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호피폴라가 전하는 사랑에 대하여 [음악]

호피폴라 2nd Mini Album <And Then There Was Us> 리뷰
글 입력 2022.02.22 1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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꾸준히 새로운 음악을 찾아 많은 노래를 들어보려 하지만, 그 속에서도 변하지 않는 나만의 '사골 플레이리스트'가 존재한다. 시간이 지나도 오래도록 사랑받는 노래에는 분명 그만의 매력이 있을 것이라 생각하는데, 아주 오랜 시간이 지난 것은 아니지만 나에게는 호피폴라의 앨범이 그러하다.

 

 

호피폴라_1.jpg

 

 

개인적으로 호피폴라는 슈퍼밴드 때부터 팀이 짜여지고 가장 응원했던 밴드기도 하다. 전형적인 록과 더 나아가 헤비 메탈도 자주 들었던 나로서는 첼로라는 악기가 밴드로 들어간다는 것이 당시엔 잘 믿어지지 않았다. 아무리 모던 록의 음악들이 규격화되지 않았다고 하지만, 과연 밴드 사운드의 풍성함을 채울 수 있을지, 첼로의 클래식함이 잘 녹아들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그 당시 정식 앨범이 발매되기 전에는 이들을 응원하면서도 슈퍼밴드 심사위원분들이 말씀하셨던 사운드의 한계 면에서 걱정을 했던 것 같다. 하지만 괜한 걱정이었을까, 첫 앨범이었던 을 너무 좋게 들었고, 이 앨범 또한 가지고 있던 기대 그 이상으로 그들만의 사운드를 잘 구현하였다.

 

앨범에는 총 8곡이 수록되어 있다. 여기서는 타이틀의 Instrumental 버전을 제외하고 총 7곡을 목록 순서를 따라가며 리뷰를 남겨보고자 한다.

 

 

 

1. Where is



첫 곡 'Where is'는 인트로격의 노래로, 짧지만 강렬하다. 노래를 재생하면 스산한 분위기가 귀를 사로잡는다. 사운드의 공간감은 듣는 사람으로 하여금 점점 조여오는 효과를 주는 것 같고 동시에 짧은 가사를 들을 수 있다. 약 40초 정도부터 깔리는 첼로 소리는 곡에 무게감을 더해준다. 개인적으로 첼로는 참 매력적인 악기라고 생각한다. 웅장하면서도 너무 낮지 않은 음을 가졌으며, 한편으론 따뜻한 선율을 만들어 내기 때문이다. 특히나 후술할 내가 생각하는 호피폴라의 사운드의 특징에서 중심으로 설명할 부분이 첼로와 깊은 관련이 있기도 하다.

 

이 노래가 전하는 메시지도 굉장히 흥미롭다. 앨범 소개에서 멤버들이 적어놓은 한 줄 설명을 확인할 수 있는데, 보면 이러하다.



 

보고 싶은 것만을 보고

듣고 싶은 것만을 듣는 세상이 오지 않기를

 

 

곡 소개를 보고 가사에 'We are faced with our desire' 이라는 말이나, 정식 가사에는 나와있지 않으나 메아리처럼 들리는 'We're losing our humanity', 'We're facing our insanity' 등의 말이 특히나 와닿았다. 무언가 요즘 느낄 수 있을 법한 감정을 반영한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코로나가 영향을 미친 건지 왠지 모르게 다들 날이 서있는 요즘. 나 자신도 물론 중요하겠지만 인류애라는 가치가 생각나면서, 호피폴라가 결성되고 난 후 처음 슈퍼밴드에서 커버했던 시규어 로스(Sigur Ros)의 무대가 동시에 생각나기도 했다. 이 밴드가 지향하고자 하는 노래 - 이를테면 희망과 감동, 위로가 담긴 - 의 메시지가 역으로 '저러한 가치와 상반된 것들은 지양하자'라는 식으로 담겼다는 생각도 조금 들었지만, 이건 언제까지나 개인적인 추측일 뿐이다.

 

 

 

2. The Love


 

'Where is'는 2번째 곡인 'The Love'로 이어진다. 처음 곡의 제목을 보았을 때는 어떻게 앨범의 이미지와 연관 지어 사랑을 풀어냈을까 하는 궁금증이 들었다. 그리고 이내 노래를 들으며 'Where is the love'라는 가사에 주목해 보았을 때, 1번 트랙과 내용을 연관 지어 생각할 수 있겠다는 느낌이 들었다. 'Where is'에서 욕망과 관련된 이야기로 끝을 맺은 후, 그들은 미워하는 대상에게 'Where is the love'라고 말한다. 앞선 노래가 격정적인 분위기를 띄고 있었던 것과는 달리, 이 노래는 차분한 분위기 속에서 전개된다. 관계가 마무리되고 감정을 정리하는 상황을 사운드적으로도, 가사적으로도 잘 표현한 노래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여기서 한 가지 주목해보고 싶은 점은 호피폴라가 사랑에 대해 다루는 방식이다. 그들은 단순히 연인 관계에서 느껴지는 설렘보다는 사랑 속에서 마주할 수 있는 다양한 감정들을 주제로 가사를 풀어나간다. 이것은 이전 앨범인 'Spring to Spring'에서도 드러나는데, 타이틀곡인 '그거면 돼요'에서 사랑 받고 싶지만 내가 주는 사랑마저 주지 못하게 될까 두려워하는 화자의 시점을 담은 것이 그 예가 될 수 있겠다. 사랑은 행복한 것이고, 좋은 것이다와 같은 일반적인 생각과 달리 '두려움'이라는 감정을 소재로 이야기를 전하는 그들의 음악에서 우리는 알게 모르게 위로를 받는다. 이것은 그들의 음악이 감정을 숨기기보다 직시할 수 있도록 도와주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호피폴라_2.jpg

 

 

 

3. 너의 바다(Title)



그리고 대망의 타이틀곡, '너의 바다'가 펼쳐진다.'우리 바다 갈까'로 시작되는 이 곡은 사운드와 가사 모두 기승전결이 뚜렷한 것이 특징이다. 소리가 거의 없이, 피아노만으로 단조로이 펼쳐지다 일렉기타, 첼로, 그리고 드럼이 차례로 들어오는 구성은 듣는 사람을 집중하게 만드는데 탁월하다. 꼭 잔잔한 파도가 밀려오다 나중엔 그 파도에 잠기게 되는 그런 느낌이라고 할까. 사운드의 밸런스와 공간감도 잘 잡혀 있다. 이 역할을 첼로가 정말 잘하고 있다고 생각하는데, 첼로 소리를 최대한 들으려 귀를 기울이면 음을 첼로가 항상 뒷받침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물론 첼로 소리가 확 꽂히는 부분도 존재하는데, 특히 3분 20초 정도부터 나오는 브릿지의 후반부에서 그렇다. 음이 높아지며 분위기를 고조시키는 흐름이 매력적이라고 느낀 순간이라면, 아마 이 노래에 이미 빠진 뒤가 아닐까.

 

가사 또한 감각적이며, 실제로 누군가와 함께 바다에 다녀온 듯한 기분을 경험하게 한다. 물론 실제로 바다에 다녀오는 것도 있겠지만, 조금 더 이면의 의미를 파악해본다면 마음 속 깊은 곳, 즉 심연과 같은 곳이 되겠다. 여러 이유로 마음이 추락하는 것 같은, 혹은 넓은 세상 속에 혼자 덩그러니 남겨진 느낌이 들 때 이 노래는 이렇게 우리에게 말한다.



 

나는 너의 바다 그 위에 비가 될게

언제라도 내려와 네게 잠겨

널 안아줄 수 있게

 



실제로 멤버들 또한 '바다 아주 깊은 곳, 당신이 길을 잃었을 때 건네고픈 마음' 이라고 노래를 소개한 바 있다. 그래서 개인적으로 호피폴라가 지향하는 사람들을 위로할 수 있는 노래에 가장 부합하는 노래라고 생각한다. 희망찬 미래가 앞에 있을 거라 말하진 않지만, 힘든 상황을 혼자 버티게 두지 않을 것이란 말. 위로라는 직접적인 단어는 한 번도 등장하지 않지만 가사를 곱씹다보면 분명 위로를 받을 수 있는 노래일 것이다. 우리가 흔히 머릿속이 복잡하면 바다에 다녀오고 싶다는 말을 종종 하곤 하는데, 아마 이 노래가 듣는 사람에게 간접적으로나마 그런 경험을 선사해주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4. Unnatural




4번 트랙 'Unnatural' 또한 '두려움'이라는 감정선을 어느정도 이어가며 전개된다. 앞서 언급했던 두려움이 자신에 대한 두려움이었다고 한다면, 이 트랙 전반에 깔려 있는 정서는 외부 상황에 대한 두려움이 될 것 같다. 자신을 둘러싼 상황이 변화되었을 때, 특히 그것이 사랑과 관련된 상황이라면 이후엔 상실감과 공허함이 사랑의 자리를 채우지 않을까 생각한다. 이 노래는 그 상황이 닥쳤을 때의 감정이 오롯하게 반영되어 있는 곡이라 할 수 있다.

 

사실 Unnatural이라는 단어를 이 가사에 등장하는 '꿈'과 연결지어 본다면, 약간의 다른 해석이 가능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해본 적이 있다.



 

이런 꿈은 싫은데

빨리 깨고 싶은데

 



꿈에 대해서 잠깐 생각해보면, 현실과 어느정도 닿아있을 수도 있으나 보통은 무의식의 영역과 연결된다고 말한다. 그러니 현실과는 조금 동떨어지고 자연스럽지 못한 부분이 생길 수도 있을 것이다. 그래서 unnatural이라는 이 곡의 제목과도 연결될 수 있는 부분이 생길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잠시 들었다. 하지만 이러한 해석보다는 앞서 말한 두려움과 상실감과 같은 감정을 느끼는 이 순간이 꿈이었으면 좋겠다는, 무언가 변해버린 그 상태 자체를 'Unnatural'이라 정의한 것이 좀 더 옳지 않나 하는 생각이다.

 

사운드에 대해 이야기를 해보면, 타이틀곡만큼 휘몰아치며 고조된다는 느낌보다는 잔잔하게 날아오르는 느낌이 강하다. 개인적으로는 드럼 소리가 강조되지 않고 현과 신디사이저 위주로 진행되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몽환적인 사운드와 담담하면서도 후렴구에서는 이렇게 가서는 안될 것 같다는 감정이 실린 보컬이 조화롭게 잘 어우러지는 곡으로 이 노래를 정의할 수 있을 것 같다.



 

 

5. Mom




5번 트랙인 'Mom'에서는 정서가 반전된다. 어머니에 대한 사랑을 주제로, 막상 만났을 때 미처 전하지 못한 말들이 가사에 적혀있다. 정서가 반전되다보니 사운드도 조금 따뜻해지는 느낌이 강하다. 개인적으로는 앨범 중에서 가장 덜 친한 곡이기도 한데, 계속 듣다보면 죄송한 마음이 커지는 것 같아서인 듯 하다. 들으면서 '라디 (Ra. D) - 엄마'가 생각나기도 했고. 듣다보면 표현이 인색했던 사람도 부모님께 그동안 하지 못했던 사랑한다는 말을 할 수 있게끔 용기를 주는 곡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6. 유랑




6번 트랙인 '유랑'은 가사가 없는 하나의 연주곡이다. 조금 더 따뜻한 느낌을 가지고, 제목에 충실하게 실제로 어딘가 떠도는 것 같은 느낌을 주는데 그 이유는 전반적인 평화로운 사운드 속에서 조금씩 달라지는 소리가 있기 때문이다. 말하자면 하루가 5분이 약간 넘는 시간동안 농축되어 담겨있는 느낌이라 설명할 수 있다. 처음 부분은 첼로와 통기타 소리를 중심으로 어디론가 떠나는 듯한 느낌을 담고 있다면, 2분이 지나고나서 부터는 새로운 소리가 들어오며 이 소리가 노래 안에서 시간의 경계선을 만들어주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그래서 이후로는 밤의 바다나 호수 위에서 즐기고 있는 듯한 장면을 상상했던 것 같다. 이전 앨범인 'Spring to Spring'에 실린 '동화 (Marchen)'이 봄의 정취를 담아 풀밭을 연상시켰다면, 이번 '유랑'은 타이틀곡에서 바다를 이야기하고 있어서인지는 몰라도 물가를 많이 연상시키는 듯 하다. 연주곡이다 보니 가사가 없고, 그래서 곡에 대한 느낌을 리스너들이 각자의 방식대로 생각하며 느낄 수 있는 곡이라고 생각한다. 한번쯤 상상하며 들어도 좋지 않을까.


 

멀지 않은 곳에 바닷길이 보였고

소금기 섞인 바람을 맞으며

우리는 다시없을 행복을 만끽한다

 

- 곡 '유랑' 소개

 



 

7. And Then There Was Us


 

7번 트랙인 'And Then There Was Us'는 Instrumental 곡을 빼고 사실상 마지막 곡이자, 이 앨범과 같은 제목을 가진 트랙이기도 하다. Hidden Track이라고 적혀 있어 앨범에만 공개되는 곡인줄 알았는데, 그것은 아니었다. 멤버들 말에 의하면 원래는 없는 트랙이었는데, 앨범 발매가 늦어진 바람에 어쩌다 탑승한 곡이라고 한다. 나름 의미를 찾아보려 노력했는데 가사가 명확하게 들리지는 않는 것 같아 마지막을 장식하는 여백 정도로 남겨도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리뷰를 마치며



모든 곡들을 다시 들어보며 느끼는 부분이지만 호피폴라다운 색깔이 정말 잘 묻어나는 앨범이라는 생각이 든다.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도, 담고 있는 사운드에서 모두 느낄 수 있었고 멤버들이 정말 공을 많이 들인 앨범이었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음악을 좋아하는 학생이자, 한 명의 팬으로서 열심히 오랫동안 듣고 있는 앨범 중 하나가 되겠다. 추운 날씨, 포근함이 필요한 요즘, 호피폴라가 이끄는 바다로 함께 빠져보는 것은 어떨까.



 

[정하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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