 태워 지하세계로 데려간다. 뮤지컬은 이 장면의 지하호수를 드라이아이스로 연출한다. 움직이는 나룻배와 솟아오르는 촛불, 무대 바닥의 경계를 인공 안개가 메우게 된다.


영화의 경우에는 당연히 실제 물로 가득찬 호수가 등장한다. 뿐만 아니라 지하 세계로 내려가는 어두운 계단과 크리스틴을 태우는 말 등의 다양한 소재를 이용해 화려하고 밝은 오페라 극장에 뒤이어 습하고 어두컴컴한 유령의 본거지를 극적으로 대비시킨다.

 

 

 

현장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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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로는 현장감이다. 공연은 매 순간 완전한 연기를 펼쳐야 한다는 긴장감과 부담감 안에서 모든 회차가 진행된다. 특히나 뮤지컬 배우는 연기와 동시에 노래까지 소화해야 한다. 그래서 공연을 관람하다 보면, 작품 외적으로도 이 무대를 위해 흘렸을 많은 이들의 땀방울에 일종의 존경심이 들 때가 많다.


반면 영화는 완성되기 전까지 셀 수 없이 많은 NG의 연속이 이어진다. 하지만 최종적으로는 배우의 연기에 감독의 연출과 편집, 그래픽이나 음향 동 셀 수 없이 많은 요소들이 더해지고 말끔히 다듬어져 완성된다. 뮤지컬 넘버 역시도 대부분 스튜디오 녹음본을 사용하거나 후보정을 거치기 마련이다.


그렇기 때문에 몰입감의 측면에서 영화를 넘어설 수 있는 장르는 거의 없다고 보아도 무방하다.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완벽히 통제된 결과물을 통해, 극중의 모든 상황들이 꾸며진 비현실이라는 사실조차 잊어버리게 만들기 때문이다. 다르게 말하면 영화는 철저하게 관객과 분리되어 스크린 안의 독자적인 세계를 최대한 사실적으로 꾸며내는 것에 주안점을 둔다.


반면 뮤지컬은 관람객의 존재를 결코 망각하지 않는다. 무대 위 역시 영화 스크린과 마찬가지로 독자적으로 운동하는 세계지만, 무대는 영화처럼 비현실에 있지 않다. 영화가 완성되기까지의 매 순간은 세세한 파편으로 조각나고 철저히 숨겨지는데 반해 뮤지컬 한 회차가 완결되기까지의 과정은 관객석과 고스란히 공유된다는 점에서 그렇다.

 

 

 

넘버의 비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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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넘버가 극중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큰 차이가 있다. 뮤지컬 영화는 어디까지나 영화라는 장르에 뮤지컬의 특성을 덧입은 형태다. 우리가 영화에 바라는 영화다운 특성은 뮤지컬 영화를 볼 때에도 유효할 수밖에 없다. 이때 내가 생각하는 ‘영화다운 특성’이란 감상자를 최소 1시간부터 길게는 3시간까지 화면 앞에서 내리 붙잡아 놓을 수 있는 탄탄한 이야기구조와 몰입감이다. 


뮤지컬은 관객석과 같은 공기를 공유하는 무대 위의 실제 사건이라는 점에서 집중도가 쉽게 흐트러지지 않는다. 그러나 영화는 그렇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더더욱 감상자를 설득하는 방법론이 중요하다. 그러나 뮤지컬 영화는 일정 시간 이상을 OST에 할애해야 한다. 특정한 상황을 노래 가사로 표현하기 위해서는 대사의 양이나 깊이에서 어쩔 수 없는 제약이 있다. 

 

게다가 뮤지컬 넘버는 흐름상 중요한 장면에서 등장한다. 그렇기 때문에 영화에서는 보는 이를 합리적으로 설득해야 하는 장면이 노래로 대체된다는 인상을 받기도 한다. 라이브로 곡을 소화하는 무대와는 달리 뮤지컬 영화 속 노래 장면은 연출되고 가공된 영상 중 일부이기에 그 집중도 역시도 비교적 떨어질 수밖에 없다. 


*

 

사실 이 글을 쓴 이유는 뮤지컬 영화로 뮤지컬 공연의 갈증을 해소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뮤지컬 영화를 보며 느낀 아쉬움을 토대 삼아 쓴 글이라 그런지, 어딘지 모르게 뮤지컬 공연만 좋다고 외치는 글이 된 것 같다. 하지만 결국 말하고 싶은 건 뮤지컬과 뮤지컬 영화는 서로를 대체할 수 없다는 사실이다. 뮤지컬 영화에서 뮤지컬의 진면모를 찾아볼 수 없듯이 뮤지컬에서도 뮤지컬 영화만의 색깔을 느낄 수 없다.

 

어찌 보면 공연에서 바라는 희망사항을 영화에서 찾으려 한 것 자체가 잘못된 접근 방식이었던 같다. 뮤지컬 영화에서 느꼈던 아쉬운 점만 늘어놓게 된 것도, 뮤지컬 영화를 '뮤지컬 영화'라는 독자적인 장르로 보지 못하고 '뮤지컬'에서 파생된 영화의 한 장르로만 보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내가 미처 논하지 못하고 넘어갔을 뿐 뮤지컬 영화만의 장르적 특성은 분명히 존재할 것이다. 

 

그럼에도 실제 공연을 영화화한 뮤지컬 영화라면, 그것이 실제 공연에서 느끼는 체험을 대체할 수 없다는 사실만큼은 변치 않을 것 같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본격 해제된 이 시점에서 2년 동안 언제나 제약을 받았던 공연 장르가 어서 빨리 우리 곁으로 되돌아와 정상적으로 숨쉬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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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수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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