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아름답고 서늘한 명화 속 미스터리 - 기묘한 미술관 [도서]

기묘한 미술관으로 떠나는 여행
글 입력 2021.12.28 1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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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예술은 신비하고 뚜렷한 재능의 영역이라고 생각하지만 가장 경이로움을 느끼는 예술 분야가 있다면 그것은 바로 미술일 것이다. 한 폭의 그림 안에 다양한 기법과 오브제들로 자신의 사상, 의도를 그려내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그와 동시에 그걸 해석해내는 것 역시 어려운 일이다. 보는 시각에 따라 해석이 달라지는 점이 그림의 매력이라고 하지만, 창작물에는 창작자의 의도가 분명히 존재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걸 해석해내는 것이 내게는 중요하고도 어렵다.


난 그림을 보면 작가의 의도와 목적이 너무 궁금하다. 자유로운 해석이 얼마든지 가능하다지만, 그 이전에 작가가 어떠한 생각과 의도로 그림을 그린 건지 먼저 알고 싶다. 그렇기에 미술 전시회에 가면 꼭 도슨트 서비스를 신청하는 편이다. 아니, 그렇기에 미술 전시회를 잘 가지 않는다고 하는 편이 맞겠다. 무의식적으로 미술은 해석하기 어렵다고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그런 내게 ‘소설보다 재미있다’라는 이 책의 광고 문구는 일종의 도발과도 같았다. 진병관 저자의 [기묘한 미술관]의 띠지에는 소설보다 재밌다고 적혀 있었다. 미술 이야기가, 그림 이야기가 소설보다 재미있다고? 그 문구만으로도 내가 이 책을 넘길 이유는 충분했다. 진짜 재미있는지 어디 한 번 읽어나 보자, 싶은 심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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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묘한 미술관]의 진병관 작가는 프랑스 공인 문화해설사이다. 코로나로 인해 미술관이 문을 닫으면서 명화를 한 곳에 모아 감상하고자 하는 마음으로 이 책을 쓰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이 책 속에는 미술사에 문외한인 나도 들어봤을 정도로 유명한 화가와 작품이 다수 등장한다. 진병관 작가는 이 책에서 <이삭 줍는 사람들>을 그린 장 프랑수아 밀레, 미술을 전혀 몰라도 시선을 사로잡혔던 <별이 빛나는 밤>을 그린 빈센트 반 고흐 등을 비롯한 유명 화가와 그들의 작품을 소개하고 있다.


[기묘한 미술관]은 총 5개의 관으로 이루어져 있다.


1관은 ‘취향의 방’이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다. 눈으로 보기에는 아름답지만 탄생하게 된 배경과 취향은 그렇지 못한 작품들이 속해있다. 2관은 ‘지식의 방’이다. 역사적 배경과 시대 상황 등 배경지식이 있으면 더욱 깊은 해석이 가능한 작품들이 걸려 있다. 3관은 ‘아름다움의 방’으로 절대적인 아름다운 작품들과 새로운 미(美)의 작품들을 전시했다. 4관은 ‘죽음의 방’으로 죽음과 항상 가까웠던 화가들의 작품이 등장한다. 마지막으로 5관은 ‘비밀의 방’으로 작품에 대한 미스터리가 현재까지 지속되고 있는 작품들을 전시했다. 사이사이 [깊이 읽는 그림] 코너를 통해 보다 심층적인 배경지식이 필요한 작품들도 다뤘다.


이러한 구성이 실제 미술 전시관을 구성한 것과 같은 효과를 주어 읽는 재미가 있었다. 실제 미술관도 각 관마다 하나의 테마를 가지고 그림을 배치하는데, 이 책 역시 각 장을 꼭 미술 전시관처럼 구성해서 정말 미술관을 구경하는 느낌이었다. 그렇지만 아직 소설보다 재밌다고 생각하기엔 이른 감이 있었다. 구성에 흥미가 생긴 나는 조금 더 책장을 넘겨보기로 했다.


읽다 보니 한 가지 알게 된 점이 있었다. 바로 이 미술관에 전시된 작춤들은 전부 하나같이 다 유명한 작품이라는 것이었다. 앞서 말한 점인데, 그게 왜 새롭게 알게 된 점이라고 말하는지 의문을 가질 수도 있겠다. 내가 주목한 점은 바로 작품들이 전부 하나 이상의 미스터리를 가지고 있다는 점이었다.


솔직하게, 고흐의 이름을 모르는 사람은 별로 없다. 앙리 루소 역시 그렇다. 그러나 나는 고흐가 죽기 전, 동생 테오에게 보내는 편지 속에 강한 삶의 열망을 담았다는 것을 알지 못했다. 루소가 엄청난 자신감과 자기애를 가진 화가였다는 것도 알지 못했다. 그렇게 유명했던 <모나리자> 도난 사건의 용의자로 피카소가 지목됐었다는 것도 몰랐다.


그때 서늘함을 느꼈다. ‘에이, 이 정도는 내가 알지.’ 라고 생각했던 작품들에도 이렇게 미스터리한 부분들이 잔뜩 숨어 있는데, 전혀 모르는 작품들에는 또 어떤 이야기가 숨어있을까 싶었다. 뒤로 넘기면 넘길수록 흥미로운 미스터리가 등장해서 책을 멈출 수 없었다. 그때 인정하기로 했다. 이 책이 소설보다는 아니어도 소설만큼은 재밌는 책이라는 걸.


[기묘한 미술관]이 재밌게 다가올 수 있었던 데에는 무엇보다도 작가 진병관의 화술이 큰 역할을 했다. 그는 막연하게 어려울 거라고 생각했던 미술을 쉬운 언어로 풀어내고 있다. 한 작품마다 그렇게 많지 않은 분량으로 쉽게 에피소드를 설명하는 형식으로 쓰인 글은 독자로 하여금 부담 없이 호기심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한다. 하루에 작품 몇 개씩만 읽어도 책의 흐름에 전혀 영향을 주지 않아 부담이 없었다.


그는 그림에 얽힌 에피소드를 설명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독자들이 스스로 느낀 점에 대해서 자문할 수 있는 시간도 준다. 사실에 의한 해석뿐 아니라 작가 본인의 해석을 추가하거나, 질문을 던지는 등 독자의 주체적인 참여를 끌어내는 부분이 만족스러웠다.


*


모든 예술은 창작자의 영혼을 담고 있다. 그것이 노래든, 글이든, 공예품이든 창작자의 생각과 감정은 어쩔 수 없이 작품에 담기기 마련이다. 미술 작품도 마찬가지이다. 그 안에 존재하는 삶과 죽음, 시련과 좌절, 비밀스러운 미스터리, 아름다움과 추함, 돈과 권력 등 각종 기묘한 이야기가 이 책 안에 가득하다. 진병관 작가가 소개하는 미스터리를 따라가다 보면, 너무 숱하게 지나쳐 익숙했던 그림들이 새롭게 보이는 경험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오늘처럼 추운 겨울날, 따뜻한 이불 속에서 [기묘한 미술관]으로 떠나 보는 것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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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시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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