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나를 찌르는 나의 오만. [사람]

글 입력 2022.04.26 0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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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을 살아가는 데에 있어 사소한 것들이 나의 행복을 방해하고 큰 것들은 나의 미래를 망친다. 사소한 것과 큰 것들에는 참 많은 요소가 있다. 그중에서 나에게 큰 영향을 미쳤던 것은 관계, 실패, 돈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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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의 역할로 정의할 수 없는 나는 오늘도 그 속에서 지쳐간다. 작은 사각형의 방을 넘어서면 수많은 사람과 투명한 실로 연결되어 있다. 투명하기에 누구와 튼튼한 실로 엮여있는지, 겨우 실오라기만 남아 뜯기기 직전인지 알 수 없다. 그래서 우린 관계에 연연해한다.

 

낯선 사람을 만나 나눈 5분의 대화 속 첫인상이 생기고 그가 아닌 내가 만들어낸 그의 첫인상에 그가 어떤 사람일지 상상한다. 그리고 나는 상상한 그의 모습이 정답이듯 멋대로 그를 짐작한다. 내가 상상한 모습과 그의 참모습 사이의 틈으로 오해가 생기고 그렇게 “우린 맞지 않아.”라는 틀림으로 헤어지게 된다.

 

또는 나름 오랜 시간을 보냈고 괜찮은 사람이라 생각돼 누구에게도 보여주지 않았던 먼지 덮은 나의 한 조각을 깊은 주머니에서 꺼내어 보여주었다. 그는 옅은 숨으로 먼지를 거둬주었다. 그렇게 나는 두 조각, 세 조각을 더 꺼내어 나의 먼지를 털어주기를 그의 숨을 기다렸다. 어느새 그의 숨에 중독이 되었다. 나의 묵은 먼지를 날려줄 사람은 오직 그뿐이라고 생각했다. ‘오직’이 깊어갈수록 그는 옅은 긴 숨이 아닌 무거운 짧은 숨으로 바뀌었다. 내가 버거운 것이다.

 

관계라는 게 그렇다. 자꾸 상대에게 기대게 되고 나중에는 기대다 못해 상대에게 나의 모든 몸을 맡기게 된다. 그렇게 우리는 관계를 통해서 일주일을 살아갈 기쁨을 얻기도 하지만 온종일 슬픔에 잠겨있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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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가장 무서운 것이 있다면 바로 ‘연속’이다. 무엇이든 연속적으로 일어나면 사실이 되고 힘이 생긴다. 늦게 일어나 정류장에서 버스를 떠나보냈다. 경우 탄 택시는 막히는 도로 위에 미터기만 달리고 있고, 점심으로 먹은 짬뽕 국물이 흰옷에 잔뜩 튀는 불운이 계속되어 침대에 눕기 전까지 하루가 쉽지 않다.

 

그러하듯이 실패도 연속으로 겪게 되면 인생이 쉽지 않다. 어떤 사람은 실패를 통해서 성장하게 된다고 하지만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성공해야 성취를 느껴 나아갈 힘이 생긴다. 계속되는 실패에 웃음이 나온다면 그것은 “이 정도면 성공할 때 되었잖아!”가 묻어나는 헛웃음일 것이다.

 

오래전에 겪은 성공은 달콤함의 미각을 잃게 했다. 여기서 제일 중요한 것은 실패를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것이다. 그렇게 연속은 힘이 생겼고 나는 실패의 힘만 강해지는 실패하는 인간이 되어있었다.

 

왜일까. 나는 왜 실패만 가득할까. 어차피 실패할 거 그냥 실패해 버리는 것일까. 아니면 나는 실패를 위해 태어난 몸뚱어리일까. 정말 많은 고민의 시간을 걸쳐 한 가지의 이유를 돌출했다. 생각과 몸의 괴리이다.

 

나는 끊임없이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사람이었다. 긍정 속 나는 이 세상에서 못 이를 것은 단 하나도 없었고 내가 하는 모든 것은 이루어낼 것이라는 생각했다. 앞 문장에서도 쉽게 알 수 있겠지만, 그렇다. 나는 어떻게 이룰 것인가에 대한 계획은 없었다. 그저 생각만 긍정적으로 하머 행동은 없었다. 행동을 간과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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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 우리 집은 가난했다. 당시 초등학생 버스 요금이 500원이었는데 매일 아침 부모님께 버스비 달라는 말을 머뭇거리다가 집을 나서기 몇 분 전에 눈을 질끈 감고 말했었다. 하교 후 친구들이 먹는 떡볶이에 입 속의 한강이 되었다. 친구가 떡 하나를 줄 때 입을 벌리면서 흘렸던 침의 창피함을 아직도 잊을 수 없다.

 

그러나 가난으로 추억되는 나의 어린 시절은 거짓이었다. 자영업을 하시기에 부모님의 월 수익은 고정적이지 않았지만 버스비를 받는 것에 미안하지 않아도 되었고 일주일에 떡볶이를 몇 번이고 먹을 수 있었다. 이 사실을 성인되어서 깨닫고 억울했다. 나는 누구에게 미안한 것이었으며 왜 배고픔을 참고 가지고 싶은 것을 꼭꼭 숨겼는지 뒤통수를 강하게 맞은 듯한 느낌이었다.

 

이 모든 것들은 나의 오만이었다. 내가 만들어낸 상상의 틀이었다. 그의 첫인상, 상상 속 성공 그리고 가난도 말이다. 나의 오만으로 나는 소중한 사람을 잃었고 실패했으며 제때 맞는 배움과 음식을 얻지 못했다.

 

이는 나는 아주 오래 천천히 나를 먹고 있었다. 어릴 때부터 쌓아온 나의 좀 같은 시간이 쌓여 지금의 내가 되었지만 오만의 흔적은 가만히 남기고 그냥 또 그냥 그렇게 살아간다. 이제 나의 중심을 찾는 방법을, 행동하는 방법을 그리고 길게 바라보고 판단하는 방법을 찾아가는 방법을 천천히 먼 곳을 바라보며 터득할 것이다. 이것이 나의 인생 과제이다.

 

 

[황혜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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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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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보는사람
    • 오만이라는 게 얼마나 무서운지 저도 이제야 깨닫게 되었어요. 겸손한 마음을 가지고 항상 성실하게 일을 해야한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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