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영원히 사는 것은 좋을까 [영화]

Tuck Everlasting 터크 애버래스팅
글 입력 2022.01.05 0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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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아동 교과서에 실린 문학 소설 <트리갭의 샘물>은 영원한 삶에 대해 철학적으로 접근한다.

 

작가는 소설을 통해 아동기, 성인기, 노년기, 죽음에 걸친 평범한 삶이 영원한 삶을 사는 것보다 훨씬 더 좋은 것임을 강조한다. 다시 말해, 진정한 인생이란 시작, 중간, 끝이 있다는 것이다.

 

이 소설이 교과서에 실린 이유를 알 것도 같다. 보통 ‘죽음’이라는 주제는 집안에서 결코 논의되지 않는다. 교과서를 통해서라도 아이들과 부모, 교사가 함께 토론할 수 있어 더욱 가치가 있을 것이다.

 

<트리갭의 샘물>은 삶과 죽음의 의미만 담고 있을 뿐 아니라 친구를 위해 법을 어겨도 되는지, 고의가 아니더라도 누군가에게 해를 끼쳤다면 그에 합당한 벌을 받아야 하는지와 같은 윤리적 주제들이 풍부하게 담겨있다. 아동을 넘어서 전 세대에 확산되어야 할 의미가 남다른 이 소설은 영화 <터크 애버래스팅>으로 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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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주인공 위니 포스터가 자신의 집에 있는 숲속에서 제시 터크라는 소년이 샘을 찾아 샘물을 마시는 것을 보고 따라 마시려다가, 터크 가족에 의해 납치되면서 사건이 시작된다. 그 샘물을 먹게 되면 늙지도 죽지도 않는 삶을 사는데, 터크 가족이 마신 후 늙지 않자 이를 이상하게 여긴 사람들을 피해 떠돌면서 살게 된 것이다.

 

터크 가족이 위니를 납치하지 않았더라면 위니 역시 영원한 삶을 살게 되었을 것을 가정하며 ‘죽음’에 대한 철학적인 논의가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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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인상적인 장면은 제시의 아버지 터크씨가 세상 사람들이 샘물의 비밀을 모르게 해야 한다며 위니를 설득하는 장면이다. 그는 영원한 삶을 축복이 아닌 자연의 수레바퀴에서 벗어난 삶이라 말한다. 즉 죽음이 아닌, 삶이 아닌 삶을 두려워해야 하는 것이다.


 

인간은 죽기 마련이다.

그게 자연의 섭리란다.

죽음 없인 삶도 없는 거란다.

죽음을 두려워하지 마라. 위니

삶이 아닌 삶을 두려워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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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제시는 위니에게 함께 영원한 삶을 누리고 싶다며 죽음을 거부하는 입장이다. 위니는 중간적 위치에서 영원한 삶에 대해 깊이 고민한다. 독자들도 위니의 입장에서 영원히 사는 것이 좋은지 아닌지에 함께 고민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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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이 절정으로 치달으면서 제시와 위니가 헤어질 수밖에 없었는데 제시는 위니에게 샘물을 마시라고 외친 후 다음을 기약한다. 시간이 흘러 제시가 위니의 묘비를 바라보고 있는 장면으로, 결국 위니가 샘물을 마시지 않았음을 암시하면서 이야기는 끝이 난다.

 

*

 

영화를 감상하는 내내 많은 생각과 고민이 들었다. 결국 위니는 샘물을 마시지 않고 끝이 있는 삶을 선택했다.

 

우리가 위니라면 어떻게 했을까. 과연 샘물을 마시고 제시와 재회를 했을까. 아니면 자라고, 나이 들고, 늙어 죽는 평범한 삶을 선택했을까.

 

나는 아마 전자를 선택했을 것 같다. 곧장 샘물을 마시고 제시를 찾아 나설 것 같다. 나는 영원한 삶에 환상을 품고 있었다. 영원한 삶을 살아가는 TV 드라마 주인공이나 판타지 영역에서 보았을 때 죽음은 두렵기만 했기 때문이다.

다만, 영화를 끝까지 본 후 내 생각이 바뀌었다. 터크 씨의 말이 옳다. 자연의 섭리를 어기고 죽지 않는 삶을 살게 된다면 마냥 행복하진 않을 것이다. 마치 시들어 버린 인생일 것이다. 삶은 유한하기에 아름다운 것이다. 결국 샘물을 마시지 않고 죽음을 택한 위니가 대견하기도 하고 어쩐지 슬프기도 했다.

 

죽음과 삶에 대해 깊이 고민해 보는 것은 처음이다. 그것도 아동문학 소설을 원작으로 둔 영화를 감상한 후 말이다.  모두가 이 작품을 한 번쯤 접해보고 주인공의 입장에서 인생관에 대해 고민해 보는 것을 추천한다.

 

자신이 위니라면 어떤 선택을 했을지, 영원한 삶을 살아간다면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 샘물의 비밀이 모두에게 알려졌다면 어떻게 되었을지 생각하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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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희정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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