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맛 큐레이터와 함께하는 맛보기 여행 - 용감한 구르메의 미식 라이브러리

세상에 존재하는 다양한 맛이 궁금하다면
글 입력 2022.03.25 00:05
댓글 0
  • 카카오 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 밴드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 플러스로 보내기
  • 글 스크랩
  • 글 내용 글자 크게
  • 글 내용 글자 작게

 

 

5년 전에 일본 오사카 여행을 갔다. 유니버셜 스튜디오, 일본식 상점들, 일본 지하철, 일본 간식 등 모든 게 즐겁고 새로웠다.

 

하지만 지금까지 가장 생생하게 기억에 남는 건 아무런 기대 없이 들어간 식당에서 접한 일본식 오므라이스이다. 느끼하지 않고 계란은 퐁실퐁실 부드럽고 소스까지 완벽하게 맛있어서 지금까지 잊지 못했다.

 

그때 이후로 음식의 중요성을 새삼 깨닫게 되었다. 여행을 가면 뭘 먹을지부터 고민한다. 한 끼를 먹어도 내 취향에 맞는 진미를 먹고 싶어서 맛집을 찾아다니고, 다녀온 맛집을 소중하게 저장한다. 웨이팅을 이해하지 못했지만 이제는 맛을 위해서라면 20~30분 정도의 웨이팅은 감수할 수 있게 되었다.

 

여기, 맛을 찾아 여기저기 떠돌지 않아도 맛을 당장 찍어 먹어 볼 수 있는 책이 있다. 바로 <용감한 구르메의 미식 라이브러리>다.

 

 

용감한 구르메_표지.jpg

 

 

‘구르메’ (고메, Gourmet)는 미식가나 식도락가를 뜻하는 말이다.

 

저자 알렉상드르 스테른은 파리 미식계에서 유명한 사업가이자 구르메이다. 셰프와 생산자를 겸직하는 프렌치 컬리너리 인스티튜트 멤버이기도 하다. 알렉상드르는 세계를 돌며 다양한 맛을 경험하고 대중에게 알려왔다. 이 책의 엄청난 두께는 전 세계의 맛을 소개하려는 그의 열정을 대변하고 있다.

 

책에 소개된 음식의 기준은 전적으로 저자의 감각과 선호도에 달려있다. 그러나 주관적으로 맛있는 음식만 골랐거나, 백과사전처럼 이 세상의 맛을 모두 소개한 건 아니다. 저자만의 기준에 따라 음식을 골고루 큐레이팅 했다. 그의 음식 선택 기준은 다음과 같다.

 

이 책에 실린 700가지의 음식은 더 많은 사람들과 공유할 만한 가치가 있다고 느꼈을 경우에만 뽑았다. 다만 한국의 홍어나 번데기같이 재료가 특이하거나 후천적으로 익숙해져야 하는 맛일 경우에는 실제로 맛이 마음에 들지 않았어도 포함했다. 식성과 식문화에 대한 존중을 바탕으로 만든 맛 큐레이터의 믿을 만한 리스트인 셈이다. 다만 상어 지느러미 음식처럼 관련 산업에 문제가 있을 경우에는 윤리적인 문제를 고려해 제외했다.

 

이 책에는 음식 소개뿐만 아니라 음식의 역사에 대한 설명도 들어있다. 음식의 역사에 대한 설명은 지금 그 음식이 어떻게 그렇게 요리되고 있는지 알기 좋아 흥미롭다. 음식에는 역사적, 지역적, 문화적 흐름이 압축되어 있는데 그러한 깊이 있는 설명도 함께 가미되어 있다. 예를 들어 한국에서 가장 흔한 소주의 경우, 사회적 지위에 따라 나이가 많은 사람부터 순서대로 술을 받고 자기 잔에 술을 직접 따르지 않고 기다리는 술자리 문화가 함께 적혀있다.

 

몇몇 음식의 경우 레시피가 들어있다. 간단한 편이기에 일반인이라면 보고 따라 하기엔 어려울 수도 있지만, 들어가는 재료들과 요리법을 보고 맛을 예측해 보는 용도로 사용하면 좋을 것 같다.

 

 

[크기변환]KakaoTalk_20220325_001407151.jpg

 

 

먹어 본 음식에는 ‘TASTED’를 표시할 수 있는 네모 박스가 있다. 어떤 음식을 맛봤는지 확인해 보고, 나아가 음식을 하나씩 체크를 해나가며 전 세계의 맛을 도장 깨기 해볼 것을 추천한다.

 

이 책의 장점은 자유롭게 ‘맛’ 볼 수 있다는 점이다.

 

책을 붙잡고 처음부터 끝까지 완독할 필요가 없다. 읽고 싶은 부분만 골라서 읽으며 찍어 먹어볼 수 있다. 필자의 경우 우선 익숙한 한국 음식을 쭉 맛본 후 음식 소개 중간중간에 삽입되어 있는 와인의 역사, 커피의 역사 등을 구경했다. 그리고 나서 여행 가고 싶은 동유럽 쪽 음식들을 맛봤다.

 

음식은 단순히 먹고 즐기는 감각에 초점을 둬도 충분하다. 그렇지만 맛에 압축된 역사와 원산지 등 풍부한 지식과 함께 음미할 때 숨어있던 미묘한 맛까지 느낄 수 있다. 세상에 존재하는 700가지 맛이 궁금하다면, 음식을 다층적으로 알고 싶다면 이 책을 읽어보기를 추천한다.


 

[유다연 에디터]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등록번호/등록일: 경기, 아52475 / 2020.02.10   |   창간일: 2013.11.20   |   E-Mail: artinsight@naver.com
발행인/편집인/청소년보호책임자: 박형주   |   최종편집: 2024.04.25
발행소 정보: 경기도 부천시 중동로 327 238동 / Tel: 0507-1304-8223
Copyright ⓒ 2013-2024 artinsight.co.kr All Rights Reserved
아트인사이트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제·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