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헤세가 알려주는 '음악을 즐기는 방법' - 헤르만 헤세, 음악 위에 쓰다

글 입력 2022.02.13 0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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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겐 소설가이자 시인으로 유명한 헤르만 헤세, 이 책을 읽기 전까지는 그가 이토록 음악에 대해 진심인 애호가일 줄은 몰랐다.

 

도서 ‘헤르만 헤세, 음악 위에 쓰다’는 그가 음악에 대해 쓴 글을 묶어낸 책으로, 이 책의 가장 큰 매력은 이러한 음악에 대한 헤세만의 언어적 표현을 감상할 수 있음에 있다. 그의 집필 능력이야 두말할 필요 없기에, 특정 음악 또는 공연에 대해 헤세만의 언어로 풀어나간 그의 견해들을 스스럼없이 감상할 수 있었다.


하지만 내가 헤세에게, 이 책에게 고마움을 느끼는 대목은 다른 부분에 있다. 바로 헤세가 음악을 대하는 태도이다. 헤세가 음악을 감상하고 즐기는 모습은 그동안 내가 항상 갖고 있던 고민인 ‘어떻게 하면 사람들이 음악을 더욱 다채롭게 즐길 수 있을까?’에 대한 몇 가지의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헤세의 아름다운 언어로 풀어진 글들과 함께, 이 책과 나의 글을 읽는 모든 이들이 음악과 더욱 가까워지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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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수준 높은 음악은 전문가만의 것이 아니다



[그러나 내가 아는 한 진정한 거장의 위대한 작품 치고 전문가에게만 영향력을 발휘하는 작품은 없다. 나아가 우리 문외한들은 부분적으로 결함 있는 공연에서조차 아름다운 작품을 깊이 즐길 수 있어 참으로 행복하다.]

 

음악 관련 커뮤니티들의 일부 글을 보면, 각 아티스트를 음악적, 기술적 난이도로 등급을 나누어 높은 등급의 아티스트 음악을 즐기는 이들이 더욱 수준 높은 귀를 갖고 있다는, 아주 저질스러운 헛소리를 늘여놓고 있다. 헤세는 이러한 편협한 생각을 갖고 있는 이들에게 허를 찌르는 한 마디를 던졌다.


전문가들이 수준 높은 음악을 찾아 듣고자 하는 것은 단순한 음악 감상 외에도 다른 목적이 있을 것이며, 헤세의 말처럼 위대한 작품은 우리 모두가 해당 작품의 아름다움을 깊이 즐길 수 있는 작품일 것이다. 전문가들의 위대한 작품이라 해서 어렵게 생각하여 거리를 두고 온전히 즐기지 못하는 것은 우리 모두에게 있는 예술을 즐길 수 있는 권리를 누리지 못하는 것이다.

 

 

 

2. 음악을 감상하는 데에 이론은 중요하지 않다


 

[음악에 대한 제 이론적 관심은 매우 제한적입니다. 별 가치도 없을 거고요. 실제 연주자가 아니니까요. 대위법, 푸가, 화성 양식의 변화에 관심은 있습니다. 하지만 미학적일 뿐인 이런 질문들 너머 다른 질문들이 생생하게 떠올라요. 진실된 음악 본연의 정신과 모럴이요.]

 

헤세가 말한 것처럼 음악을 감상하고 즐기는 우리에게 이론은 중요하지 않다. 기쁠 때는 밝은 음악, 슬플 때는 어두운 음악 등 내가 듣고 싶은 음악을 듣고, 하고 싶은 생각을 하면 되는 것이다.

 

작곡가들은 원하는 이미지를 연출하기 위해 음악 이론을 활용하겠지만, 그것도 꼭 그렇지만은 않다. 머릿속의 이미지를 코드 진행과 멜로디로 표현해놓고 보니 이런저런 이론들이 뒤따라온 경우도 종종 있다.

 

어쩌면 음악 이론도 헤세가 말한 진실된 음악 본연의 정신에서 비롯되어 확립된 것이지 않을까?

 

 

 

3. 선호하지 않는 음악에 대해


 

[동시대 예술이 마뜩지 않은 예술 애호가는 동시대 예술을 지탄하지도 말고 억지로 즐기려고 애쓰지도 말아야 할 것입니다. 우리가 삼백여 년간의 음악 작품을 보유하고 있고 즐길 수 있다 해서, 오늘날 음악가들한테 새로운 시도와 여정을 포기하라고 요구하지는 않아야겠지요. 시도와 새로운 여정 덕분에 예술 세계는 더 빈곤해진 게 아니라 더 풍족해지니까요.]

 

진정한 의미의 감상은 작품을 통해 나 자신과 솔직한 대화를 나누는 것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선호하지 않는 음악을 들으며 억지로 어떠한 감정을 이끌어낼 필요는 없다. 그렇다고 해서 선호하지 않는다는 이유만으로 해당 작품을 비난할 이유 또한 없다.


‘OOO가 최고지’, ‘OOO는 음악도 아니지’, ’요즘 아이돌 그룹 노래는 잘 모르겠어’라며 비아냥거리는 사람들에게, 당신들이 선호하는 그 음악도 누군가에겐 그저 낯선 시도였음을. 하지만 이러한 시도가 더욱 풍요로운 예술 세계를 만들고, 그런 편협한 생각이 본인의 예술 세계를 퇴보시키고 있음을.

 

 

 

4. 음악은 귀로만 감상하는 것이 아니다.


 

[지금 떠올려보면, 음악만 다시 들리는 게 아니라 그 시간의 특별한 분위기와 온도도 함께 느껴집니다. 그 외에도 스무 명, 아니 백 명의 다른 귀하고 소중한 자태와 얼굴과 동작이 기억 속 이미지로 펼쳐집니다. 이 모든 장면이 라디오를 들을 때는 보이지 않아요.]

 

해당 본문을 읽으며 그동안 코로나19로 인해 즐길 수 없었던 공연장의 열기가 그리워졌다. 왜 사람들이 똑같은 음악을 듣는 데 굳이 비싼 티켓을 사서 공연장에 가겠는가? 공연장은 저마다 다른 삶을 살던 사람들이 같은 시간, 같은 장소에 모이는 것만으로도 집에서 이어폰으로 음악을 감상하는 것과는 또 다른 상당한 의미가 있다.


마찬가지로 음악을 들으며 바라보는 풍경, 머릿속에 스쳐가는 생각 이 모든 것이 음악 감상의 일부이다. 귀로만 전해지는 가사와 멜로디 만이 아닌, 이와 함께 느낄 수 있는 모든 감각들을 활용해 음악을 감상한다면 더욱 폭넓고 뜻깊은 감상을 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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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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