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표현의 자유라는 명목하에 [미술/전시]

글 입력 2022.01.31 1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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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KBS 사극 드라마 태조 이방원의 촬영 현장 영상이 공개되어 화제가 되었다. 방영 당시에도 문제가 야기되었던 낙마 장면을 담은 해당 영상에는 달리는 말의 다리를 묶어 고의로 넘어뜨리는 장면이 포착되었다. 안타깝게도 이 사고로 인해 말은 사망했다.

 

이처럼 문제가 된 사건에 대해 생명 경시에 대한 비판이 일면서 동물 윤리에 관심을 갖는 것과 이와 관련한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여론이 등장했다. 콘텐츠를 위해 드라마뿐만 아니라 영화나 연극, 예술작품에서 동물을 활용한 경우는 빈번하다.

 

이에 대해 일면에서는 적절한 환경에 노출되어 동물이 사용되는지에 대한 목소리가 꾸준히 제시되었다. 노출되는 매체의 속성이 다를 뿐 표현의 자유란 명목으로 살아있는 동물이나 죽은 동물을 비윤리적인 방식으로 사용하는 것이 만연해지는 것은 위험하다.

 

아래는 미술사 속 예술작품에서 동물이 활용되었던 사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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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nnis Kounellis, 〈Untitled(12Horses)〉, 1969

 

아르테 포베라 예술가 코넬리스의 작업으로 로마의 한 갤러리에서 12마리의 살아있는 말을 3일 동안 묶어둔 작품이다. 마구간과 흡사한 환경을 만들어 말들이 편안함을 느낄 수 있도록 운영되었다고 한다. 2015년 미국에서 이 작품은 다시 재현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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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urizio Cattelanenter at your own risk do not touch, do not feed, no smoking, no photographs, no dogs, thank you〉, 1994

 

1994년 뉴욕 프리즈에서 마우리치오 카텔란은 살아있는 당나귀를 전시 공간에 둔 설치 작품을 선보였다. 카텔란은 샹들리에는 화려한 환경을 의미하며, 당나귀는 사치스럽고 화려한 환경에 내던져진 본인을 투영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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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mien Hirst, 〈The Physical Impossibility of Death in the Mind of Someone Living〉, 1991

 

2m 높이와 5m 길이 수조 안에 포름알데히드 용액과 방부 용액을 붓고 상어 사체를 설치했다. 데미안 허스트의 이 작품은 91년 1억 원의 후원을 받아 제작되었으며, 2005년 140억 원에 달하는 금액에 판매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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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rco Evaristti, Helena〉, 2000

 

칠레 예술가 에바리스티의 작품 헬레나는 물이 채워진 10개의 믹서기 안에 금붕어를 넣은 설치 작품이다. 작품을 관람하는 누구나 믹서를 작동시킬 수 있었고 금붕어는 흔적도 없이 갈려버리고 만다. 이 작품은 동물 학대 혐의로 기소되었으나 물고기가 인도적으로 죽었기 때문에 범죄혐의로 볼 수 없다는 판결을 받았다. 당시 예술가는 물고기를 죽이도록 조장하지 않았고 관람객에게 결정권을 넘겨주었다고 언급했다. CNN에서 실시한 해당 작품 관련 인터넷 여론 조사에서 70%가 이 작품은 예술이 아니라고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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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tarzyna Kozyra, Pyramid of Animals〉, 1993 

 

폴란드 예술가 카타지나 코지라는 1993년 졸업 전시에 말, 개, 고양이, 닭의 사체를 박제해 동화 브레맨 음악대를 연상시키는 설치작품을 선보였다. 당시 작품의 일부였던 영상에는 말이 죽는 모습과 과정을 담아 논란이 되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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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thalia Edenmont, 〈star〉, 2002

 

스웨덴 기반 우크라이나 태생 사진작가 나탈리아 에덴몬트는 쥐, 토끼, 고양이, 새 등 사체에 변형을 가해 사진 작업으로 남겼다. 에덴몬트는 인도적 도살에 관한 국가 법에 따랐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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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raham Poincheval, Dans la peau de l'ours (Inside the skin of a bear), 2014

 

2014년 프랑스 행위 예술가 아브라함 포인셰발은 죽은 곰의 배 속에서 2주 동안 생활하는 모습을 연출했다. 포인셰발의 다른 작업 중 하나는 두꺼운 담요를 뒤집어쓰고 달걀을 품어 인간의 체온으로 부화시키기 위한 과정을 행위 예술로 선보였다.

 

*

 

동물을 이용한 작품들이 오히려 동물을 향한 존중과 관심을 높이기 위함이라고 말하기도 하지만 표현의 자유라는 명목하에 고통을 수반하거나 비윤리적인 방식으로 동물 사용이 허용되는 것에 의문을 품는 사람들이 증가하고 있다. 단순한 구경거리나 유희를 위한 오락거리, 또는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한 목적으로 살육이 정당화되는 것은 다소 위험한 발상이다.

 

동물 전시에 관한 정확한 규정은 국가마다, 도시마다 제각각 다르다. 국내 동물보호법 제 2조를 살펴보면 동물을 대상으로 정당한 사유가 없이 불필요하거나 피할 수 있는 신체적 고통과 스트레스를 가하지 말아야 한다고 명시되어 있다.

 

한편, 미국 CAA(College Art Association: 미술사학자와 예술 전공 명예교수, 시각 예술 전문가들이 속한 미국 예술 협회)는 2018년 동물을 사용하는 예술가를 위한 지침을 구체화할 것이며 어떤 예술작품도 창작 과정에서 동물에게 신체적, 정신적 고통을 주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덧붙여 이 협회는 동물에 학대를 초래하는 어떠한 예술 작품도 지지하거나 허용하지 않으며 예술 작업에 동물을 사용하는 것과 관련해 전문가들과 주의 깊은 검토를 지속하겠다고 밝혔다.

 

오늘을 사는 우리는 불과 오래되지 않은 과거에 햄스터나 토끼, 병아리 등 소동물을 넣은 뽑기 기계에 대해 지적을 하고 문제를 삼으며 불편함을 느꼈다. 이뿐만 아니라 동물실험이나 비인도적인 도살과 관련한 법이 논의되거나 비건이 하나의 식문화로 자리를 잡았고,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들이 증가한만큼 유기 동물과 관련한 여러 해결방안이 모색되고 있다. 시간이 지나고 시대가 발전하며 교육과 학습을 통해 인권에 대한 감수성이 증가하는 만큼 동물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고 있다.

 

예술은 자유롭고, 종속되지 않으며 제한적이지 않다. 그래서 더욱 동물 활용과 관련해 적절하고 구체적인 보호조치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윤리적인 대책이나 법이 마련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동물 역시 하나의 생명체로서 위험에 처하거나 불필요한 가해나 무분별한 죽음이 잦아지지 않도록, 또 소품처럼 함부로 사용될 수 있는 존재가 아님을 인지해야 한다.

 

 

[손민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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