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조성호의 콘체르토 플러스: 천국을 더한 음색 [공연]

공연 <조성호의 콘체르토 플러스> 후기
글 입력 2022.04.07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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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0534(포스터)ⓒJino ParkMOC.jpg

 

 

공연이 있는 날, 온종일 두근거리는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예술의전당 IBK 챔버홀에 들어설 때는 놀라움에 사로잡혔다. 이토록 눈부신 장소에서 환상적인 연주가 펼쳐진다니. 마치 그곳이 이상향, 현실과는 동떨어진 곳처럼 느껴졌다. 공연장은 소규모의 프로시니엄으로 객석과 무대의 거리가 가깝다. 그 덕분에 처음 연주회에 참석하며, 클래식의 세계를 다소 어렵다고 생각했던 나는 친숙하고 편안한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조성호의 콘체르토 플러스는 클라리넷 연주자 조성호와 콜레기움 무지쿰 서울이 함께한 바로크 클라리넷 협주곡 무대이다. 프로그램은 총 세 명의 작곡가의 곡을 연주했다. 요한 슈타미츠와 그의 아들 카를 슈타미츠, 그리고 안토니오 비발디가 바로 그들이다.
 
나는 눈을 감기도 하고, 연주자의 표현을 세심히 관찰하기도 하면서 공연을 관람했다. 공연을 감상하며 가장 인상 깊었던 점은, 음악을 들으며 절로 한 편의 이야기가 그려진다는 것이었다. 첫 연주회에 대한 감상이기에 다소 부족하겠지만 나의 상상력과 감성을 발휘했던 시간을 꼭 기록하고 싶다. 따라서 프로그램 노트 별로 간단한 설명과 함께 공연의 흐름에 따라 내가 개인적으로 느꼈던 감상을 소개하고자 한다. 이를 통해 내가 느꼈던 황홀함이 조금이나마 전달될 수 있기를.
 
 
 
Program No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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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포니아 제2번 가장조, "만하임 교향곡" - 무대는 콜레기움 무지쿰 서울의 연주로 막을 연다. 경쾌하고 밝은 선율이 귀를 간질였다. 만하임교향곡 1악장은 요한 슈타미츠의 초기 교향곡으로 실내악과 유사한 인상을 준다. 내게는 특히 부드럽고 유려한 바이올린 선율이 기억에 남는 곡이었다. 그들은 관객에게 말 대신 음악으로 반갑게 인사를 건네는 듯했다. 콜레기움 무지쿰의 음악적 교감을 통한 자기소개가 끝난 뒤, 조성호 연주자가 무대 위로 등장한다.

클라리넷 협주곡 내림나장조 - 그리고 처음 마주한 클라리넷 연주. 클라리넷의 음색은 마치 진솔하고 성실한 청년의 목소리 같았다. 1악장에서 클라리넷이 신사적으로 인사를 건네는 듯한 인상을 받았다. 바로크 시대의 특징인 부점 리듬이 이어지면서, 그가 마치 성큼성큼 걸어와 악수하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직접적인 말로 인사하기보다 음악을 통해 반가움과 설렘을 표현할 수 있다는 점이 무척 놀랍게 느껴졌다. 함께 음악을 감상한 지인도 꼭 자기소개 같다는 말을 전했다. 참 신기하게도, 음악은 언어적 도구 없이 소통할 수 있는 마법 같다고 생각했다.
 
이 곡은 가장 이른 시기에 작곡된 클라리넷 협주곡 중 하나라는 점에서 큰 의의가 있다. 곡이 이어지는 내내 나는 상상의 나래를 펼치며 한 편의 이야기를 써 내려 갔다. 클라리넷 선율은, 사랑하는 사람에게 고백하기 위해 꽃을 든 수줍은 청년의 망설임과 결단을 상상하게 했다. 처음 듣는 클라리넷 협주곡이 이토록 즐겁고 설렐 수 있다니 무척이나 행운이라고 여겼다.

클라리넷 협주곡 제3번 내림나장조 - 요한 슈타미츠의 아들인 카를 슈타미츠가 작곡한 곡이다. 콜레기움 무지쿰의 연주가 자유롭게 무대를 누비는 사이, 클라리넷이 그 중심을 지키고 굳건히 서 있다. ‘피리 부는 사나이’가 떠오르는 곡이었다. 인상 깊었던 점은 클라리넷과 현악 파트가 합을 맞추는 부분이었다.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완벽한 호흡으로 악기들이 서로 대화를 주고받는다. 이 연주를 위해 얼마나 많은 연습이 있었는지 감히 짐작할 수 없었다. 곡은 경쾌하게 앞을 향해 나아가는 느낌을 주었다. 앞에 무엇이 있든 음악과 함께 웃으며 뛰어가겠다는 의지를 느꼈다. 나는 연주를 들으며 나름의 해석을 음미하고, 계속해서 희망을 발견한다. 어쩌면 지금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바로 그 희망이었다.

<올림피아데> 신포니아 다장조, RV 725 - 압도적이다. 1악장에서 엄청나게 빠른, 하지만 흐트러짐 없는 현악 연주가 거침없이 펼쳐진다. 강약 조절과 플랫 음의 구성이 독특하게 다가왔다. 비발디의 개성을 마음껏 드러낸 악곡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인터미션을 통해 잠시 무대의 황홀함에서 벗어난 관객들을 단숨에 사로잡기에 너무나도 적절했던 선곡이었다.

클라리넷 협주곡 제1번 내림나장조 “산탄젤로” - 기승전결이 완벽한 연주였다. 조성호 연주자와 콜레기움 무지쿰 서울이 보여준 호흡이 가장 극대화된 곡이라고 느꼈는데, 내 상상력은 이 연주를 들으며 위기에 빠진 마을을 구하려는 소년의 모험담을 그려냈다. 마을이 위험에 빠진 1악장, 그리고 모험의 여정을 그리는 2악장, 마지막으로 악과 맞서 싸우는 격렬한 알레그로 비바체의 3악장이 한 편의 영화 같았다. 그 순간 무대 위의 모든 연주자가 감정을 함축해 표현했기에 가능한 일이다. 국내 초연으로 이루어진 연주라고 들었는데, 들을 기회가 있어 진심으로 행복했다.

클라리넷 협주곡 제2번 라단조 "불사조" - 초조하고 불안한 분위기가 잘 드러났다. 평화 속에 던져진 불씨, 전쟁의 서막과 전개가 나의 불안한 감정을 고조시켰다. 특히 고요 속에 이어지는 클라리넷 독주 부분에서는 숨을 죽이며 넋을 놓고 바라보았다. 나는 곡의 마무리가 어떻게 끝날지 마음을 졸이며 음악의 전개에 집중했다. 마지막까지 긴장을 놓을 수 없게 하는 프로그램 구성에 슬며시 웃음이 나왔다.
 
 
 
도전의 시작과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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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호 클라리넷 연주자는 4개의 협주곡을 한 번에 연주하는 프로그램 구성이, 개인적으로는 음악적, 체력적인 한계에 다다르는 도전이었다고 이야기했다. 연주는 다양한 이야기를 귓가에 속삭여준다. 고백을 위해 꽃을 든 수줍은 청년, 마을을 구하려는 한 소년의 모험담, 전쟁의 서막과 전개 등. 이를 가능하게 한 것은 연주자들의 완벽한 호흡과 표현력, 강약 조절 덕분이었다고 생각한다. 그들은 관객의 상상력을 마음껏 자극하며 환상적인 연주를 선보였다. 공연 때도 그랬지만 다시 한번 아낌없는 박수를 보내고 싶다.
 
마지막 앙코르곡은 Gabriel's Oboe로, 대중에게는 넬라 판타지아로 널리 알려진 곡이다. 음악을 듣는 내내 입을 다물 수 없었다. 희망, 말 그대로 희망이 전해진 연주였다. 클라리넷과 오보에의 합주로 도달한 그곳은 평화와 희망이 가득한 천상이었다. 연주는 코로나로 인해 힘들고 슬펐던 기억을 따스하게 어루만져주었다. 공연이 끝나자 ‘브라보!’ 하고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연주자도 관객도 손꼽아 기다리던 바로 이 순간. 아무리 힘든 일이 닥쳐도 우리에게는 음악이 있다, 희망이 있다, 미래가 있다. 그 점을 느끼게 해준, 무척이나 소중한 경험이었다.
 
 
 

변서연.jpg

 

 

[변서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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