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예술가 헤르만 헤세에 대하여 - 헤르만 헤세, 음악 위에 쓰다 [도서]

글 입력 2022.02.15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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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르만 헤세가 남긴 음악에 대한 흔적들을

하나하나 정성스럽게 모은 책

 

 

 

0. 작가 헤르만 헤세에 대하여



한국인들이 사랑하는 작가 중 한 명, 헤르만 헤세에 대해 잘 아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세계에서 가장 독자가 많은 작가라고도 알려져 있고, 우리나라에서도 꼭 <데미안>을 읽어봐야 한다고 학교 권장 도서 목록에도 꼭 껴있다. 그렇게 입이 마르도록 추천해주는 환경에 비해 작가 헤르만 헤세에 대해 제대로 잘 아는 사람들은 많지 않은 것 같다.

 

나도 마찬가지로 고등학생 때 <싯다르타>와 <데미안>을 읽어보긴 했지만, 헤르만 헤세를 안다고 말할 순 없었다. 노벨 문학상까지 받은 유명한 사람이라는 것만 알았지, 그의 문학에 대해 실상은 들여다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나 그 책 읽어봤어.” 정도로만 끝나는 방식으로 많은 청소년이 권장 도서 100권 읽기 목표를 채워나가곤 했다. 그러니 그렇게 스르륵 읽었다고 해서 이상할 게 아니다.


마찬가지로 허술하게 읽고 넘긴 내가 헤르만 헤세에 관심을 갖게 된 건,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의 작가인 채사장의 강연 때문이었다. 그는 언젠가 독서 대전 유튜브 중계 라이브에서 <싯다르타>를 소재로 강연을 펼쳤다. 공간적인 이동을 통해 영혼의 여행을 떠나는 주인공에 대한 줄거리를 전해주었고, 그 의미에 대해 설명했다. 작가는 “인문학적으로 생각하고 성장하기”라는 주제 아래, 삶의 여정 중 나는 어떠한 단계를 지나고 있는지 이 책을 통해 대답할 수 있었다고 간략한 소감을 밝히고 강연을 끝마쳤다.


강연을 보고 헤르만 헤세는 지금 내가 고민하는 지점들을 해결해줄 수 있는 힌트를 책 속에 숨겨두었으리라 깨달았다. 모래밭 속 진주를 찾은 것처럼, 여러 강연과 자기 계발 유튜브를 떠돌던 나에게 헤르만 헤세는 신선하고도 짜릿한 발견이었다. 이미 나를 스쳐 갔던 책들이었지만, 제대로 내가 조명하지 못해 아쉬운 마음을 하루빨리 달래고자 책을 구매해 읽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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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기억 속 희미하게 있던 헤르만 헤세의 책 특징은 다양한 성격의 인물들이 등장하지만 결국 그들은 한 사람의 감정과 마음으로 좁혀지고 내적 성장을 일궈나간다는 점이었다.

 

하지만, 나는 주인공이 느끼는 여러 감정들이 크게 와닿지 않았고, ‘왜 이렇게 어렵게 살아가는 걸까?’ 생각하며 누군가를 통해 영향을 받고 나의 행동과 생각이 달라질 수 있음에 공감하지 못했었다. 아무래도 이러한 독서 생활이 내 의지에서 시작된 것이 아니라 생활기록부에 남기기 위해 반강제로 읽으면서 시작된 것이라 사고방식 또한 굉장히 갇혀있었기에 깊게 공감하며 책을 읽어내려가지 못했던 것 같다.


하지만 채사장님 강연을 통해 만난 헤르만 헤세의 <싯다르타>는 이전에 내가 따분하게 느꼈던 것과는 전혀 달랐다. 다시 읽어보고 싶다는, 아니 처음으로 제대로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책을 사 <싯다르타>, <수레바퀴 아래서>, <데미안>을 읽어나갔다.

 

묻지도 않고 대학 입시가 단 하나의 목표였던 고등학생 때와는 달리, 헤르만 헤세의 책들은 정해진 목표가 사라져버린 대학생, 직장인들이 읽기에 더 적합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스스로 생각하고 삶의 진행 방향을 정해 나아가고자 하는 고민은 나이를 먹을수록 더 많이 깊게 구체적으로 하기 때문이다.

 

그렇게 내가 좋아하는 작가 중 한 명으로 마음에 새기고 다른 책들도 읽고자 하던 중에 <헤르만 헤세, 음악 위에 쓰다>를 만나게 되었다.

 



1. 예술가 헤르만 헤세에 대하여



이제껏 헤르만 헤세 작가를 좋아한다고 말했지만, 많은 걸 알지 못했다. 이 책을 통해 그를 알아가는 데 도움을 많이 받았다. 그는 작가라고 표현하기에 아쉬울 만큼, 예술 분야에 많은 애정을 가지고 활동했다. 시를 쓰면서, 그림을 함께 그렸으며, 클래식에도 깊게 공부하며 누구보다 풍부하게 음악을 감상해냈다. 책은 말할 것도 없이 말이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그를 예술가 헤르만 헤세라고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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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2성부 선율’장에서 그는 다양성에 대해 말한다. 다양성에는 통일성이 뿌리내리고 있음을 모두에게 알리고 싶어 한다.

 

미와 추, 빛과 어둠, 죄악과 신성함 같이 우리가 정반이라고 생각하는 개념들은 한순간에만 대립 관계이며 서로 결국 빈번하게 넘나드는 이중성을 지니고 있다. 대립 현상들이 필연성이며 환영이다.

 

이들이 곧 삶이기에 그 다양성을 표현할 수 있는 글을 쓰는 것을 포함해 예술을 향유하고 싶어 하는 헤르만 헤세의 다짐과 태도를 잘 알 수 있다. 그렇기에 이분법적으로 구분 짓지 않는 다양한 예술 방식들을 애정하게 된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삶의 양극단을 서로를 향해 구부리는 것, 인생의 2성부 선율을 적어 내려가는 것, 그 일을 내가 해낼 리 없다. 그럼에도 나는 내 내면의 어둑한 명령에 따를 것이며 거듭 시도할 것이다. 이게 내가 쓰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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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그가 사랑한 예술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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헝가리의 알토 가수를 위한 시이다. 내가 공연 등 예술을 체험하고 나서 남기는 감상 글들이 저렇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리고 평가를 아름다운 시를 통해 받은 가수라면 얼마나 더 좋을까. 참된 광채를 선사하는 가수의 그 광채가 우아하게 지속되어 우리에게 행복과 안정을 가져다준다는 표현이 기억에 오래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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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엄한 저녁 음악이라는 장, 헤르만 헤세는 악곡의 빠르기 용어를 제목으로 저녁 음악에서 느낄 수 있었던 감상을 구체화해 적어 내려갔다. 이 책에서 제일 좋아하는 부분이기도 한데, 너무나 만족스럽게 듣거나 보거나 만질 수 있었던 그 기억을 직접 그림 그리듯 표현해낸 능력에 감탄했다.

 

나도 예술을 향유하고 내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진심을 모두 전할 수 있는 글을 쓰고 싶다고, 닮고 싶다고 소원해보며 장을 넘기었다. 알레그로, 안단테, 아다지오 이렇게 3가지로 시를 표현해냈는데 이 책을 읽게 된다면, 제대로 이 ‘장엄한 저녁 음악’ 장을 꼭 아늑한 밤, 느긋한 마음으로 읽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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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는 예술을 체험하는 방식을 경계하며 자신의 의견을 강력하게 전한다.

 

정치가 가장 막강하고도 불순하게 영향력을 발휘하는 수단인 군중심리는 예술의 가장 막강하고 부정직한 수단이라고도 말하는 헤르만 헤세는 세계 대전과 각종 역사적인 사건을 통해 예술이 사람들을 선동하거나 부정적으로 움직이게 만드는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을 몸소 겪었다. 그렇기에 이를 대단히 경계했다.


예술이라는 마법에 나쁘게 사로잡힌다면, 공연 후 집단 현기증이 일어나 모두가 도취에 빠지고 여기서 헤어나오지 않기 위해 노력하며, 결국 빠져나왔을 때는 양심의 가책 또는 환락 뒤 뉘우침으로 힘들어한다.

 

반면, 좋게 사로잡힌다면, 집단의 휩쓸림이 필요 없이 깨끗하게 여운이 오래가는 경험을 할 수 있다. 일차원적인 예술 도취를 하지 말고, 명상과 정화가 일어나는, 인생의 활력을 만드는 역할로서의 예술을 향유해야 한다고 전한다.

 

이 글을 읽으며 확고하게 자기 생각을 전하는 그 덕분에 나의 태도도 다시금 생각해보게 되었다. 무분별하게 휩쓸려 콘텐츠들을 너무나 많이 접해 나의 주관이 사라져버리고 지적 허영심만을 추구하게 된 것은 아닌지 돌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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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말하는 음악을 즐기는 방법엔 많은 것들이 필요하지 않다. 영혼만을 요구한다. 음악에는 지식이 필요 없고, 학문적 탐구로 느끼는 것이 아니다. 오로지 충실한 영혼이 필요하다. 누구나 진지한 태도와 진실한 영혼이 있다면, 그가 사랑한 클래식, 오페라, 모든 음악을 그와 함께 느낄 수 있기에 모두에게 환영의 인사를 보내는 예술에 대하여 잔잔히 감동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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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모를 이의 플루트 연주를 듣고 그는 어디에서든 어떤 음악을 통해 안락한 고향을 느낄 수 있고, 어디에서든 모르는 길에 서 있어도 두렵지 않은, 그 끝이 완성된 길임을 느낄 수 있음을 깨달았다. 이 시의 마지막 행은 그가 다년간 음악의 본질에 대해 사색한 최종 결과물이라고 말했다.

 

음악을 듣고 있으면 순간과 영원의 동일성이 또다시 떠오른다고 한다. 이분법적인 정반대 개념들의 합, 다양성에 대해 끝까지 써 내려가고자 했던 헤르만 헤세의 마음이 또다시 묻어난다. 내가 받아들이기로는, 음악을 듣는 순간, 그 음악이 탄생한 과거 언젠가, 이 음악이 울려 퍼질 미래 언젠가 그 어느 시점이든 결국 하나로 통일되는데, 내가 지금 살아가고 있는 현재를 자각하게 하고 지금을 더 풍부하게 느낄 수 있도록 하는 역할을 하게 된다.


보통 우리가 시간을 어떻게 보냈는지 다이어리를 적을 때, 무엇을 했는지 행동을 적는다. 업무 수행이 될 수 있고, 과제, 공부 등으로 시간을 보낼 수 있다. 그런 일을 할 때는 현재를 미적으로 지각할 수 없다.

 

헤르만 헤세는 음악을 철학적으로 표현해서 ‘미적으로 지각 가능하게 된 현재’라고 전했다. 음악을 듣는, 예술을 느끼는 그 순간이야말로 온전히 그 시간을 내 것으로 만들 수 있어 아름답게, 혹 슬프게, 다양한 감정으로 순간을 영원처럼 느낄 수 있다는 것 아닐까? 무엇보다 가치 있는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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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시 한 편을 전하고자 한다. 회화를 좋아해 직접 풍경화를 그렸던 그, 음악을 사랑해 자신의 확고한 취향을 시와 편지, 글에 남겼던 그, 지금까지 많은 사람에게 공감과 감동을 선사하는 문장을 써 내려간 그의 자취가 이 시 한 편에 녹아들어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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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를 통해 활짝 피어난 세상을 맛본 이들이 전 세계에 살아 숨 쉬고 있다. 그 대열에 속한, 책을 사랑하는 어느 작가의 강연을 만나 헤르만 헤세에 대해 알게 되었고, 이 책을 통해 그의 예술을 배우게 되었다.

 

그리고 나 또한 그가 남긴 시집와 소설들을 하나씩 소중히 품어보고자 하며 다른 누군가에게 이 글이 닿아 헤르만 헤세의 작품들을, 메시지를 만나길 바라며 글을 적는다. 그에 대해 관심을 가진 사람이라면, <헤르만 헤세, 음악 위에 쓰다>를 통해 예술가 헤르만 헤세를 흠뻑 느낄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을 보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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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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