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 타투는 '영원히 간직하고 싶은 기억의 한 조각'이자 '다정한 무관심'이에요

타투이스트 아비를 만나다
글 입력 2022.01.08 1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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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을 표현하는 것에 거침이 없는 MZ세대들에게 타투는 더 이상 소수의 음지문화로만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오히려 자신의 개성을 드러낼 수 있는 수단이자 패션의 일종으로 여기는 편이 더욱 가까울 것이다.

 

이는 비단 MZ세대들의 이야기만은 아니다. 객관적인 지표로 봤을 때도 우리나라 타투 시술 이용자는 1300만 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그만큼 타투에 대한 대중들의 인식 변화와 사회적 수용성은 이전보다 증가했고,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더 대중화되어가는 추세이다.

 

그러나 아직까지도 타투라는 단어 뒤에는 수많은 편협한 시각들이 꼬리표처럼 따라붙기도 한다. 해외의 여러 유명인사들이 타투를 받기 위해 한국을 직접 찾을 정도로 해외에서는 ‘K타투’의 위상이 높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에서 타투 시술을 합법화하려는 시도는 10년이 넘게 번번이 무산되고 있으며, 예술과 표현의 영역으로 받아들여지지 않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그리고 여기, 예술로 인정되지 않는 타투의 경계를 허물기 위해 아름다운 투쟁을 이어가는 한 사람이 있다. 타투이스트 아비(ABII, 본명 박슬기)가 그 주인공이다. 그녀는 포슬린 페인팅과 타투 작업을 통해 예술의 경계가 허물어지는 영역을 찾아냈다. 캔버스는 다르지만 두 작품 모두 전시장에서 전시될 수 있는 예술이라는 점을 표현하고 싶었다며, 그녀는 작지만 단단한 목소리로 소신을 밝혔다.

 

 

 

타투이스트 아비를 만나다


 

만나서 반갑습니다. 아비님. 자기소개 부탁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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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제공: 타투이스트 아비 (이하 모든 사진 동일)

 

 

안녕하세요. 타투이스트 아비입니다. 현재는 타투이스트로 전향하여 활동을 하고 있지만, 과거에는 포슬린 페인팅이라고 하죠. 도자기 손그림 작가로 6년간 활동을 해왔어요. 타투이스트로는 3년째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 포슬린 페인팅은 유약처리 된 백자 위에 특수 안료와 오일을 이용해 그림을 그린 뒤 구워내는 도자기 공예를 말한다. (출처: 네이버 지식백과)

 

‘아비’라는 활동명에 대해서도 살짝 소개 부탁드릴게요.

 

이 활동명은 사실 ‘아비가일(Abigail)’이라는 제 영어 이름에 대한 애착에서부터 비롯되었어요. (웃음) 그래서 영어 이름 그대로 아비로 작명을 하게 되었고, 대신 디자인틱해보이는 스펠링으로 바꿔 Abii로 짓게 되었습니다.

 

이전에 도자기 손그림 작가로 아트인사이트에 소개되신 적이 있어요. ([Interview] 생명을 따스히 그려내는 도자기손그림 작가, 박슬기그때의 작업물들도 인상 깊게 보았는데요. 포슬린 페인팅을 하다가 우연히 타투를 접하게 되었다고 하셨는데, 타투에 처음 매력을 느끼게 되신 계기가 있었나요?

 

좋은 말씀 감사드려요. 제가 포슬린 페인팅을 시작한 시기는 2010년이고 작가로 데뷔한 시기는 2013년인데요. 데뷔하기 전에 무언가 기념비적인 표식을 남기고 싶어 목 뒤에 첫 타투로 제비를 새겼어요. 박 씨를 물어다 주길 바라는 마음으로요. (웃음)

 

그 때 제 타투를 새겨주신 분이 현재 타투 합법화에 앞장서서 권리를 주장하고 계신 타투이스트 도이님이에요. 저는 그 분께 타투를 받은 기억이 정말 좋게 남았어요. 자세히는 아니지만 그 때 그분과 함께 나누었던 대화들이나 작업실의 분위기, 섬세한 작업 과정들이 아직도 따스한 기억으로 남아있습니다. 마치 세련된 일러스트 작가의 그림을 구입한 느낌이었어요.

 

그 순간에는 ‘타투이스트가 되어야겠다!’라기보다는 ‘문신이라는 것이 예상보다 젠틀하고 깔끔하구나!’ 라는 생각에서 그치긴 했지만, 타투의 매력을 깨닫게 된 계기를 떠올려보면 그때였던 것 같아요.

 

그렇죠. 역시 무언가에 대한 첫인상은 굉장히 중요한 것 같아요. 그런데 저는 무엇보다도 작가님의 도전정신이 대단하신 것 같다고 느꼈어요. 이미 오랜 기간 포슬린 페인팅 작가로서 활발히 활동하며 입지를 다지셨잖아요. 사실 이렇게 또 새로운 도전을 하기가 쉬운 일은 아니에요. 이미 공들여 구축해 놓은 세계가 있는데 새로운 영역에 발을 디딘다는 것은 낯선 자리에서 또다시 평가받는 일이기도 하잖아요. 작가님의 그런 원동력은 어디서부터 비롯되었는지 궁금해요.

 

음, 우선 제가 성격상 가만히 머물러 있지를 못하는 편인 것 같아요. 변화가 없는 상태가 반복되면 심심하기도 하고, (웃음) 조금은 불안하기도 합니다. 포슬린 페인팅 작업을 하면서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자 성취감을 느끼긴 했지만 제 영역을 더욱 확장하고 싶다는 생각이 더욱 크게 들었어요. 저는 미술을 전공해서 포슬린 페인팅 외에도 캔버스나 공간 디자인, 공간 연출 같은 것들은 이미 했었거든요. 무언가 다른 방향으로 더 확장하고 싶은 욕심이 있었을 때, 주위에서 타투 받는 것을 좋아하니 그것을 배워보면 어떻겠느냐고 제안해주었어요.

 

물론 다시 도전한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었지만, 후회를 하더라도 해보고 후회하는 게 낫다고 생각했어요. 그렇게 시작한 타투는 역시 매력적인 작업이었습니다.

 

 

 

포슬린 페인팅과 타투, 예술의 경계를 허물다



 

“타투는 부동의 캔버스가 아닌, 움직이고 늘어나는 피부에 영원히 남을 그림을 새긴다는 점에서정말 매력적인 예술이에요. 캔버스는 다르지만 두 작품 모두 전시장에 전시될 수 있는 예술이라는 점을 표현하고 싶었어요.”

 

 

SNS로 작가님의 활동들을 살펴보던 도중 동일한 디자인을 가지고 포슬린 페인팅과 타투 작업, 이 두 가지로 나누어 표현하신 것을 봤습니다. 실제로 작업을 했을 때 그 둘의 두드러진 차이점이 무엇이었나요? 또, 어떤 취지로 진행하게 되신 작업인지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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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디자인들은 제가 직접 명화와 빈티지한 조류도감을 콜라주해서 만든 디자인이에요. 디자인한 도안을 포슬린 위에 그리고, 같은 시기에 동일한 도안을 타투로 받을 분들을 모집하여 작업을 시작했습니다. 이후 전시회에 참여하여 포슬린 페인팅 작품의 곁에 타투 작업이 게시된 인스타그램 링크로 연결되는 QR코드를 함께 전시하여 두 영역이 오버랩 될 수 있도록 연출했어요.

 

포슬린 페인팅과 타투 작업의 차이점이라고 하면 재료와 캔버스의 차이가 가장 크다고 생각해요. 포슬린 페인팅은 도자기 위에 그려내야 하는 작업이고, 타투는 피부 위에 새기는 작업이잖아요. 그래서 안료와 금, 오일 등의 재료를 이용하여 도자기에 그려내는 작업과 타투 바늘과 잉크를 가지고 몸에 새기는 작업이 재료뿐만 아니라 그것을 담아내는 캔버스 자체가 완전히 달라요. 똑같은 디자인이어도 시각적인 효과에서 크게 차이가 난다고 느꼈어요.

 

포슬린과 타투, 이 둘은 어떻게 보면 매우 상이하다고 느껴지는 예술일지도 모르겠어요. 그렇지만 단순히 보면 제게는 그저 제가 표현하는 캔버스에 불과해요. 도자기와 피부는 제게 가장 친숙한 캔버스입니다. 이 프로젝트를 진행한 이유는 표현하는 캔버스만 다를 뿐이지 타투 또한 갤러리에 전시될 수 있는 예술이라는 것을 표현하고 싶었어요. 저의 분리된 예술 영역이 하나로 오버랩 되는 장면도 궁금하기도 했고요.

 

방금 전과 이어지는 질문입니다. 포슬린 페인팅 작업과 타투 작업을 하시면서 느꼈던 기쁨과 슬픔에 대해 이야기를 듣고 싶어요. 각 작업을 하면서 느끼셨던 보람된 순간과 난항을 겪었던 순간들에 대해 말해주실 수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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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슬린을 하면서 기뻤던 일은... 잠깐 생각했는데도 참 많네요. 우선 좋은 작가님들과 함께 브랜드를 만들어서 활동을 했었는데, 그때가 그림 그리면서 가장 행복했던 순간들이었어요.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서 저희만의 시그니처 도자기를 만들기도 했고, 그 수익금을 유기동물 보호소에 기부할 수도 있었어요. 제가 가진 재능으로 생명을 살리는 것에 조금이나마 기여를 할 수 있다는 사실이 행복했고 감사했어요. 사실 포슬린을 하면서 슬펐던 일은 거의 없어요. 가끔 가마에서 도자기가 금이 간 상태로 나오거나, 가마에 넣다가 부딪혀 깨지거나, 갤러리 벽에 걸다가 떨어져서 깨지거나… 사실 도자기가 깨지지 않으면 슬플 일은 잘 없긴 합니다.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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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제 타투는 또 달라요. 그래서 매력적이기도 한데, 타투 자체가 손님의, 손님에 의한, 손님을 위한 작업이잖아요. 손님의 몸에 평생 남게 될 그림을 새기는 작업이라 그가 원하는 바를 정확히 캐치하고, 피부컨디션을 파악하고, 데미지 없는 시술로 예쁘게 완성하는 게 잘된 타투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도안을 보여드리기 전과 시술이 끝나고 타투를 보여드리기 전이 정말 긴장됩니다. 매번 최선을 다하는데도 결과가 확실하게 보장된 프로세스가 아니다 보니까 긴장이 돼요. 그런데 시술이 끝나고 매우 만족하시는 모습을 보면 몇 시간을 작업해도 피곤함 따윈 전혀 문제가 되지 않을 정도로 기쁘죠.

 

포슬린 페인팅을 할 때는 작품을 구입하시는 분과 직접 소통하는 일이 거의 드물었어요. 구입을 원하시는 분이 나타나면 중간다리 역할을 해주는 분이 계시거든요. 그런데 타투는 제 그림이 마음에 드시면 저에게 바로 연락을 주셔서 날짜를 잡고, 도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그 이후에도 만나서 상담하면서 그 분이랑 1시간이든 2시간이든 대화를 하면서 타투를 새겨드리는 그 과정 자체가 무척 적나라하잖아요. 그게 참 매력적이었어요. 소통하는 기분이 들어 좋더라고요.

 

반면에 노쇼라고 하죠. 손님이 예약 당일에 말없이 나타나지 않으시거나, 아직 타투가 불법이라는 약점을 무기화하는 경우가 생기면 마음이 좋진 않아요. 저에겐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이지만 동료작업자들에겐 적잖이 벌어지고 있는 일이고, 언제든 저의 일이 될 수도 있는 부분이기에 그 생각을 하면 슬퍼져요.

 

너무 안타까운 현실이네요. 사실 대담을 준비하면서 저도 깜짝 놀랐어요. 아직도 타투에 대해 많은 편협한 시각들이 존재하더라고요. 우리나라에서 타투 시술을 합법화하려는 시도는 현재 10년이 넘게 번번이 무산되고 있잖아요. 아비님은 타투의료법 금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또 타투가 소수의 음지문화라는 편견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어떤 움직임을 보여야한다고 생각하시는 지에 대해 듣고 싶습니다.

 

얼마 전 뉴스에서 보셨을 지도 모르겠지만 한국에서는 아직 타투가 합법화되지 않아, 타투 시술을 했다는 이유만으로 타투이스트 도이님의 1심 재판이 유죄로 판결났습니다. 원래 1심 판결은 지난 판례를 적용한다고는 하지만 막상 현실을 마주하니 안타깝고 속이 상했어요.

 

이미 한국 타투 산업은 걷잡을 수 없이 커져버렸어요. 10년이면 강산도 변하니까요. 타투는 더 이상 이전의 법으로는 규제할 수 없는 거대해져 버린 예술 산업이 되었어요. 이제는 이전의 오래된 법률로 무조건적으로 규제하기보다는, 새로운 법의 제도 안으로 타투를 들여와야 한다고 생각해요. 소비자와 타투이스트 모두의 권리를 위해서 타투 합법화는 꼭 필요한 일입니다.

 

작업자는 합법화에 걸림이 되는 부분, 즉 위생 및 감염관리 등을 제대로 숙지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개인의 주관적인 의견이 담긴 관리지침이 아닌, 의료기관의 자문을 구한 관리지침을 따르는 등의 시도들도 필요하겠죠. 타투이스트 노동조합에서도 그걸 권장하고 있고 의료기관에 자문을 구해서 주기적으로 위생 교육과 감염 관리 교육을 실시하고 있어요. 타투이스트들은 주도적으로 그런 교육들을 찾아서 수행을 하는 동시에 본인 작업에 대한 예술적 탐구를 끊임없이 지속해 나가야한다고 생각합니다.

 

 

 

타투는 ‘영원히 간직하고 싶은 기억의 한 조각’이자 ‘다정한 무관심’



이제 본격적으로 타투 작업들에 대해 질문을 해볼게요. 작가님께서는 작업적 영감을 어디서 얻으시는지 궁금해요.

 

영감이라고 하기엔 너무 거창하지만, 저는 생활에서 계속 촉을 곤두세우고 있는 편인 것 같아요. 무엇이든 도안의 소재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일상을 새로운 눈으로 바라보려고 노력합니다.

 

도자기 손그림 작가로 소개되셨을 때도 반려동물과 유기동물에 대한 사랑이 담긴 시선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지금도 타투로 동물과 식물 등을 자주 작업하시는데 특별한 이유가 있으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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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 담긴 시선이라고 말씀해주셔서 너무 기뻐요. 저는 살아있는 것을 살아있는 것처럼 표현할 때 희열을 느끼거든요. 생명이 살아 숨 쉬는 순간, 어떠한 생동감을 딱 캐치하는 시점이 제가 작업을 하면서 느끼는 쾌감인 것 같아요. 그래서 소재 선택에 있어서 식물이나 자연물들로 곧잘 눈을 돌리게 되네요.

 

덧붙여 ‘아비가 한 타투는 자연스럽다’는 말을 가장 좋아합니다. 어쩌면 그냥 일반적인 칭찬에 불과할지도 모르겠지만 작업하면서 그 말이 점점 더 좋아지는 것 같아요.

 

맞아요. 요즘은 자연스럽다는 칭찬보다 더 듣기 좋은 말은 또 없는 것 같아요. 어떻게 보면 진실되어 보인다는 이야기이기도 하니까요. 그렇게 공들여 만드신 모든 제작 도안들은 모두 하나하나 의미 있고 소중하실 것 같은데요. 그 중에서도 유난히 애착이 가는 도안이 있으신가요?

 

모두들 제 몸과 마음에서 나온 도안이라서 하나하나 다 소중하긴 합니다만 그 중에서도 유난히 기억에 남는 도안이 있긴 해요.

 

제 아들이 세 살 때 제주도 여행을 가서 바다를 처음 봤었는데, 파도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나 봐요. 집에 와서 밥을 먹다가 갑자기 물 컵을 흔들면서 “엄마, 바다야”라고 말하는데 그게 너무 귀여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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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찻잔에 호쿠사이의 파도가 들어간 이 도안이 갑자기 떠올라서 부랴부랴 만들게 되었는데, 이 도안을 받으신 손님께서 자신의 가치관을 은유적으로 표현하는 그림이라고 말씀해주셨어요. 손님께서는 모든 게 흔들리는 것 같은 순간이 오더라도 자신은 이렇게 찻잔 속의 파도를 바라보는 것처럼 의연해지고 싶다고 말씀하셨어요. 현재 펜데믹으로 혼란스러운 이 시기에 필요한 말인 것 같기도 하고, 제 그림을 그렇게 해석해 주신 것에 감명을 받아 애착이 가는 도안입니다.

 

고용노동부에서 타투이스트를 유망 직업으로 선정한 바 있을 정도로 현재 타투이스트는 많은 이들이 꿈꾸는 직업이기도 합니다. 혹시 타투 클래스를 진행하실 계획도 있는지 궁금합니다.

 

당장은 아니지만, 제가 작업에 대한 확신이 지금보다 더 확고해지면 그 때 누군가에게 제가 터득한 모든 걸 알려드리고 싶어요. 아직은 저도 배울 게 더 많다고 느껴져서요. 클래스를 진행할 계획은 막연하게 품고 있긴 합니다.

 

작업물들이 대체로 색감이 뛰어나신 것 같다고 느꼈어요. 혹시 따로 색채에 대한 연구를 하신 적이 있으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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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적인 색채학이나 색채 심리학은 학사 때 다 이수를 하긴 해요. 그런데 그게 전부라고 생각되지는 않고요. 포슬린 페인팅을 했던 것이 저에게 큰 도움이 됐어요. 저는 현재 저의 작업을 영화롭게 해준 자양분이 포슬린 페인팅이었다고 생각을 해요. 포슬린을 하려면 조색도 해야 하고 많은 색들도 잘 다룰 줄 알아야 하는데, 이 색이 섞였을 때 어떤 느낌을 내는지는 사실 실제로 그려봐야 아는 거잖아요.

 

그리고 제 취미가 여행 다니면서 사진 촬영을 하고, 그걸 그날의 무드에 맞게 보정해서 SNS에 기록하는 것이었어요. 분위기를 색으로 기억하려고 했던 그런 시도들도 은연중에 도움이 된 것이 아닐까 싶어요.

 

맞아요. 저 사실 아비님 SNS를 모두 둘러봤거든요. 홀린 듯이 유튜브 구독 버튼도 눌렀잖아요.

 

정말요? 그런데 막상 이렇게 유튜브 보고 찾아오신 손님 분들이 있으시면 조금 부끄럽긴 해요. (웃음)

 

저는 인스타그램뿐만 아니라 유튜브로도 소통을 하고자 하시는 작가님의 시도가 참 멋있었어요. 이러한 시도는 소수의 음지문화로 분류되던 타투의 대중화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생각해요. 예술에 있어 소통이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는지 작가님의 의견을 듣고 싶습니다.

 

사실 유튜브는 취미로 시작하게 되었어요. 작업과정을 모니터링하고 싶은 욕심도 있었긴 했지만요. 저는 아이가 있는데, 아이는 빠르게 성장하잖아요. 아이를 키우면서 흘러가는 시간들을 전부 기록하고 싶어서 성장 동영상을 만들었어요. 그날의 분위기라든지, 목소리라든지, 사진으로는 다 기록할 수 없는 것들을 영상으로는 기록할 수 있으니까요. 그때 이런 식으로 기록하는 방법에 매력을 느낀 것 같아요.

 

그래서 저의 일과도 영상으로 기록해야겠다고 다짐하게 된 건데, 사실 저는 지극히 내향적인 성격이거든요. 가족들까지 등장하는 브이로그를 만드는 것에 대해서는 오래 고민하긴 했어요. 그렇지만 타투이스트에 대한 편견을 조금이라도 녹여보고자 용기를 냈습니다. 아직도 우리 사회에는 타투이스트를 반사회적이거나 어둡고 무서운 이미지로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으니까요. 타투를 고민하는 사람들이 제 유튜브를 보고 “타투이스트가 이런 사람이라면 내가 평생 가지고 살 그림을 맡겨도 되겠다” 이런 생각을 하신다면 성공이에요.

 

예술에 있어서 소통도 비슷한 맥락 아닐까요. 나를 먼저 드러내는 것. 그리고 그런 나를 선택한 분에게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작품을 먼저 보여드리는 것이 소통의 마무리인 것 같아요. 저도 제 몸에 다른 이의 타투를 새겨본 기억이 있어서 그게 얼마나 두려운 일인지 알거든요. 처음에는 어떤 분에게 받아야 할지, 어떻게 소통을 해야 할지 모든 것이 막막하죠. 그런데 먼저 마음을 열고 소통을 하려는 상대를 만난다면 저는 그분에게 타투를 받고 싶을 것 같아요. 사실 신체의 일부를 맡기는 일에 신뢰만큼 중요한 건 없을 거예요. 서로 믿음을 주고받는 관계에서 좋은 작품이 만들어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확실히 소통을 하게 되면 기존의 것들이 더욱 다채롭고 풍성해지는 것 같아요. 저희 아트인사이트 슬로건도 ‘문화예술은 소통이다’ 거든요.

 

맞아요. 처음 봤을 때부터 그 슬로건이 참 좋았어요.

 

이제 질문의 막바지에 접어들었네요. 타투이스트 아비님께 타투란 무엇인지, 어떤 의미인지 궁금해요.

 

제 몸에 타투가 새겨질 때, 저는 그 순간의 저 자신까지도 타투의 한 부분으로 느껴져요. 제게 타투는 영원히 간직하고 싶은 기억의 한 조각이에요.

 

그렇다면 타투를 새겨드리는 행위란 무엇이라고 생각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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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확하게 한 단어로 떠오르지는 않는데, 저는 손님이 제게 타투를 의뢰하시면 그 의미에 대해 묻지 않아요. 개인적인 것이라고 생각하거든요. 보장해드리고 싶은 마음에 먼저 말씀하시지 않는 이상 캐묻지 않아요. 저는 아티스트이기 전에 작업자의 역할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물어볼 권리도 없다고 생각하고 손님께서 말씀해 주신다고 해도 지켜드리고 싶습니다. 그래서 제 포트폴리오에도 그렇게 긴 설명을 굳이 잘 안 쓰는 편이에요.

 

알베르 카뮈의 <이방인>의 마지막 장에서 ‘다정한 무관심’이라는 역설적인 표현이 등장하는데, 꼭 그 단어 같네요. 멋있어요.

 

좋은 표현 감사합니다. 다정한 무관심이라는 표현이 딱 맞는 것 같아요. 기억해둬야겠어요.(웃음)

 

향후 활동 계획에 대해서도 말씀해주세요.

 

그동안 육아와 작업을 병행하느라 온전히 몰두하지 못했던 생활에 변화를 주고 싶어요. 더불어 포슬린과 타투의 경계를 허무는 작품 활동을 구체화시키며 꾸준히 시도해보고 싶습니다.

 

인터뷰에 적극적으로 협조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이제 마지막 질문인데요. 작가님과 비슷한 길을 꿈꾸는 성장 중인 후배 작가들에게 조언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조언이라고 하면 조금 조심스러운 영역이긴 합니다만 그럼에도 저의 견해를 말씀 드리자면, 예술 활동의 기본기는 성실함인 것 같아요. 후회를 남기지 않으려면 얼마간의 자기 확신을 갖고 저축하듯이 꾸준히 쌓아올리면서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타투는 거기에 덧붙여 겸손함과 친절함을 잃지 않아야 롱런하는 작업자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도 그런 작업자에게 받은 첫 타투의 좋은 기억으로 이렇게 타투이스트까지 되었으니까요.

 

*

 

인터뷰는 아비님의 스튜디오에서 이루어졌다. 반짝이는 크리스마스 트리와 개인의 취향이 가득 담긴 책들, Abii라고 새겨진 육각형 모양의 나무 간판이 단정하게 걸린 밝고 쾌적한 공간에서, 우리는 따뜻한 차 한잔과 함께 이야기를 나누었다. 당연한 말이겠지만 금방이라도 물이 샐 듯한 어두컴컴한 반지하 골방에서 이루어지는 비밀스런 어둠의 대화와는 거리가 멀었다. 꼭 의도하신 것만은 아니겠지만 이는 아직도 타투를 일부 특정 직업 군의 사람들만이 새기는 위협적인 상징으로 취급하는 시선들을 보란 듯이 타파하는 모습과도 같이 느껴지기도 했다.

 

단어 하나하나를 신중하게 고르며 타투에 대해 이야기하는 아비님에게는 ‘조폭 문화’나 ‘소수의 음지 문화’라는 얄팍한 단어로는 설명될 수 없는 아름다움이 있었다. ‘다정한 무관심’으로 무장하여 고객의 내밀함을 지켜내는 믿음직스러움이 그곳에 있었고, 자신의 예술세계를 확장하고자 하는 견고한 용기가 그 자리를 차지했다. 그녀에게 타투를 새겨드리는 행위는 피부라는 연약한 캔버스에서 이루어지는 일대일의 예술이었다.

 

타투이스트들과 소비자 모두의 권리를 지키고 타투를 안전하게 즐기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타투 합법화가 필요하다. 예술가들이 법적으로 보호받으며 다양한 캔버스에 자신의 작품 세계를 펼칠 수 있는 세상이 하루빨리 찾아오기를 바란다. 그러기 위해서는 타투에 대한 일부 대중들의 왜곡된 인식들도 개선되어야 할 것이다.

 

한국 타투 산업에 크고 작은 변화의 물결이 일어나기를 바라며 인터뷰를 마친다.

 

 

*

본 인터뷰는 대면으로 이루어졌으며,

코로나19 방역수칙을 지키며 안전하게 진행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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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세나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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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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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른
    • 몸에 몇가지 타투가 있어서 글이 공감 갔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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