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나만의 소확행 콘텐츠들 - 문콘이 EP.9 [문화 전반]

신비, 데스노트
글 입력 2022.04.18 1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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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 가쁜 일상 속 치유의 시간


 

최근 바쁜 일상에 접어들다 보니 콘텐츠를 접할 일이 적어졌다. 내가 가장 활발하게 콘텐츠를 접하는 새벽 시간대에는 다음 날을 위해 빠르게 잠들기 일쑤였다. 개운하게 일어난 적이 언젠지도 모를 만큼 피곤한 하루를 보내다 보니 무언가를 마주할 때도 큰 재미를 느끼긴 어려웠다. 그러다 보니 평소보다 높은 기준으로 콘텐츠를 바라봤던 것 같다.

 

그렇게 만난 몇 가지 콘텐츠는 숨 가쁜 일상 속 잠시나마 치유할 수 있는 시간을 선물해주었다. 역시 나의 소확행은 콘텐츠를 통해 이뤄진다는 걸 다시 한번 깨달았다.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이 다른 이들에게도 전달될 수 있길 바라며 9번째 문콘이를 시작해보겠다.

   

*콘텐츠에 대한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으니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Webtoon

: 모든 것이 아름다웠던, 신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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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반지 작가 블로그

 

 

긴 잠에서 깨어난 미지의 생명체 신비와 그녀를 사랑하게 된 가람의 사랑 이야기

'나의 뮤즈가 되어 줄래?'

 

네이버 목요웹툰 '신비' (완결)

 

    

문콘이에서 웹툰을 소개하는 건 처음인 듯하다. 웹툰의 경우 아주 오랜 기간 연재되어 결말까지 보는 데 시간이 걸리고, 그때까지 모든 내용을 기억하는 데도 어려움이 있다. 그만큼 애정 깃든 콘텐츠가 아니라면 다루기 쉽지 않아서 그동안 소개하지 못한 것 같다. 매번 망설였던 내가 '신비'만큼은 무조건 알려야겠다고 다짐한 건 작품에서 묻어나오는 아름다움 때문이었다.

 

'신비'는 내가 본 웹툰 작화 중 1위로 손꼽을 만큼 독보적인 아름다움을 자랑한다. 반지 작가는 한 장면 한 장면이 일러스트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로 환상적인 그림 실력을 보여준다. 우리와 다른 세상에 사는 듯 범접할 수 없는 아우라를 뽐내는 인물들과 동화처럼 포근하고 따스한 배경, 여기에 파스텔 색감과 종이 질감이 더해지니 한 폭의 수채화가 펼쳐진 듯한 느낌이 든다.

 

심지어는 장르마저 로맨스 판타지로, 물속에 사는 생명체와 함께 살게 된 인간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소재만 보면 드라마 '푸른 바다의 전설'과 흡사하지만, 핵심 스토리와 전개 방식에서 차이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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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먼저 그림을 그리는 스무 살 '가람'은 시골에 있던 할머니의 집에서 자취하게 되고, 그곳에서 신비한 구슬을 발견한다. 그가 구슬을 만지니 사람과 비슷한 형태로 변했고, 이 알 수 없는 생명체는 그의 피를 마시면서 온전한 사람 형태(여성)로 변하게 된다.

 

생명체는 가람에게 이름을 지어달라고 부탁했고, 그렇게 지어진 이름이 바로 '신비'였다. 가람은 신비와 함께 지내며 그녀를 모델로 한 그림을 그려나가기 시작했고, 이러한 작업물들이 유명세를 얻으며 본격적인 작가 생활을 시작하게 된다. 여기서 짐작하겠지만 둘은 사랑에 빠져 연인이 되고, 그 과정에서 가슴 아픈 이별을 겪으나 결국 다시 만나게 되며 해피엔딩으로 끝난다.

 

가장 매력적인 건 신비의 설정으로, 그녀는 텔레파시를 통해 다른 이와 교감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누군가의 감정을 읽을 수 있기에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다는 장점이자 단점이 있다. 그녀 역시 이마에 달린 혹을 통해 감정을 시각적으로 표출한다. 맛있는 음식을 먹을 때나 연인과 스킨쉽할 때면 불꽃놀이가 터지는 등 굉장히 귀여운 장면이 연출된다. 또 눈물이 흐르면 구슬이 우수수 떨어지는 등 다른 존재의 신비로움을 더하는 설정 등이 곳곳에 존재한다.

 

원래는 바다에서 살던 생명체이기에 일정 시간 몸에 물을 담고 있어야 하고, 그렇기에 욕조에서 많은 시간을 보낸다. 따라서 장거리 외출은 당연히 금기시되고, 인간과 다른 존재임이 누군가에게 발각되면 위험할 수도 있어 가람이 없으면 혼자 집에서 생활한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그녀는 가람과 온종일 붙어서 인간이 사용하는 언어나 도구 등을 익히며 세상과 가까워진다.

 

그런 그녀에게도 가끔 찾아오는 친구 '라라'가 있는데, 그는 신비와 같은 생명체로 과거 인간에게 큰 상처를 받은 적 있다. 따라서 타인을 해치지 않는 신비와 달리 자신이 해를 입으면 바로 반격한다. 신비가 자신과 같은 아픔 겪을 것을 걱정해 많은 조언과 도움을 주고, 언제든 고향으로 돌아오라며 손 내미는 다정한 면모를 보인다. 검은 장발과 푸른 눈, 큰 키와 다부진 골격을 지닌 매력적인 비주얼의 소유자이나 서브 남주보다는 친오빠 같은 위치에 존재하며 둘의 사랑에 직접적인 방해는 하지 않는다.

 

그렇기에 굉장히 잔잔하고 평화로운 일상이 이어지는 듯 보이지만, 후반부에 접어들며 점점 마음의 상처가 깊어지고 몸이 부서져 가는 신비에 그 균열이 깨지고 만다. 처음 깨어났을 당시 아무 기억이 없던 신비가 과거 가람의 할머니와 함께했던 기억을 떠올리며 점점 가라앉기 시작했다. 거기서부터 사건의 전말이 밝혀지고 이야기는 클라이맥스에 이른다.

 

'신비'는 미지의 생명체에 대한 새로움과 신비함은 물론, 아픔과 상처까지 보여주며 더욱 깊은 서사를 그려냈다. 한없이 밝고 사랑스러운 신비와 언제나 따뜻하고 자상한 가람, 두 인물에게 초점을 맞춰 서로의 처지를 이해하고 공감하며 전체적인 흐름을 따라가다 보면 많은 감정의 변화를 느끼게 된다. 어디선가 존재하고 있을 것 같은 둘의 이야기에 2년을 웃고 울었다.

 

모순적이게도 비극을 눈앞에 둔 그들의 모습마저 너무나도 아름다웠다. 그 정도로 "아름답다"라는 말이 끊임없이 나왔던 웹툰 '신비'를 꼭 한번 감상해보라고 추천하고 싶다. 최근에 완결되었으니 유료화가 되기 전에 서둘러 정주행 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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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usical

: 믿을 수가 없어 꿈을 꾸는 걸까, 데스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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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과 정의에 대해 고민하던 천재 고등학생 '야가미 라이토' 어느 날 우연히 데스노트를 줍게 된다. '이 노트에 이름이 적힌 자는 죽는다.' 이 문구에 뉴스 속보로 생중계된 범죄자의 이름을 노트에 적게 되는데… 노트의 엄청난 비밀을 알게 된 '라이토'는 자신의 손으로 범죄자를 처단하여, 정의롭고 새로운 세상을 만들어 가기로 결심한다. 세계 각지의 범죄자들이 의문의 심장마비로 사망하고 사람들은 범죄자를 처단하는 존재를 '키라'라고 부르며 신봉하기 시작한다.

 

- 시놉시스

 

   

최근 가장 핫한 뮤지컬이라고 생각하는 '데스노트'. 이는 사전에 영화를 보고 관람하길 정말 잘했다고 생각한 뮤지컬이었다. 원작 영화 1, 2편 스토리를 축약해서 옮겨놓은 듯한 느낌이었달까? '데스노트를 통해 범죄자를 죽이는 라이토를 잡기 위한 엘의 두뇌 싸움'이라는 핵심 스토리 외에도 기본적인 대사나 구성 역시 굉장히 비슷했고, 인물에 대한 정보나 성격이 판박이라서 뮤지컬만 보고 이해하기는 어려울 것 같았다. 특히 데스노트의 규칙에 대해서는 한번 숙지하고 보길 추천한다. 시간상 설명을 생략한 부분이 많아서 잘 모르는 사람은 중간부터 흐름을 놓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논 레플리카로 제작되는 이번 작품은 뮤지컬 <데스노트>가 가지고 있는 작품의 고유한 매력은 살리되 기존 프로덕션과 차별화를 두어 더욱 긴장감 넘치는 전개와 템포의 연출, 미니멀리즘을 토대로한 디테일한 아이디어가 넘치는 무대 예술로 완성도 높은 매력적인 작품으로 재탄생하여 선보일 예정이다"

 

- 신춘수 프로듀서 인터뷰

 

 

프로듀서의 말처럼 스토리는 얼추 비슷해도, 연출은 완전히 새롭게 뒤바뀐 듯했다. 심플한 무대 디자인에 세트장을 재현한 듯한 디테일한 영상과 인물의 대립과 공간 구분을 나타내는 색 조명을 통해 색다른 무대 활용법을 보여주었다. 이는 배우의 움직임에 집중하게 하는 효과를 주었는데, 개성이 뚜렷한 인물들이 무대에서 자유롭게 돌아다니는 듯 보여서 더욱 흥미진진했다. 가장 동선이 많은 류크의 경우는 무대 이곳저곳을 쏘다니다 보니 관객들과 호흡하는 느낌도 들었다.

 

가장 인상 깊었던 건 횡단보도, 전철, 그리고 테니스 경기 장면이었다. 먼저 횡단보도에서는 인물의 위치에 맞게 팝업이 뜬 후, 앙상블이 음악 박자에 맞춰 일정하게 건너는 부분에서 소름이 돋았다. 다음으로 요원이 전철에서 떨어지는 장면이 있는데, 달려오는 전철 영상 뒤 관객들에게는 안 보이는 뒷공간으로 사라져서 깜짝 놀랐던 기억이 있다.

 

또한, 테니스 경기에서는 데스노트의 하이라이트인 '놈의 마음속으로'가 흘러나왔는데, 라이토와 엘이 공을 주고받으며 한 치의 흐트러짐 없이 노래를 부르는 장면이 압권이었다. 만약 '데스노트'를 다시 보게 된다면 이 장면 때문이지 않을까 싶은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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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2/4/5 7시 30분 공연

 

 

나는 초연 멤버였던 홍광호와 김준수 페어로 봤는데 각자의 기량이 훌륭한 건 물론, 다시 만나 더욱 환상적인 호흡을 자랑함에 감탄스러웠다. 워낙 둘의 존재감이 강렬하다 보니 '데스노트'는 이들을 위한 무대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마찬가지로 1대 류크인 강홍석은 류크의 인간화 같았고, 렘을 맡은 김선영은 허스키 보이스가 매력적으로 느껴졌으며 뮤지컬 계의 아이돌 같았던 미사 장민제, 정의로운 아버지 소이치로와 깜찍 발랄한 사유를 맡은 서범석, 류인아 배우까지 모두 자신의 배역을 찰떡처럼 소화했다. 적어도 내가 관람한 캐스트에 있어서는 큰 아쉬움이 없었던 것 같다.

 

 

 

 

'데스노트' 넘버를 통해 홍광호 배우에게 입덕한 사람으로서 그의 인생 넘버를 들을 수 있었기에 충분히 만족스러웠다. 그 순간만큼은 이보다 확실한 행복이 있을까 싶었다.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파트인 "이상하다 온 세상이 더 아름답게 빛나고 거리에는 환한 미소 넘치네"를 1층 앞자리에서 들었다는 게 아직도 실감이 안 난다. 마치 꿈을 꾸는 것 같았기에 다른 이들에게도 그 꿈을 선물해주고 싶어서 추천하는 것 같다.

 

사실 오랜만에 돌아온 뮤지컬이 티켓 파워가 세다는 건 그만큼 보고 싶은 사람이 많고, 그 기대를 충족시켜주었기 때문일 것이다. 진짜 '정의'란 무엇인가에 대해 계속 떠올려보게 했던 죽음의 노트. 아직도 고민된다면 데스노트 넘버를 한번 들어보는 건 어떨까? "믿을 수가 없어 꿈을 꾸는 걸까"를 흥얼거리던 당신은 어느새 충무아트센터 대극장으로 향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부디 치열한 피켓팅을 뚫고 즐거운 관람이 되길 바란다.

 

*

 

웹툰 '신비'와 뮤지컬 '데스노트'. 참으로 안 어울리는 조합이 내 글 속에서 하나가 되었다. 무언가를 마주하는 것만으로도 기쁨의 눈물이 날 듯하고, 가슴 속에 따스하게 차오르는 에너지를 느낄 수 있는 '행복'이라는 감정을 나눠준 두 콘텐츠. 이들 덕분에 힘을 얻었으니 오랜만에 콘텐츠로 가득한 새벽을 보내야겠다. 다음 문콘이 ep.10은 좋은 콘텐츠를 양껏 수확했을 때 다시 돌아올 계획이다. 그럼 다들 각자만의 소확행을 즐긴 하루가 되었길 바라며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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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수영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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