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온 가족이 모두 플랫폼 노동자라면, 책 '헬프 미 시스터'

글 입력 2022.03.23 2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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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랫폼 노동자, 긱 워커라고 불리기도 한다.

 

어딘가 고정된 직장을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기에, 자신이 원할 때만 일을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이는 반대로 자신을 찾는 이가 나타날 때에만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따라서 그들의 자유는 곧 불안정함이라는 단어로 치환된다. 아니, 어쩌면 자유라는 단어는 어울리지 않는지도 모르겠다.

 

플랫폼 전성시대에 진입하며 플랫폼을 통해 일을 구하고 돈을 버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케이스가 배달이다. 말 그대로 배달의 민족으로 살아가며 별의별 것들을 다 배달을 통해 받아볼 수 있는 시대에 도래했다. 가까운 편의점에서 물건을 살 때도 배달을 통해 받아볼 수 있으니, 집 안에서도 모든 것을 다 할 수 있다는 말이 그리 과장된 말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처음부터 플랫폼 노동자가 되기를 꿈꾸는 사람이 과연 있을까? 일정한 나이가 되어 직업을 구해야 하는 시점이 되었을 때, '나는 플랫폼 노동자가 되어 밥벌이를 할 거야!'라는 꿈을 가지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이 질문에 나의 대답은 회의적이다. 거의 없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한다.

 

아직은 생계를 위해서 어쩔 수 없이 플랫폼에 몸을 맡긴 사람들이 더 많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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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헬프 미 시스터>의 수경 역시, 처음부터 플랫폼 노동자가 되고 싶었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예상치 못한 일은 언제나 일어나기 마련인지라 수경에게도 그런 일이 벌어졌고, 가족이 아닌 누군가와 함께 일하는 것이 힘들어지자 먹고살기 위해 택배 배송을 시작하게 되었다.

 

수경은 실질적인 집안의 가장이었다. 남편인 우재는 집에서 해외 선물거래에 몰두하는 허울만 좋은 전업투자자였고 사기를 당해 전 재산을 다 날린 부모님, 그리고 조카 둘과 함께 살아가는데 필요한 생활비는 수경의 몫이었다.

 

그녀는 그런 자신의 상황을 비극적이라고 생각해 본 적 없었다. 풍족하진 않지만, 나름대로 괜찮은 삶이라고 생각하며 살아왔던 것이다. 하지만 그것 역시 적어도 수경이 일을 할 수 있을 때에 해당하는 말이었다. 집안에 성인이 4명이나 있는데, 돈을 버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는 사실은 꽤 막막한 일이었다.

 

배달 일은 처음에는 꽤 괜찮은 일인 것 같았다. 누구를 만날 필요가 없다는 점이 가장 좋았다. 하지만 고정급이 없다는 말은 곧 자신이 움직이는 만큼 돈을 번다는 말과 같았다. 배송할 물건을 받아들고 걸으면 시급이 내려가고 뛰면 시급이 올라간다. 수경은 걸을 수 없었다. 뛰고 또 뛰었다. 배송할 물품으로 가득 찬 차를 끌고 다니며 기름값을 제하고 남는 금액이 얼마인지, 오늘은 나의 시급이 얼마인지 계산하는 것은 무척 중요한 일이었다.

 

나중 가서는 배송일을 그만두고 이 책의 제목인 '헬프 미 시스터'라는 플랫폼으로 옮겨 가긴 하지만, 어쨌든 수경이 일을 시작하자 우재 역시 플랫폼 노동자의 삶에 뛰어들었다. 대리운전을 시작한 것이다. 수경의 아빠인 천식도 수경의 엄마인 여숙도, 심지어 조카인 준후도 준후의 여자친구인 은지도 모두가 플랫폼을 통해 돈을 벌고 있었다. 온 가족이 플랫폼 노동자인 기이한 상황, 그럼에도 스마트폰을 손에서 놓을 수는 없다는 것을 모두가 알고 있다.

 

* * *

 

책 <헬프 미 시스터>의 앞 부분을 읽을 때까지만 해도, 이 책이 이런 결말을 맞이하게 될 것이라곤 전혀 예상치 못했었다. 굉장히 요즘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는 생각과 함께, 무의식중에 소설이라는 장르에 대한 고정관념을 가지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소설이라고 하면, 나도 모르게 뭔가 현실적이면서도 현실적이지 않은 그런 이야기들을 풀어내는 공간이라 여겨왔던 것 같다. 따라서 마치 옆집 가족의 이야기인 듯 생생하게 그려지는 책의 내용이 오히려 생경하게 느껴진 모양이다.

 

하지만 여전히 비현실적인 요소들도 있었는데, 무엇보다도 너무도 화목한 수경의 가정이 인상적이었다. 제대로 돈을 버는 사람이 없는 와중에도 수경의 가족들은 서로를 비난하기보다, 이 상황을 어떻게 헤쳐나가야 할까 해결책을 고민한다. 할 수 있는 일을 하자며 서로를 다독이기까지 한다. 사실 책의 관계들이 다 이런 양상이었다. 굉장히 따뜻한 관계들이 펼쳐졌다.

 

작가는 왜 이런 관계들을 그려냈을까? 작가는 인터뷰에서 이런 말을 했다. "열심히 살았어도 가진 게 별로 없는 사람들. 이런 가족도 있다는 걸 날 세우지 않고 보여주고 싶었어요.”(문화일보 인터뷰 中)

 

따라서 이 소설은 그리 불운하지 않다. 설정은 참혹하지만, 이야기에는 빛이 있다. 오히려 플랫폼 노동자로 살아가며 수경은 자신을 이해하고 타인을 이해하고 나아가 사회를 이해하기에 이른다. 때로는 이게 맞나, 지금 잘 가고 있는 것일까 의심도 들지만 지금 웃고 있으니, 그걸로 된 것이라며 마음을 다잡는다. 책 <헬프 미 시스터>는 이런 이야기이다. 자리에서 일어나 엉덩이에 묻은 흙을 툭툭 털고 앞으로 걸어가는 이야기.

 

나는 소박하지만, 결코 소소하지 않은 이야기를 읽었다.

 

 

[김규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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