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개소리가 거짓말보다 더 악성인 이유 [도서]

<개소리에 대하여>를 통해 살펴본 동기의 중요성
글 입력 2022.02.21 1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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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 현상으로서 '개소리'는 의사소통 과정에서 정보성 알맹이가 빠진, 소리에 불과한 언어를 일컫는 말이다. <개소리에 대하여>의 저자 Harry. G.Frankfurt는 ‘개소리’와 ‘거짓말’의 비교를 통해 개소리의 본질을 발화자의 동기에서 추론할 수 있다고 밝힌다. 그의 분석은 다소 사소해 보이는 동기에서의 차이가 진리를 추구하는 사회에서 큰 적이 됨을 일깨워준다.

 

언어는 사회적 관계를 위한 의사소통 수단이다. 유발 하라리는 <사피엔스>에서, 인간의 사회-문화적 성취의 근원을 언어의 유연성에서 찾았다. '놀라울 정도로 유연한 언어'를 구현하는 사피엔스는 세계에 대한 정보를 세부적으로 표현할 수 있었고, 이것이 타종보다 압도적으로 거대한 사회적 협력을 가능케 했다는 분석이다. 그러면서도 그는 아인슈타인과 앵무새의 비교를 통해, 언어의 가치가 그것이 담는 정보의 질과 양에 있지 그것을 제외한 '소리'와는 전혀 관련이 없다고 밝힌다. 즉 언어에 있어서 소리는 그 소리가 담고 있는 정보와 연결되어 있어야만 그것이 가치를 지닌다는 말이다. 우리는 이 지점에서 인간사회집단에서 흔히 쓰이는 '개소리(bullshit)'라는 단어를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타 종으로서 개와 개가 내는 소리는 (더군다나 인간이 개의 소리를 낸다면) 인간에게 필요한 유용한 정보를 전달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특정한 분야를 넘어 정치적 메시지와 여론의 중요성이 커지는 사회 분위기 속에서 Harry G. Frankfurt의 <개소리(bullshit)에 대하여>는 개소리에 대한 개념을 밝히면서, 개소리가 갖는 힘을 파악한다.

 

본문에서 저자는 개소리의 속성이 '부정확한 전달 또는 기만의 양상'이라고 분석하고, 거짓말과 공통점 차이점을 비교함으로서 개소리의 핵심을 밝힌다. 거짓말 또한 개소리처럼 의도적으로 어떤 사태에 대해 '부정확한 전달'을 하며, 이는 상대를 속이기 위한 '기만의 양상'을 띄고 있다. 거짓말쟁이는 사태에 대하여 부정확한 진술을 함으로써 일차적으로 상대를 속인다. 이어서 상대에게로 하여금 자신이 그 잘못된 정보를 믿고 있다는 판단을 내리도록 근거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자신의 믿음에 대해 부정확한 진술을 하게 됨으로써 이중으로 속임수를 쓰게 된다. 여기서 거짓말쟁이의 첫 번째 부정확한 진술은 명시적인 거짓말로서 분명하게 '의도'에 속하며, 자신의 믿음에 관한 부정확한 전달은 의도하지 않았지만 발생하는 '효과'에 가깝다. 저자는 개소리가 의도하는 것이 바로 이 효과에 있다고 말한다. 즉 개소리쟁이가 명시적인 거짓말을 하는 것은 아니지만, 자신이 '실제로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를 속인다는 것이다. 따라서 개소리가 속이려고 하는 것은 그의 기획 의도이고, 그렇게 함으로써 어떤 방법으로든 간에 자신의 속셈을 부정확하게 전달한다. 결국, 이러한 기획 의도에서 추론할 수 있는 점은 거짓말과 달리 개소리는 애초에 사태의 진상을 전달하겠다는 의도가 없다는 것이다. 저자는 이를 '진실에 대한 무관심'이라고 표현하며 이것이 개소리를 규명하는 본질이라고 분석한다.

 

이를 좀 더 쉽게 이해하기 위해, 2016 미국 대선 이전에 페이스북에서 온갖 가짜뉴스를 퍼트렸던 조지아의 22세 청년 라차비제의 사례를 들여다보자. (뉴욕타임스 2016년 11월 26일호 Inside a Fake News Sausage Factory: ‘This Is All About Income’) 기사에서 진행한 인터뷰에 따르면, 그는 정치에 큰 관심은 없지만, 트럼프에 대한 글이 돈이 된다는 이유로 각종 트럼프 예찬글과 가짜기사를 올렸다고 한다. 여기서 그의 '동기'는 순전히 자신의 돈이었다. 그의 '목표'는 사람들이 자신의 글을 보게 함으로써 광고수익을 얻는 것이었다. 그 목표를 위해 그가 '의도'하는 것은 자신이 돈을 벌고 싶은 마음을 숨기고 어떠한 사건을(진실이든 거짓이든 상관하지 않고) 이야기하는 것이다. 그가 트럼프에 관해 명시적인 거짓말을 하는 것은 아니지만, 돈에 대한 자신의 마음을 숨기는 것은 다소 기만적인 양상을 띄고 있다. 그리고 '뉴스'를 제작함으로써 자신의 속셈에 대한 부정확한 전달을 한다. 저자는 이러한 '진실에 대한 무관심'이 진리에 있어 거짓보다 더 악성임을 주장한다. 거짓은 거짓말을 하기 위해 어떻게든 진실을 인식해야 하지만 개소리는 아예 진실을 무시해 버리기 때문이다. 이어서 '개소리는 거짓이라기보단 가짜이며, 가짜의 문제는 그것이 어떻게 생겼는지가 아닌 어떻게 만들어졌는지에 있다'고 언급하며 개소리가 갖는 의미를 파악한다. 가짜의 문제에 대한 저자의 이러한 통찰은 우리 스스로가 발언에 있어서 그 동기와 방식을 성찰할 필요성을 제시한다.

 

<개소리에 대하여>는 언어 현상인 '개소리'의 원인이 진실에 대한 무관심에 있다고 밝히며, 독자에게 발화의 동기를 성찰할 필요성을 제시한다. 모든 것이 가치로 읽히는 사회 내에서, 개인의 인정욕구(와 그것을 동기로 한 발화) 그 자체가 잘못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다만 그러한 발언들이 결과주의적 사회 분위기 안에서 특정한 목적(대개 발화자의 이익)에 간편하게 봉사하려고 하므로, 그 목적 이외의 어떠한 의미에도 닿을 수 없다는 것이 문제이다. 유의미한 소통을 위해 우리는 주장을 하기에 앞서 동기를 성찰하며, 그것을 합리적으로 전달하기 위한 방법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최재성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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