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눈오리, 영원히 녹지 않는 내 마음속 빛

글 입력 2022.02.06 1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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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나 기다렸던가!”

 

이제야 비로소 시작된 나의 일 년, 지난 어둠이 새하얀 빛으로 물러가는 순간이다.


오늘이어야만 했을까. 2022년 음력 정월 초하룻날에 다다라서야 만났다. 몸을 파묻은 패딩의 안쪽까지 가늘게 파고드는 기세는 애타는 기다림으로 굳어진 살결을 에며 다가왔다. 마지막 어둠을 완전히 보내기 위해 몰아치던 거센 기세가 나의 발목 높이까지 다다랐다.


이 순간을 기다리며 방문에 매달려 있던 집게를 꺼냈다. 일상을 둘러싸고 있던 묵은 어둠을 내보내기 위해 애타게 눈오리를 기다렸다. 거친 맨 손으로 첫인사를 마치고 이내 집게로 빚기 시작한다. 비로소 추위를 잊은 어둠 속에서 눈오리의 향연이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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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밤이 지고 해가 다시 떴다. 서둘러 눈을 비비며 밖에나가 눈오리를 찾아본다. 내가 불렀던 눈오리들은 흔적 없이 녹아내려 버렸다. 놀이터는 물론 장독 위에도 없었다.


주변을 한참을 돌아다니다 결국 추운 응달 속에서 발견해냈다. 온전한 형체의 눈오리들을 지긋이 바라보는 내 얼굴에는 이제서야 미소가 번진다.


지난 밤 어둠 속 눈오리들은 어느 순간보다 행복했다. 빛이 난다는 것은 그만큼 어둠이 많이 녹아 내렸다는 증거일 테지. 온 사방을 빛으로 채우기 위한 비움과 숭고한 희생의 시간이었다. 밤 시간 동안 어떤 어둠도 범접할 수 없는 세상 가장 눈부신 빛으로 더할 나위 없이 행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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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그 형체는 없어졌다. 눈오리 집게에 맺혀있는 물방울만이 남았다.

 

2022년 새해 첫날 만난 그 빛은 새하얘진 내 마음속 꺼지지 않는 따뜻함으로 영원히 살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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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은미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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