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확신의 예술가상, 마르크 샤갈 특별전

글 입력 2022.01.03 0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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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씩 곱씹게 되는 백석 시인의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 이 시를 읽을 때마다 샤갈이 떠올랐다. 구체적으로 특정 작품이 생각났다기보다는, 꿈결 같은 이미지가 연상됐다. 겨울인데도 추위가 느껴지지 않고, 덤덤하게 사랑의 온기가 담겨있는 그 느낌이.

 

1887년 러시아 제국 비텝스크라는 도시에서 유대인 가정에서 태어난 화가, 샤갈. 성인이 된 이후  건너간 파리는 영감의 원천이었다. 낭만적인 도시의 풍경도, 다양한 예술가와의 교류도.

 

특히 야수파와 입체파에 모두 영향을 받은 그의 작품은, 강렬한 색을 사용하고 형태를 분절 시켜 독특한 상상력을 표현한다.

 

샤갈의 예술 창조 원천이었던 '성서'를 주제로 한 <샤갈 특별전 : Chagall and the Bible>을 22년 4월 10일까지 마이아트뮤지엄에서 개최된다.

 

 

 

Section 01. 샤갈의 모티프


 

파리는 샤갈이 자신의 정체성을 찾게 된 도시다. 모이셰 샤갈에서 ‘마르크 샤갈’이라는 이름으로 개명하고 예술적 정체성도 찾아간다.

 

첫 번째 섹션 ‘샤갈의 모티프’에는 샤갈이 파리에서 느꼈을 ‘처음’의 감정들이 석판화에 고스란히 담겨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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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모르는 동네로 이사를 하는 건 두려우면서도 설레는 일이다. 이전까지 익숙하게 돌아다녔던 동네들을 뒤로하고, 새로 익숙해져야 하는 동네에 처음 발을 디딜 때면 묘한 긴장감이 발끝을 감싼다. 경주마처럼 좁았던 시야도 넓게 트이고, 추함과 아름다움이 속속들이 흡수된다.

 

샤갈은 이런 시선으로 에펠탑, 노트르담 성당, 콩코르드 광장 등 파리의 명소를 바라봤다.

 

 
“1910년 파리에서 저는 반고흐와 쇠라에 열광했었습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프랑스의 자유로운 분위기는 저를 놀라게 했고, 시장, 나무 위, 구름과 사람들 사이로 떠도는 저에게 이 도시의 분위기는 생동감이 넘치는 팔레트와 같이 삶, 그 자체처럼 느껴졌습니다.”
 

 

 

Section 02. 성서의 백다섯가지 장면



샤갈의 작품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 중 하나는 ‘성서’다.

 

그는 성서를 주제로 작품을 의뢰받고, 실제로 예루살렘에 방문한다. 두 번째 섹션 ‘성서의 백다섯 가지 장면’에는 성서 내용에 그가 보고 느낀 것들이 더해져 생동감 있게 표현된 작품이 즐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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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갈은 성서에서 백다섯가지의 장면을 선별했다. 이사야, 아브라함과 천사, 방주 안의 노아와 동물들 등. 25년간의 작업 끝에, 샤갈은 105점의 에칭 작품을 포함한 베르브 판 성서를 완성하게 된다.

 

상상만 했던 것들이 실체를 가지는 순간은 짜릿하다. 원작 소설을 바탕으로 한 영화처럼, 샤갈의 작품은 성서를 바탕으로 장면에 대한 정의를 내렸다. 한 예술가의 상상력은 그것을 본 다른 모든 이들의 머릿속에 들어앉게 됐다.

 

 

 

Section 03. 성서적 메시지




“제 생각에 이 그림은 한 사람의 꿈이 아니라 모든 인류의 꿈을 표현한 것입니다.”

 

 

유대인이라는 이유로 샤갈이 받아야 했던 부당한 대우, 작품 철거와 체포. 남프랑스 마르세유에서 체포된 샤갈은 1941년 국제 구조위원회의 도움을 받아 미국으로 망명한다.

 

이후 작품에서 그는 성서에서 예수 그리스도의 희생을 유대인의 희생과 결부시켰다. 한편으로는 모세가 이집트에서 이스라엘 민족을 해방하는 탈출기를 유대인이 나치에서 벗어나는 것으로 재해석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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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쩍 분위기만 보아도 흑과 백이 감도는 두 번째 섹션과는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다채로운 색깔로 이야기와 꿈이 표현된다.

 

작품을 하나씩 뜯어봐도, 전체적인 느낌을 봐도 다른 매력으로 좋았던 섹션이다. 작품마다 깃들어 있는 이야기는 또 다른 작품들과 만나 충돌하며 새로운 이야기를 엮어 나갔다.

 

 

 

Section 04. 또다른 빛을 향하여



시인 최승자는 왜 시를 쓰냐는 질문에, 그럼 왜 시를 쓰지 않냐고 되물었다고 한다.

 

보고 듣고 느끼는 내가 있는 한, 시 쓰기는 의미 있고 유효하다. 샤갈은 프랑스 시인들과 교류하며, 젊은 시절부터 시 쓰기에 관심을 기울였다. 1968년에는 화가로서의 정체성, 유대인의 운명 등의 주제로 쓴 시와 삽화를 엮어 시집을 내기도 했다.

 

샤갈은 이상적인 예술가상이 아닐까 싶다. 재능과 학습하기 좋은 환경, 역경을 이겨내는 강인함, 예술을 업이라기보다는 삶으로 대하는 자세, 그림에 대한 끊임 없는 열정 등. 지중해 햇살에 취해 샤갈은 노년을 남프랑스에 정착해 보냈다. 하지만 지중해 햇살도 샤갈의 열정을 마비시키진 못 했다.

 

그는 오랜 휴식도 없이 삶을 마감할 때까지 작업을 이어나갔다.

 

 
“모든 생명이 필연적으로 종말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면, 우리는 살아가는 동안 사랑과 희망의 색으로 그것을 물들여야 합니다.”

 


[임채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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