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굉장히 극적이고 너무도 현실적인, 소설 '소마'

글 입력 2022.01.07 0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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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마_평면_인쇄용_띠지.jpg

  

책 좀 읽는다는 사람치고 대한민국 사회에서 채사장이라는 이름을 단 한 번도 들어본 적 없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가 집필한 일명 <지대넓얕>은 책을 선호하지 않는 사람들에게조차 매력적인 유혹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재밌게도, 나는 그 유명한 <지대넓얕>을 읽어보지 못했다. 책 <소마>, 나는 채사장 작가를 소설을 통해 만나게 되었다. 채사장이라는 사람에 대한 아무런 사전 지식 없이 책 <소마>를 읽게 된 것이다.

 

*

 

처음부터 시대를 가늠할 수 없는 문장들에 이 소설의 장르는 판타지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게다가 시작부터 등장하는 상징적 소재들이 글자 그 자체에 집중하기보다, 하나의 장면을 상상해 보라 말하는 듯했다. 아니나 다를까, 저자의 인터뷰에도 다음과 같은 질문이 있었다.

 

<소마>의 첫 문장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중략) 그래서인지 사전 모니터링단에서는 1부가 채사장 작가다워서 좋다는 의견과 진입이 어렵다는 의견으로 갈렸다. 1부는 어떤 의도로 쓰였는지 궁금하다. - 책 <소마> 코멘터리 북 中

 

이에 대한 채사장 작가의 답변 또한 꽤 인상적이었는데, 그의 답변을 요약해서 옮겨보자면 다음과 같다.

 

1부가 함축적이고 추상적으로 느껴지는 것은 두 가지 이유 때문이다. 첫째는 1부가 아이의 내적인 경험에 대한 묘사여서, 둘째는 1부가 소설 전체의 주제를 포괄해서다. - 책 <소마> 코멘터리 북 中

 

나는 첫째 이유가 무척 와닿았다. 아이의 내적인 경험에 대한 묘사여서 당연히 이미지가 등장할 수밖에 없었다는 말에서 자신만의 프레임 안에서 이 세상을 이해하는 어린아이들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어쩌면 소설의 1부는 어린아이들의 마음속 역동을 표현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1부라는 표현에서 짐작했겠지만, 책 <소마>는 여러 챕터(총 6부)로 나눠져 있다. 그러다 보니 등장인물 또한 무척 다양하게 등장하는데 흥미로웠던 부분은 시대 또한 계속해서 변화한다는 점이었다. 고대, 중세, 나아가 근대까지 포괄하는 방대함에 넋을 잃고 말았다.

 

그러고 보니 주인공 소마 역시 유년기부터 노년기까지, 자신의 전 일생을 책을 통해 반영해낸다. 소설 속에서 나이를 먹고 삶을 살아내는 주인공들은 꽤 존재하지만, 시대를 가로지르며 인생을 관통하는 주인공은 처음이었던 것 같다.

 

그 여정을 함께 한다는 것 자체가 이 소설의 가장 큰 특이점이 아닐까? 무엇보다도 그 과정에 일련의 인생을 담아냈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끝없는 욕심이 이어지고 나서야 그 모든 욕심이 부질없는 것이었음을 깨닫게 되는 인간사를 굉장히 극적으로 또 현실적으로 그려내었기 때문이다.

 

같은 맥락에서 소설의 5부, 충분한 권력과 권세의 맛을 본 소마가 문득 그 모든 것의 덧없음을 느끼는 순간이 기억에 남는다. 자신의 마음속 허무함을 채우기 위해 의미 없는 전쟁을 강행하는 모습이 너무도 두려웠기 때문이다.

 

이를 중화시키는 존재가 이오페였고 이오페를 통해 소마는 그제야 자신이 움켜쥐려 했던 무형의 것들을 내려놓게 된다. 나는 이 부분을 쉬이 넘어가지 못했는데, 작가가 소마를 통해 하고 싶었던 말이 이곳에 녹아있는 것 같다는 생각을 했기 때문이다.

 

채사장은 소마의 인생을 따라가며 인간을 사랑하게 되었다고 말한다. 소마의 인생은 우리의 삶과 무척 닮아있다. 아무리 시대가 변하고 그 모습이 달라진다 할지라도, 인간이기에 변하지 않는 것들. 소설 <소마>는 그 변하지 않는 것들에 대한 기록이다.

 

 

[김규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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