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파스텔 빛 열정이 살랑이는 곳 : 테레사 프레이타스 사진전

글 입력 2022.02.20 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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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레사 프레이타스 사진전_공식 포스터.jpg

 

 

우리가 다른 계절보다도 봄을 기다리는 것은 단순히 춥고 시린 계절에 따스함이 스며들어서만은 아닐 것이다. 서서히 불어오는 봄바람에는 매서운 추위에 맞서며 앙상해진 연말을 어떻게든 마무리 짓고 다시 시작하는 완벽한 새로움에 대한 기대가 서려 있다.


풋풋한 소망을 한껏 품은, 봄의 싱그러움을 서둘러 가져온 전시가 있다. 바로, <어느 봄날, 테레사 프레이타스 사진전 : Springtime Delight>이다.

 

테레사 프레이타스는 실험적 프로세스로 색채의 풍부함을 고찰하고 개념적으로 접근하는 작가이다. 리스본에서 태어나 포르투갈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작가는 생동감 있는 상상력으로 본인이 그려낸 동화 속 파스텔 세상에 우리를 초대한다.


작가의 세계 최초 단독 사진전인 이번 전시는 더현대 서울 ALT.1에서 진행되며, 총 6가지 섹션으로 구성되어 있다. ‘어느 봄날’의 감성이 다양한 키워드로 나누어져 있어 방문객들에게 사진과 미디어로 만개한 ‘어느 봄날’을 선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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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 내부는 보기만 해도 셔터 버튼을 마구 누르고 싶은 충동을 일으킨다. 공간은 자신이 뽐내야 할 주인공을 따라 파스텔 빛의 몽글한 감성을 뿜어냈다.

 

첫 섹션인 “꽃 사이사이”에서는 사진들을 따라 전시장에 심어진 핑크 뮬리와 다홍빛 양귀비 사이를 거닐게 되는데, 액자를 벗어난 입체적 아름다움이 작가 고유의 핑크빛 환상 속으로 완전히 몰입하게 돕는다.


아치형 구조를 많이 활용하여 작가 특유의 부드러운 감성을 극대화하였고, 어느 한 복도에는 나무 창문으로 된 디지털 액자를 활용해 마치 어느 유럽의 한 주택가를 지나는 기분을 들게 하기도 했다. 드라마 <오징어 게임> 속 세트장의 현실판으로 유명해진 ‘라 무라야 로하’라는 포스트모던 스타일의 아파트를 전시장에 브릭으로 구현해두기도 했다.


이러한 이국적 요소들은 코로나로 인해 쉽게 볼 수 없는 풍경들에 대한 갈증을 조금이나마 해소해 준다. 쉽게 떠날 수 없는 여행과 가본 적 없는 타국에 대한 환상에 작가 고유의 비현실감이 더해지면서 우리는 전시를 보는 동안 더욱 환상적인 상상 속으로 여행을 떠나게 된다.

 

 

Rothko Spring, 2018.jpg

ⓒ Teresa Freitas, Subject Matter Art, and Artemios/CCOC - Rothko Spring, 2018

 

 

작가는 그가 보여준 작품들처럼 포근하고 은은할 것 같다. 성격도, 생각도, 그가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도 말이다.

 

테레사 프레이타스의 작업엔 사람의 흔적들이 보이지만 인위적이지는 않다. 카메라 앵글에서는 보이는 그대로를 담지만, 자연 그 자체로 남지는 않는다. 이러한 묘한 어긋남이 주는 희열감이 있다.


앞서 말했듯, 작가 특유의 사진 보정 방식은 기묘한 쾌감을 자극한다. 분명 채도 높은 색상들을 사용하지만 쨍한 공격성이 눈을 괴롭히지 않고, 도시와 사람들의 삶을 담아낸 사진들에 기하학적 감각을 신경 쓴 것이 보인다.

 

때로는 르네 마그리트처럼 구름을 타고 날아가 포착한 세상을 지구에 데려오기도 한다.

 

 

Daydream, 2018.jpg

ⓒ Teresa Freitas, Subject Matter Art, and Artemios/CCOC - Daydream, 2018

 

 

작가의 섬세한 고집과 독특한 상상력은 사진 한 장도 뻔하지 않게 만든다. 개인적으로 작가만의 특별함이 도드라져 보인 작품은 차이나타운을 찍은 사진들이다.

 

동양, 특히 중국의 강렬한 붉은 색감은 여러모로 상징성을 가진 색이기도 하고, 특히 서구의 오리엔탈은 언제나 강렬하고 매혹적인 원색의 빨강을 강요한다. 작가가 담아낸 차이나타운은 작가의 감성을 덧칠해 강요된 붉은색을 뭉갰다. 나는 그 묽은 파스텔 빛 레드가 참 좋아서 한참 봤던 기억이 난다.

 

작가가 작품을 만들어가는 과정을 보진 않았지만, 반드시 즐거웠을 거라는 확신이 든다. 전시장 곳곳에 쓰인 그의 말과 작품들에는 즐거움이 몰고 온 기분 좋은 봄바람이 느껴진다. 그가 얼마나 사진과 세상을 좋아하는지 여실히 느낄 수 있었다.

 

 

Inside the Maze, 2019.jpg

ⓒ Teresa Freitas, Subject Matter Art, and Artemios/CCOC - Inside the Maze, 2019

 

 

이번 전시에서 작가가 보여준 자신이 사랑하는 일에 대한 진득하지만 담백한 애정은 내게 끝없이 고민해야 할 질문을 던졌다. 네가 가장 하고 싶은 일이 언제나 봄 같을 수 있냐고 말이다. 나는 감히 그렇다고 할 수 없다. 내가 하고자 하는, 직업으로 삼고자 하는 꿈조차 일로서는 부담이고 뒤로 미뤄두고 싶은 숙제가 된다.


열정과 의욕이 식고 잠드는 겨울이 이 작가에겐 없는 것 같다. 언제나 봄인 작가의 열정이 부러워졌다. 전시는 계절뿐만 아니라 마음에도 따스한 용기를 불어넣는다. 나에게도 가장 사랑하는 일이 언제나 봄이기를 바라며, 이 전시를 관람했거나 기대하는 당신에게도 작가만이 가진 파스텔톤의 열정이 닿기를 바란다.

 

 

[오수빈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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