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그가 사랑하고 존경하는 것들 - 로이 리히텐슈타인展

글 입력 2021.12.25 0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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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를 보면서 들었던 생각은 하나다. 예술가에게 잃고 싶지 않은 능력을 단 하나만 고르라고 한다면, 그것은 관찰력이 될까 아니면 세심한 손의 감각일까.

  

나름 예술이 담긴 일상을 영위하며 예술가의 꿈을 작게나마 꾸고 있는 나에겐, 예술가들의 세심한 손짓이 거대한 장벽처럼 느껴지곤 한다. 머릿속의 설계도에 맞는 작업물을 제조하기 위해선 좋은 성능의 기계가 필요한데, 나는 그 안의 필수적인 부품을 물려받지는 못했기 때문이다. 삶에 대한 회한은 아니다.

  

그들의 분신보다 그들이 내뱉은 삶의 숨결과 이야기가 더 궁금했기에, 거대한 장벽을 타고 넘어가고 싶어진다. 넘는 것에 의미를 두는 것보단, 장벽 안에 그들은 어떤 세계를 꾸렸을까하는 호기심 때문이다.

 

그들의 세심한 감각은 어떤 방식으로 운영되는 걸까, 이른 아침 알람 소리에 잠에서 깨어 다시 잠에 들 때, 무의식적으로 알람을 종료시켜버리는 그 정도의 익숙한 감각이지 않을까. 다른 점이 있다면, 나의 습관은 몸의 나른함으로부터 기인했다면 그들에겐 수만 시간의 반복이 하나의 매커니즘으로 자리 잡은 것이겠지.

 

이렇게 생각하면서 나는 예술가들이 창조해내는 감각을 더욱 더 아쉽게 느끼리라 생각을 했다. 그런데 나는 왜 이토록 그들의 관찰력에 눈길이 가는 것일까. 이번 전시, 로이 리히텐슈타인의 전시를 보면서 관찰에 대한 생각이 쌓여갔다.

 

 


팝 아트, 로이 리히텐슈타인


 

일상에서 찾아볼 수 있는 소재를 활용해 화려한 색감과 새로움을 느낄 수 있다. 사실 팝 아트라는 장르를 그렇게 좋아하지는 않는다. 강렬한 색채와 직접적인 메시지는 괜히 조금은 부담스럽게 느껴졌고, 예술과 대중문화의 영역에서 장르적인 혼란이 왔다.

 

예술의 범위를 한정 짓는 것부터 얼토당토않은 생각이었지만, 그래도 그런 감각적인 느낌이 있지 않는가. 향유라는 행위를 의식하고 싶은 것은 예술이라는 것을. 예술을 향유한다는 것은 자각을 필요로 했고, 일상적인 소재를 활용하는 팝 아트는 대중문화와 예술 사이에서 태어난 변종 같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로이 리히텐슈타인의 글귀가 적혀있었다.

 

 

"나는 항상 예술로 받아들여지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의 차이를 알고 싶어 했다."

 

 

이 글귀가 경종을 울렸다. '내가 당신의 그림을 보면서 들었던 생각을, 당신은 이미 오랜 세월 동안 고민했고 표현했군요.'라는 자조적인 되뇜을 계속했다.

 

로이 리히텐슈타인의 작품에선 어떠한 예술적인 특성을 발견할 수 있었음은 물론, 하나의 문화를 느꼈다. 그것이 만화가 될 수도, 광고의 한 장면 같기도 했지만, 그의 표준화된 붓질 속에선 작품 속 행위자의 찰나가 감각적으로 구체화 되어 있었다.

 

일상적인 소재나, 붓 터치와 같은 부분에 집중한 것뿐만 아니라, 몬드리안이나 피카소와 같은 미술가들의 작품을 오마주한 그림들도 많았다. 동양적인 감각을 담은 작품도 있었고, 이러한 개별적인 작품의 개성은 로이 리히텐슈타인이라는 통일성에 맞추어서 하나의 매혹적인 세계를 만들었다.

 

그의 세계를 함축시킨 전시를 관람하면서 그의 천재성과 감각에 감탄하기보단, 결국 그의 관심사와 그가 존경하는 것들에 대한 이해를 할 수 있었다. 어떤 천재적인 예술가의 호기심과 흥미, 그리고 시선을 온전히 느낄 수 있었다는 사실은 이 전시가 나에게 무척이나 가깝게 다가왔음을 느끼게 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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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용환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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