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의 진주가 된 그들.

- 영화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2003)>를 보고
글 입력 2022.02.22 0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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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 속 그리트는 가정형편이 어려워져 화가 요하네스 베르메르의 집에 하녀로 들어가게 된다. 그곳에서 베르메르는 자신의 그림을 통해 예술을 볼 줄 아는 그녀의 재능을 발견하고, 그렇게 둘은 가까워지게 된다.

 

영화는 어떻게 보면 ‘불륜’의 소재로 다소 위험하게 비추어질 수 있지만, 그리트와 베르메르의 사랑을 섬세한 구도와 연기를 통해 둘의 관계를 아름답고 슬프게 비추어진다. 이 영화 속 인물의 관계는 크게 ‘여성과 남성’, ‘주인과 하녀’, ‘예술가와 뮤즈’로 나뉘어 표현한다.

 

그 당시 속 시대가 과거인만큼 영화 속 여성은 수동적으로, 남성은 능동적이며 공격적으로 표현한다. 그리고 신분 사회 속의 주인과 하녀는 여성과 남성의 상반된 성격을 주인과 하녀의 관계를 통해 더욱 극적으로 두드러진다. 영화 속 장면에서 인물들이 입고 있는 복장의 차이뿐만 아니라 화려한 악세사리로 둘러싼 손과 하녀의 일로 상처투성이인 손으로도 상반된 관계의 거리감을 더욱 잘 보여준다.

 

하지만 ‘예술가와 뮤즈’의 관계는 이런 수직적인 관계를 깨뜨린다. 그리트는 베르메르의 예술적 능력을 존중하고, 그런 베르메르가 그리트에게 예술적 영감을 얻고 서로의 진가를 알아본다. 그래서 영화에서 베르메르는 부인의 시기와 질투에도 불구하고, 그리트의 예술적 능력을 키워준다. 그리고 그 당시 교육을 받지 못했던 여성이자 하녀인 그리트는 예술적인 능력을 베르메르를 통해 한층 성장하게 된다. 몰랐던 것을 알아가는 재미를 느끼는 그리트의 연기는 사회 속 틀에 조금은 벗어난 해방감을 느끼며, 그녀의 감정에 더욱 몰입하게 한다.

 

이 세 가지 관계를 통해, 예술적 능력 이외에도 그리트가 성장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영화 초반부에 피터의 눈을 못 마주치고 부끄러워하는 그리트가 베르메르의 관계를 통해 스스로 피터에게 찾아가 성관계를 하는 장면에서 알 수 있다. 그리트가 베르메르에게 느낀 사랑과 이에 대한 공허함을 피터에게 풀기 위함일 수도 있지만, 영화 초반부와는 사뭇 다른 그리트의 모습이다. 이외에도 본인의 의사를 말하고, 조금은 능동적으로 변하는 그녀의 모습을 엿볼 수 있다.

 

어떻게 보면 불륜으로 비극적이고 악한 사랑일 수 있지만, 예술 앞에서 스승과 제자인 베르메르와 그리트는 서로가 서로를 지키기 위해 힘쓴다. 하지만, 결국 가정과 사회적 시선에 둘의 사랑은 진전시키지 못하지만, 그런 서로를 아끼는 둘의 모습은 슬프면서 아름다운 예술작품과 같았다. 특히 그리트가 베르메르의 작품을 위해 초상화의 인물이 되면서, 진주 귀걸이를 착용하는 모습에서 잘 느낄 수 있다. 진주 귀걸이를 강요하는 베르메르와 이를 거절하는 그리트. 초상화의 자세를 잡는 장면과 귀를 뚫는 장면에 곳곳에 들어간 은유적인 표현은 위험한 사랑을 조금 더 아름다우면서 사회적 틀에 벗어나지 못하는 그들의 사랑을 잘 표현하는 것 같다. 직접적으로 야한 장면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영화 속 구도와 등장인물의 시선 처리는 그 둘의 관계에 긴장감과 몰입감을 준다. 결국에 서로가 가진 것을 다 버리고, 사랑을 지키는 뻔하고 행복한 결말은 아닐지라도, 당시의 서로 상반된 신분과 사회 속에서 서로의 진주를 알아본 그 둘의 모습은 다소 아름답게 느껴진다.

 

이 영화는 얀 베르메르의 유명한 작품인 <진주 귀고리 소녀>의 작품을 보고 각색한 영화이다. 실제로 이 작품은 그 소녀가 실제 인물인지 정확히 모른다. 하지만 실화가 아닐지라도, 작품 속 소녀의 몽환적이면서 어딘가 슬픈 그녀의 모습에 공감하게 된다.

 

실제로 그 소녀에 대해 정확히 알 수 없지만, 그래서 더 신비롭고 아름다운 작품은 이 영화의 결말과 비슷해 보인다. 그리트가 쫓겨났지만, 그녀의 것이라고 진주 귀걸이를 준 베르메르를 통해 몸은 떨어져 있지만, 서로에게 있었던 사랑을 증명하는 것 같다.

 

평소 초상화에는 관심과 재미를 못 느꼈다. 하지만 영화 속 그리트가 본인의 초상화를 보고 “제 속까지 꿰뚫어 보셨군요,”라는 대사를 통해 초상화 속 인물을 어떻게 볼 수 있는지에 대한 고민하면서 초상화에 관심 가지게 된다.

 

당시의 억압된 사회와 사람과의 관계 속에서 그리트와 베르메르의 따뜻한 사랑과 영화 속 미학들은 눈을 경이롭게 만들고, 또 하나의 예술작품을 보는 듯한 영화이다.

 

 

[지윤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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