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주석 작가의 "한국의 미 특강"을 읽고 한국 예술과 사랑에 빠지다

글 입력 2022.02.20 1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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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이 좋아하는 한국 화가는 누구인가요? 아니면 가장 좋아하는 한국 작품은 무엇인가요? 저는 ‘오주석의 한국의 미 특강’을 읽기 전에는, 좋아하는 한국 화가도 한국 작품도 없었습니다.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한국 예술보다는 서양 예술을 더 많이 접했습니다. 초등학교 미술 학원을 다닐 때 서양 미술사를 공부했고, 그 책에서 나온 인상주의 그림들을 유화로 그렸습니다. 그리고 엄마가 데리고 다닌 전시회들은 대부분 서양 작품들이었습니다. 그나마 한국 예술을 접할 수 있었던 것은, 학교에서 체험학습으로 가게 된 국립중앙박물관이나 전쟁 기념관 정도였습니다. 그마저도 친구들이랑 노느라 작품을 제대로 본 적이 없었습니다.


그리고 고등학생이 된 저는 국어 교과서에서 오주석 작가님의 ‘옛그림 읽기의 즐거움 1’ 책의 일부가 담긴 발췌문을읽게 되었습니다. 수시를 준비하던 저는 평소와 같이 교과서 지문의 문장을 하나하나 뜯어서 분석하고 암기하며 반복해서 읽고 있었는데, 문득 이 글이 너무 재미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글은 김정희가 그린 <세한도>에 대한설명이었습니다. 내가 공부하다가 이제 교과서 지문까지 재미있어 하다니 미쳤구나라는 생각이 처음에 들었습니다. 그런데 작가가 <세한도>에 얽혀진 이야기, 스승과 제자가 주고 받은 편지의 내용, <세한도>에 대한 묘사등을 상세하고 실감나게 표현해서 <세한도>을 보지 않아도 머릿속에 상황을 그릴 수 있었습니다. 이를 계기로 오주석 작가님에 대한 호기심이 생겼고, 그의 다른 책인 ‘오주석의 한국의 미 특강’을 읽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 책은 제 인생책이 되었습니다.

 

저자 오주석은 박물관, 문화원, 공무원 및 교원 교육원 그리고 삼성, LG 연수원 등 장소를 가리지 않고 많은 강연을 해오셨습니다. ‘옛 그림 읽기의 즐거움 1,2’, ‘이인문의 강산무진도’, ‘그림속에 노닐다 1,2’, 단원 김홍도, ‘사랑한 우리 그림’, ‘한국의 미 특강’의 책들을 내셨고, 이 책들을 읽으면 그가 한국 예술을 얼마나 사랑하고 자긍심을 갖고 있는지를 몸소 느낄 수 있습니다.

 

책의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이 책은 저자 오주석이 특강한 내용을 책으로 엮은 것입니다. 문어체가 아닌 구어체로 책이 구성되다 보니, 읽는 데 쉽고 내용을 바로바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복잡하고 어렵게 느껴진 한국 예술을 보다 재미있고 쉽게 이해하는 데 이 구어체가 한 역할을 했다고 생각합니다. 이 책은 한국 그림을 어떻게 보아야 하는지부터 각 유명한 그림을 세세하게 분석해서 설명하고, 한국 예술에 숨어있는 우리 선조들의 지혜와 철학까지 배울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저같이 한국 그림을 전혀 몰랐던 사람들도 한국 예술에 쉽게 접근할 수 있게 만들었습니다.

 

한국 그림은 서양 미술과 다르게 감상해야한다는 사실을 알았나요?

 

서양 미술은 옛 글쓰기 특징에 따라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그림을 감상하면 됩니다. 하지만 옛 한국 그림을 이렇게 감상하면 안 됩니다. 한국은 옛날에는 글을 오른쪽 위에서 왼쪽 아래로 적었기 때문에, 옛 한국 그림도 오른쪽 위에서 왼쪽 아래로 그림을 봐야 합니다. 그리고 회화 작품 크기의 대각선을 그었을때, 대략 그 대각선만큼 떨어져서 보는게 적당하다고 합니다.

 

처음에는 그림을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보나 오른쪽 위에서 왼쪽 아래로 보나, 그렇게 차이가 날까? 하는 어리석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오주석 작가님이 보여주신 그림들을 이 두 방법으로 보니, 전혀 느낌이 달랐습니다. 예를 들어 김홍도 화가가 그린 <무동>을 볼때,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보면 악기를 연주하는 사람들이 마지막에 눈에 담깁니다. 하지만 오른쪽 위에서 왼쪽 아래로 감상하게 되면 주인공인 여자를 눈여겨 볼 수 있게 됩니다. 한국 회화를 따로 감상하는 방법이 있었다니! 이 첫 장을 시작으로 저자에 대한 신뢰도가 높아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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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네이버 지식백과 사전 (빨간색 선은 이해를 위해 제가 편집했습니다)

 

 

이렇게 한국의 작품들을 선정해서 하나하나 자세하게 설명해 주는데, 작품이 너무 많으니 제가 인상 깊게 읽었던 작품들을 한 개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제가 제일 좋아하는 작품이 되어버린 김홍도 화가가 그린<송하맹호도>가있습니다. <송하맹호도>는 한자 제목 그대로, 소나무 밑에 있는 맹렬한 호랑이 그림입니다. 호랑이의 맹렬함과 용맹함이 바로 느껴지는 그림이라, 저는 그림의 호랑이 기운을 얻기 위해 수험생생활 때 핸드폰 잠금화면으로 해뒀었습니다. 책을 읽기 전에는 요정도의 감상을 끝내고, 다른 그림으로 제 발걸음을 옮겼을겁니다. 하지만 저자 오주석은 이 그림에 더 자세한 설명을 추가해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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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네이버 지식백과사전

 

 

저자 오주석은 청중들에게 그림을 자세하게 들여다보라고 말합니다. 그림을 자세히 보면, 호랑이의 털 한올한올 살아있다는것을  알수 있습니다. (애니매이션 영화 <쿵푸팬다>의 주인공인 판다의 털 그래픽을 한국인이 담당했다고하니, 이런 세심한 예술실력은 과거부터 내려온 것 같습니다.) 저자가 자세히 들여다 보라고 하지 않았으면, 저는 이런 세밀함을 지나쳤을 겁니다. 그 다음에 한국 회화에서 가장 중요한 여백에 대한 설명을 해줍니다. 저는 여백에도 규칙이 있는지 몰랐습니다. 화가가 그저 중요하지 않은 부분을 생략해서 그리는 줄 알았는데, 이런 여백들도 화가가 구도를 고민하여 그린 하나의 특징이었습니다. 소나무에 있는 비어 있는 세 개의 여백은 위에서 아래로 점점 작아지고, 호랑이 발들 사이에 있는 세 개의 여백은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작아집니다. 그러니 그림의 위와 아래의 여백들은 병렬 구조로 이어진 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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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 네이버 지식백과사전 (빨간색 선은 이해를 위해 제가 편집했습니다)

 

 

이렇게 저자는 독자로 하여금 그림을 자세하게 바라보게 만들었고, 자세히 들여다보면서 알게 된 특징들은 책 읽는 동안 재미있게 만들었고 한국 예술에 대한 자긍심을 높여주었습니다. 물론 저자는 이런 특징뿐만 아니라 그림 관련된 김홍도와 강세황의 이야기, 그리고 송하맹호도가 붙여진 일본식 표구와 관련된 역사 등에 대한 정보들을 알려주기도 합니다. 즉, 모든 그림들을 분석해서 설명 해주고 그림에 대한 상호 텍스트적인 정보들까지 알려줍니다.

 

선조들의 예술을 잘 모른다 혹은 궁금해졌다는 분들은 이 책을 꼭 추천해드립니다. 사실 다른 친구가 어떤 책을 추천하냐고 물어보면, 예술 분야 책으로 이 책을 반드시 추천하고 있습니다. 한국 예술에 대한 시야를 넓혀주고, 자긍심을 갖게 만들어 주고, 관심을 갖게 만들어 준것이 이 책이었습니다. 호기심으로 선택하게 된 이 책은 예술 분야에 대한 관심을 갖게 만들어 주었습니다. 제가 경험한 한국의 미는이러하지만, 사람이 100명이면 100개의미가 있다고 생각하기에 이 글을 읽은 여러분도 꼭 직접 경험해 보시길 바라며 글을 마무리하겠습니다.

 

 

[안현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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