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마음은 원래 무너뜨리면서 쌓아가는 것

글 입력 2022.04.30 0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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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학생이던 당시 생각했다. 화요일과 일요일의 구분이 무의미하다고.

 

둥둥 떠내려가는 시간에 이름을 붙이는 일이란 너무나도 인간중심적이다. 그러므로 내가 '맞다'고 생각하는 세상의 질서조차도 사실은 얼마나 허무한 일인가 싶은 것이다. 틀리지는 않았지만 그렇다 해서 맞다고 우길 수도 없는 그런 날들이 모여 삶을 이루는구나.

 

애초부터 불안정하게 태어난 세계 속에서 치고 박고 싸우며 우위를 점하려는 사람, 세상 일에 관심 없는 혹자와 자신의 파이만 챙기면 된다는 이. 누군가는 심판하고, 누군가는 벌을 받고, 누군가는 외면하고, 누군가는 오해 받는 인간사. 얼레벌레, 얼렁뚱땅, 시끌벅적, 웅성웅성, 그런 세상.

 

그런 세상 속에서 나는 '왜 늘 죽고 싶은가'에 대해 생각했다. 아닌 날도 있었지만, 결국 제자리는 의심하는 그곳이라는 듯 돌아오곤 했다. 물론 내가 왜 태어났는지에 대해서도 골몰하기도 했지만 그건 금방 그만 두었다. 그저 왜 나는 늘 쌓고, 쌓이다 가도 무너지는 것이며, 모든 것에 미련이 없는 것처럼 굴면서도 뚝뚝 흘러 넘치는 그것을 감당하지 못할까, 그것이 의뭉스러울 뿐이었다.

 

완벽하지 않은 사람들이 차고 넘치는 완벽하지 않은 세상이 오직 나에게만 따가울 리는 없을 것이다. 그것을 알면서도 밤송이처럼 발 밑에 툭툭 채이는 자기혐오와 씹다 만 껌처럼 머리칼에 들러붙어 형체를 잃은 두려움이 세상의 전부인 것처럼 굴었다.

 

무엇 때문인지 모르겠다. 어쩌면 태어나길 그렇게 태어났을 수도 있다. 약간은 우울하고, 약간은 멍청하게. 어쨌든 나는 내내 도망쳐 다녔다. 혐오스러운 나로부터, 사포처럼 거칠고 무례한 타인으로부터, 살갗을 스치고 지나는 시간으로부터, 숨이 막힐 때까지 날 그러안는 공간으로부터, 그리고 이 모든 것을 단번에 뿌리치지 못하는 미운 마음으로부터.

 

늘 제자리를 맴도는 내가 슬펐다. 탓할 것 없이 지겹게도 슬펐다. 열심히 만들어온 것이 고작 모래성이었다는 걸 깨닫는 순간에 나는 가장 좌절했다. 평생 스스로를 갉아먹으며 살겠구나, 이게 나의 전부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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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짧게라도 시간이 지날수록 어렴풋이 알겠다. 나는 어느 과거에 비해 분명 많이 자랐다.

 

이제는 충분히 슬퍼하면서 동시에 무너지지 않고 내 삶을 영위할 동력을 찾아 나선다. 또 지난한 우울 틈새로 해야 할 일을 하기 위해서 분주히 움직인다. 그것이 내 성에 차지 않을 지라도 무언가 확실히 달라졌다. 나는 아주 조금씩 매일 달라지고 있었고, 결국 오늘에 닿았다.

 

나는 노력하고 있다. 삶은 그 자체로 완성된 것을 관망하는 것이 아니라, 무언가 부서지고 깨어지고, 다시 하나로 뭉쳐지는 과정을 의미한다는 사실을 이해하기 위해. 여전히 곧잘 느끼는 두려움은 손에 잡히지 않는 허상일 뿐 내 발목을 움켜쥐는 덫이 될 수 없다는 것을 진심으로 믿기 위해.

 

그러므로 세상을 두려워하는 나는, 멍청하고 촌스럽고 쪽팔리는 인간이 아니다. 그런 불안한 마음 따위, 그냥 삶을 정면으로 마주한 자의 클리셰 같은 숙제일 뿐이다. 마음은 원래 그렇게 무너뜨리면서 쌓아가는 것이다.

 

정말로 이해할 때까지 되뇌어야지.

 

 

[고민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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