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세상에서 유일한 '자기'를 발견하는 것

이 세상에서 대체불가능한 '나'를 발견하는 '자기발견'
글 입력 2022.03.05 1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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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물을 마시지 않으면 수분이 부족해 죽는다. 음식을 먹지 않으면 굶어죽는다. 이것들은 생명을 유지하기 위한 필수조건이다.

 

하지만 그 다음은? 물과 음식(또는 영양분)은 사람과 동식물 모두가 공유하는 생존의 조건이다. 하지만 사람에게는 한 가지 더 필요한 생존의 조건이 요구된다. 구체적이고 개별인 상황에 직면하여 항상 결단하고 선택해야 하는 능력이다.

 

그 유명한 다윈의 자연선택 이론에 따르면 진화 과정에서의 환경에 잘 살아남고 번식을 하는 개체의 능력인 '적응도'는 상대적이다. 이 중에서 다른 개체에 비해 적응도를 높이는 형질을 "Adaptive trait"이라고 하는데 이를 사람에 적용시키면 분명 동물과는 반드시 다른 특성을 지닐 것이다. 예컨대 급변하는 언택트 사회에서의 적응 능력, 좋은 커뮤니케이션 능력, 경제적 능력, 사회적 관계 등이 있겠다.

 

그래서 내게 물과 음식 다음으로 중요한 것이 있다면 '읽기와 쓰기'다. 이는 생명 유지라는 물리적 차원을 넘어 주체적으로 사고하고 선택하는 정신적인 생명을 잉태한다. 강산이 변하는 사이에 이미 사회는 요동을 치며 변화하고 있는데, 과연 사람들의 적응 능력도 그에 발맞춰가고 있는가. 읽고, 배우고, 쓰고, 결과물을 내놓지 않으면 제자리에 멈춰있는 것만 같은 작금의 현실 속에서 나는 "Adaptive trait(적응도를 높이는 형질)"을 발전시키고자 발버둥을 치고 있다.

 

 

 

"실존은 본질에 앞선다"



초등학교 4학년 때 샤워를 하면서 처음으로 '나는 왜 사람일까'를 궁금해하기 시작했다. '어떻게 나는 이 땅의 다른 동물들과 다르게 두발로 서있고, 온갖 자유를 누리며 생각과 기억이란걸 하고 다른 사람과 소통하지? 왜 나는 하필 이 지구에 딱 태어나서 지금 이런 궁금함을 품고 있지?' 존재의 본질 자체에 대한 의문을 느꼈다. 하지만 지금은 알게 되었다. 인간에게는 마땅히 실현해야 할 미리 정해진 본질이 없다.

 

실존주의를 주장한 철학자 샤르트르에 의하면, '인간은 스스로 만들어 가는 것 이외에는 아무것도 아니다.' 사람들은 이를 주체성이라고 부른다. 인간은 자유롭게 자신의 운명을 그 누구도 아닌 오직 스스로 창조해야 하는 존재다.

  

완벽한 기능을 발휘하는 두뇌를 가진 사람은 자신이 생각한대로 살아간다. '나는 실패했다'고 외치면 정말 실패한 인생이 되고, '나는 성장한다'고 외치면 계속 발전하는 사람이 된다. 그렇게 두뇌는 명령한 대로 따르는 착실한 기관이다. 그래서 우리는 그 무엇도 될 수 있다. 그래서 실존은 본질에 앞선다. 주체적으로 정보를 습득하고, 새로운 가치를 발견하고 곱씹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읽을 거리를 많이 접하면 접할수록, 느낀 바에 대해 쓰면 쓸수록 스스로 가둬둔 관습에서 서서히 여유를 느끼는 날 발견한다. 더 넓은 세상을 알게 되는 것만 같아 뿌듯함의 소용돌이가 든 적도 많다. 다른 사람의 생각과 경험을 상상속에서 체험해보는 일, 몇백 년전 누군가가 깨달은 삶의 이치와 원리를 단 몇 만원의 책으로 배우는 것은 이 땅에서 누리는 가장 큰 특권이지 않은가.

 

꾸준히 읽고, 자신만의 시선과 다채로움으로 그것을 새롭게 재탄생시키면 곧 실존으로 거듭나는 길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그런데 어느날 막연한 불안감과 두려움에 휩싸이는 날 발견하게 됐다. 이 모든 경험과 사색을 어떻게 '나만의 것'으로 온전히 담아낼 수 있는가? 그저 지식과 기술로 남기는 것은 휘발성이 강해 곧 '나만의 것'이 되지 못한다. 이는 곧 다른 이와 차별화되지 않는 진부함으로 남을 수밖에 없다. 즉 온전히 나를 가꾸는 데 일련의 정성과 과정이 없다면, 그저 '많은 것들을 알고 있는 사람'이지 유일무이한 '내'가 될 수 없다.

 

'많이 읽고, 쓰는 것의 장점은 충분히 알았어. 그런데 무엇을 읽고 어떻게 내 것으로 만들어야 하지?'

 

 

 

"개개인성을 발견하는 자기인식(Self-Awaren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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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선 디자이너의 <사수가 없어도 괜찮습니다>에서 언급한 '자기인식(Self-Awareness)'라는 개념을 접하며 자신의 모습을 이해하려는 의지와 기술이 물과 음식 다음으로 가장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자기인식은 이 사회가 대중에게 제시해온 '표준 경로'에서 과감하게 벗어날 수 있는 계기를 제공해준다. 우리 사회에는, 특히 한국에서는 암묵적으로 '마땅히 그렇게 살아야만 하는' 표준 경로가 존재한다.

 

예컨대 열심히 공부해서 대학에 들어가고 직장에 들어가 돈을 벌어 적당한 시기에 자녀를 낳고 노후대비를 하며 결국 삶을 맞이하는 그런 시나리오. 상품과 서비스만 표준화되는 것이 아니라 '인간 또한 표준화될 수 있다'. 이진선 작가는 "일직선 도로 위에서 개개인성은 문제로 규정되고 제재당한다"라고 일컬으며, 개개인성에 충실한 삶을 제시했다.

 

 

개개인학의 관점으로 봤을 때 인간의 발달 과정에는 '단 하나의 정상적인 경로'란 없다. 생물학적이든, 정신적이든, 도덕적이든, 직업적이든 그 종류를 막론하고 개인화 시대의 성공 경로는 다음의 2가지 원칙을 바탕으로 한다.

 

1. 어떤 목표를 향한 여정이든 길은 여러 갈래이며 그 길은 저마다 동등한 가치를 가진다.

2. 나에게 가장 잘 맞는 경로는 나 자신의 개개인성에 따라 결정된다.

 

- <사수가 없어도 괜찮습니다(이진선)> 브런치북 중에서

 


즉 우리는 모두 개개인성을 가지고 있는 유일한 존재이므로, 그에 따른 각자만의 자기인식을 통해 자신의 외면과 내면을 명확히 이해할 수 있다. 만약 자기의 삶과 일에 대한 답을 스스로가 아닌 외부에서 찾는 사람은 불안함의 터널에서 벗어날 수 없다. 반면, 자신을 실제로 잘 아는 사람은 평생에 걸쳐 추구하는 목적, 즉 ‘북극성’을 설정하여 스스로가 만들어가는 크고 작은 선택들이 모두 하나의 방향을 가리킨다.


취업, 이직, 글쓰기, 퍼스널 브랜딩, 연애, 사업, 무엇을 하든 가장 먼저 해야 하는 것은 나를 잘 아는 일이다. 나답게 일하고, 나답게 성장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자기 지식(self-knowledge)을 축적하는 경험, 즉 자기 발견을 해야만 한다.

 

자기 인식을 통한 자기 지식을 축적하고, 자기 발견에 매일 다가가는 삶은 어떨까? 알 수 없는 미래에 직면한 ‘모호함’이 만든 불안에서 벗어난다. 그리고 스스로를 선명하게 빚어간다. 떠오른 생각을 앞으로 계속 밀고 나갈 실천의 동력을 만든다.


이진선 작가는 말했다. 우리중 대부분은 자기가 가진 생각의 재료를 알아보지 못하거나 과소평가한다고. 우리는 모두 각자만의 경험과 지식, 성향, 취향이 있다. 이를 과연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자기발견의 축은 달라질 것이다. 남과는 다른 ‘유일한 나’로 그 자신을 기꺼이 인정하고 존중하는 것은 내 안에 가지고 있던 ‘흩어진 재료’를 정리하고, 모으는 일에서 시작한다.

 

 

 

난생처음 만나는 ‘나’, 영원히 함께할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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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처음으로 돌아가보자. 내게 있어 물과 음식 다음으로 중요한 것은 바로 ‘나’를 발견하는 “자기 발견”이었다. 이를 위해 읽고 쓰고, 생각하고 다시 실천하는 ‘단련’이 필요했던 것이다. 이제야 내가 지금껏 포기하지 않은 일련의 행동에 대한 의미를 찾게 됐다.


세상에 있는 수많은 만물을 발견하는 것보다도, 이 세상에서 대체불가능한 ‘나’라는 존재를 찾는 것. 자신에게 주는 최고의 선물이 아닐까? 돌이켜보니 삶에서 눈을 뜨는 처음부터 눈을 감는 마지막 순간까지 모든 순간을 경험하고 감당하는 것은 다른 누구도 아닌 ‘나’이기에, 가장 온전한 나를 찾는 것은 그 어떤 동행자보다 든든할 것이다. 스스로가 안내자이자, 멘토이자, 동료기에.


하지만 자기를 발견하는 과정은 당연히 쉽지 않은 고행길이다. 어느날 ‘금 나와라 뚝딱’하듯이 요술봉을 휘둘러 “짠!”하고 자기발견에 이룰 거라는 조급함을 내려놓자. 대신, 천천히 ‘올바른 길’, 즉 정도를 가겠다고 다짐하면 한결 여유로운 여정이 될 것이다.


우선 나는 오랫동안 고질병처럼 느껴왔던 내면의 문제부터 차근차근 열어보기 시작했다. 스스로를 족쇄에 가두었던 생각과 경험에 대한 주관적인 ‘해석’의 습관 등을 꼼꼼하게 살펴본다. 이를 통해 자신만의 한계에 초월하는 ‘자유’를 쟁취하는 것이다.

 

 

“해결해야 할 문제가 무엇인지 정의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통제할 수 없는 문제, 문제가 아닌 문제, 중요하지 않은 문제를 분류하지 않고 해결하느라 몇 년씩 허비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중략) 혹시 지금 바꿀 수 없는 현실과 싸우고 있지 않은가? 내가 통제할 수 없는 부분에 집착하고 있지는 않은가? 내 일의 주인이 되기 위한 자기 발견의 첫 단계는 ‘받아들이기’이다.

 

- '사수가 없어도 괜찮습니다(이진선)' p. 72~73 중에서

 


바꿀 수 있는 것과 바꿀 수 없는 것을 명확하게 이해하기. 이를 바탕으로 에너지를 쏟을 수 있는 영역에 최선을 다하는 것만이 참다운 ‘자기발견’으로 가는 여정을 도와줄 것이다.


두 번째로, 고유한 경험과 지식 등을 통해 얻어진 ‘강점’에 집중한다. 그리고 이를 발전시키기위해 ‘지속적’으로 노력을 한다. 예컨대 나의 경우 글쓰기를 좋아하고 때때로 남들에게 ‘쉽게 읽힌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으므로 이를 강점이라 판단할 수 있다. 이러한 경험을 살려 꾸준히 글을 쓰고, 책을 읽고, 다시 경험한 바를 실천하면서 그저 ‘쓰는 사람’이 아닌 ‘영감을 주는 작가’로 발전할 수 있는 것이다. 의식적인 노력과 끊임없는 배움과 실천으로 강점을 성장하게 한다.


 

“강점은 그냥 두면 알아서 강해진다는 편견이 있다. 그러나 강점은 저절로 빛나는 다이아몬드가 아니다. 강점을 가진 재능에 기술과 지식을 더하며 단련해야 한다.” 

 

- '사수가 없어도 괜찮습니다(이진선)' p. 75 중에서

 


‘강점을 내버려두지 말라.’ 스스로에게 외는 주문이 되었다.


마지막으로, 태어났을 때부터 가지고 있던 ‘성향’을 적극적으로 존중한다. 그저 자연스러운 자기 모습을 받아들인다. 나의 어떤 성향으로 인해 무엇을 좋아하고 싫어하게 되었는지, 어떤 환경에서 편안함을 느끼는 것인지 찾아나가는 것이다.


때때로 성향을 구분할 때 ‘에너지의 방향’을 기준삼아 외향형 또는 내향형으로 나눈다. 하지만 나의 경우 이를 두부 모 자르듯 확신할 수 없었다.  물론 공동체와 사람에게서 에너지를 얻는 ‘외향형’이 훨신 우세하지만, 혼자 있을 때 사색을 하거나 운동을 하는 활동에서 에너지가 충전되는 ‘내향형’의 성향도 분명히 공존한다.


이렇듯 자기 자신에 대한 입체적인 모습을 정의하여 각자만의 성향을 파악하면 어떨까? 보다 다채롭고, 풍요로운 구성원들이 모여 그와 닮은 사회를 만들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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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발견은 ‘자신’을 위한 것만이 아니라, 결국은 함께 살아가는 우리 모두를 위한 ‘응원’이 될 것이다. ‘나도 이렇게 나를 발견해서 의미있는 삶을 살아가, 너도 할 수 있어!’라는 메세지가 공명하면, 어느새 우리는 남들의 시선과 편견에서 해방된 채 온전히 그 자신의 유일함을 발전시키며 살아갈 것이다. 뿐만 아니라 급변하는 사회속에서도 자신만의 무기를 가지고 세상의 파도에 적응하는 스릴감과 성취감 또한 느낄 수 있을거라 확신한다.


이 세상 수많은 ‘자기’들에게 이 글을 바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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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지예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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