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느끼고 싶은 하루들. [사람]

글 입력 2022.04.29 0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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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직하면서 대한민국에서 가장 복잡한 서울로 올라오게 되었다. 시골에서 나고 자랐던 나에게 서울은 굉장히 낯설었다.

 

특히 회사가 서울의 중심에 있어 첫 출근할 때부터 이곳이 서울이라는 느낌을 물씬 느껴졌다. 교차로에 그려진 횡단보도는 큰 발걸음으로 몇 번씩 걸어야 겨우 건널 수 있었다. 내가 살던 시골의 초등학교 앞 횡단보도는 소인국의 횡단보도처럼 느껴졌다. 또 사람들은 어디에 숨어있다가 나오는지 횡단보도 위에는 사람들이 초록 불에 맞춰 쏟아져 나온다.

 

지하철에서는 엄마가 김치통에 김치를 꾹꾹 눌러 담듯이 사람들은 겹겹이 눌렸다. 그 어떤 시골에서도 느낄 수 없었던 사람이 주는 압박감이었다. 손발이 묶인 것처럼 내가 할 수 있는 자세는 앞 사람, 뒷사람 그리고 옆 사람의 신체를 최대한 부딪히지 않게 나를 쪼그리는 것이다.

 

나의 서울 생활이 흐를수록 나는 지쳐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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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에는 나의 소중한 쉼터가 있다. 유명하지 않은 바닷가에 덩그러니 놓여있는 벤치 위에 앉아 바다를 바라보는 그곳이 나의 아지트이다.

 

그곳에서 바라보는 바다는 적당히 눈이 부셔서 은은했고, 어스름 어둠이 찾아올 때는 잔잔한 파도만 들을 수 있어 소중했다. 매번 머릿속이 어지러울 때마다 나의 감정 쓰레기통이 되어준 그곳이 눈에 아른 거린다.

 

길은 여러 갈래지만 높은 건물이 없어 앞이 시원하게 보여 멀리서도 어디인지 짐작할 수 있어 좋았다. 사람도 없어서 이어폰 없이 음악 소리도 크게 목소리도 크게 지를 수 있어서 좋았다. 누구도 나를 신경 쓰지 않고, 내가 누구도 눈치 보지 않아도 되는 그 상태, 시간이 나를 만들어주었다.

 

살포시 비가 오는 날 밤이 되면 마치 나처럼 비를 반가워하는 개구리를 따라 울어본 기억이 있다. 혼자인 느낌이 들 때면 그렇게 다수의 울음에 나를 묻어 흘려보냈다. 타인이 나를 위로하지 않아도 내가 나를 위로하는 법을 찾았던 밤이다. 그 밤이 지나가면 어느새 내 마음에도 작은 태양이 다시 떠올랐다.

 

같은 하늘 아래에 다른 나이다. 하늘과 바다와 바람을 마음껏 즐기던 날들에서 높은 빌딩에 그늘 뿐인 땅과 쉴 새 없이 들리는 소음이 나를 괴롭히는 날들로 가득했다. 가끔은 퇴근하는 길에 서울역이나 용산역을 지나면 내려서 시골로 가는 상상을 하곤 한다.

 

기차가 떠나면서 창문에는 무채색에서 오색으로 바뀌며 그저 나를 반겨줄 가족의 품으로 돌아가고 싶었다. 용산역에서 지하철 문이 닫히면 내 마음도 자연스레 닫히게 되었고 나는 또다시 도심 속에서 고립되어 갔다.

 

언제 이곳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하루에 몇 번이고 가족들이 그립고 그곳의 윤슬, 풀잎, 호젓한 길을 떠올린다. 솔직히 이 마음이 더 이상 종잡을 수 없을 때가 되면 내일 출근해서 일이 가득하지만 두서없이 떠나게 될 것 같다.

 

하루빨리 이곳에서 벗어나고 싶다. 꼭.


 

[황혜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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