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그럼에도 미소를 잃지 않기를 [영화]

영화 <소공녀>를 리뷰하다
글 입력 2022.05.02 1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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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야흐로 현대 사회는 성과와 개성을 중시하는 사회다. 과거에 흔히 사람들이 동경했던 주체는 TV에 자주 나오는 연예인, 혹은 배우 정도였다면, 많은 미디어 플랫폼이 활성화된 현재는 사람들이 더욱 많은 성공 사례를 접할 수 있게 되었다. 이들은 각자만의 방법으로 돈을 벌고, 자신이 소위 잘 나가는 사람이라는 사실을 숨기지 않는다.

 

감추고 겸손할 줄 아는 것이 미덕이라 말했던 사회는 어느덧, 자신을 드러낼 줄 알아야 한다고 말하며 자존감이 높고 자신감이 넘치는 인간상을 원한다. 이러한 사회 풍조에 적응하지 못하는 사람들은 괴로움에 빠지며, 자신을 쓸모없는 인간으로 전락시킨다. 누군가가 애써 그런 사람이라 만들지 않았는데도 말이다.

 

이러한 시대상을 잘 반영하고 있는 영화가 바로 <소공녀>다. 주인공 미소의 시선을 중심으로 어렸을 적 친구들과 남자친구와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영화는 노스텔지어적인 분위기를 물씬 풍기는, 색감이 따뜻한 영화다. 이 글을 통해 현실의 차가움 속 영화가 품고 있는 온기를 조명해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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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과 중심의 사회에서 등장인물들은 ‘잘 살아야 한다’는 점을 은연중에 강요받는다. 이때 잘 살아야 한다는 것의 의미는 성인의 과업으로 여겨지는 내 집 마련, 독립, 결혼 등을 의미한다.

 

주인공인 미소와 어린 시절 밴드를 함께 했던 문영, 현정, 대용, 록이, 그리고 정미는 이러한 과업을 어느정도는 이룬 사람들로 보인다. 하지만 그들이 진정으로 자신이 원하는 삶의 모습을 살고 있는지, 또한 행복한 삶을 살고 있는지에 대해 질문을 던져본다면 이에 대한 답은 결코 긍정적이지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 영화에서 시집살이를 하는 현정이의 삶을 고달프게 그려낸 것과 술을 마시지 않으면 잠이 오지 않는다는 태용의 말이 이를 방증한다.

 

이러한 인물들과 전적으로 대비되는 삶이 바로 주인공인 미소의 삶이다. 미소는 현실적인 과업 대신 자신이 좋아하는 것들을 추구하는 삶을 살아간다. 자신을 품어줄 집이 없어도 그녀는 담배, 위스키, 그리고 남자친구인 한솔만 있다면 충분하다고 말한다. 록이와의 대화에서 “떠돌아다닌다고 막말하는 거 아냐? 집이 없어도 생각과 취향은 있어.”라고 말하는 미소의 모습에서 그녀의 가치관을 엿볼 수 있다.

 

성과 중심인 현대 사회의 시선으로 봤을 때, 미소는 분명 낙오자다. 여기에 자신이 당장 살 집조차 없는데도 담배와 위스키 값으로 꼬박꼬박 지출을 하는 모습은 어떤 사람들에게는 미련하고 현실감각이 결여된 이상주의자라 느껴질지도 모른다. 하지만 관람객의 입장에서, 미소는 전혀 힘들어 보이지 않았고 오히려 행복해 보였다. 마음 또한 굉장히 여유로워 보였다. 과업을 어느정도 이룬 어린 시절의 밴드 멤버들이 삶 속에서 힘들고 불안해하며, 고민을 가진 부분들이 많이 등장한 것과는 사뭇 다른 느낌이었다는 것이다.

 

현실적인 안정감을 위해 달리는 인물들이 물리적인 안정감을 주는 존재인 집을 포기한 미소에게 마음을 털어놓고, 따뜻함을 느끼며 위로를 받는 모습은 어쩌면 그래서 역설적이다. 흔히 사회가 요구하는 기준에 맞춰 생각해본다면 다른 방식으로 살아가는 미소가 힘들어하고 불안을 느껴야 하는 존재로 여겨진다. 하지만 오히려 가장 여유롭고, 다른 사람들에게 온정을 나눠줄 수 있었던 사람은 미소가 아닐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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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이러한 점을 통해 성과 중심 사회에서 소위 잘 살아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사람들의 이면을 그려낸다. 어떤 것을 ‘할 수 있다’고 긍정하는 것, ‘나답게 살아야 한다’고 말하는 것의 이면에는 사실 정해진 것을 ‘해야 한다’는 무언의 압박이 존재했다는 것이다.

 

이러한 과정에서 사람들은 결과를 만들기 위해 스스로를 착취한다는 점에서 결국 물리적인 안정감은 이뤄냈을 지 몰라도 심리적으로는 결핍된 삶을 살아가는 존재라 생각된다. 영화가 미소가 친구들을 찾아가 이야기를 듣고 마음을 나누는 장면을 에피소드 형태로 붙여 둔 것은 현실 속에서 미소의 친구들로 표상될 수 있는 이들에게 위로를 건네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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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여, 영화는 특정 인물의 삶의 방식을 긍정하지도, 또한 부정하지도 않는다. 미소의 이야기가 중점적으로 펼쳐지기는 하나, 개인적으로는 그녀의 삶의 방식에 가치 판단이 들어있지는 않다고 생각했다. 실제로 앞서 언급했듯 미소의 삶의 방식은 현실적인 관점에는 적합하지 않으며, 당장 주변의 누군가가 그러한 삶을 살고 있다면 걱정스러운 시선을 먼저 보내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현실적인 삶에 충실한 미소의 친구들과 한솔도 마찬가지다. 그들이 가지고 있었던 꿈을 뒤로 하고 현실에 적응하며 묵묵히 인생을 살아가는 것도 나쁘거나 속물적이라 볼 수 없다는 것이다. 어떠한 인생을 살기로 결심했든 그 방식은 그 자체로 의미있을 것이다. 등장인물 뿐 아니라 성인으로 살아가는 사람이라면 선택을 할 자유가 있으며, 그에 맞게 책임을 지면 되는 것일 테니 말이다.

 

결국 영화 <소공녀>가 시사하는 바는 어떠한 삶의 방식이 맞다, 틀리다가 아닌 모두의 삶은 그런대로 의미가 있다는 점이라 사료된다. 이 과정에서 현대인의 삶을 반영하고 있는 인물들과 이와 정면으로 배치되는 인물을 주인공으로 내세우며 ‘어떤 삶을 살아가야 하는가’에 대해 성찰해보게 하는 점은 흥미로웠다. 치열한 삶을 살아가면서도 가끔은 좋아하는 것을 추구하고, 주변 사람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은 현대인들에게도 ‘미소’를 띄게 만드는 부분이지 않을까.

 

영화 속 인물의 모든 삶을 긍정하며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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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하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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