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이상하고 아름다운 - 모든 빗방울의 이름을 알았다

충격적이고 파격적인 색다른 이야기의 향연
글 입력 2021.12.20 0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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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영상, 요약 영상을 좋아하는 것과 달리 책만큼은 장편을 좋아했다. 기-승-전-결이라는 구조 안에서 탄탄한 서사를 켜켜이 쌓아 나아가는 과정. 즉, 하나의 큰 사건에 도달하기 위해 앞에 깔리는 서사들이 내용을 이해하기 쉽게 했고 몰입감을 높여준다 생각했다. 이는 장편 소설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특징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평소에 직접 단편소설을 선택해 읽어본 적은 손에 꼽을 정도다. 솔직히 책을 자주 읽은 편은 아니지만, 그중에서도 단편을 읽은 경우는 거의 없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회사를 다니면서 책을 읽을 시간이 부족해지다 보니, 책을 읽을 때 얻을 수 있는 특유의 감성을 채우고 싶은 욕구가 생겼다. 그렇게 ‘모든 빗방울의 이름을 알았다’라는 단편 소설 모음의 책을 읽기 시작했다. 솔직히 말하자면 책의 제목이 감성적이게 느껴져서 읽기 전에는 단편 수필과 같이 잔잔하고 따뜻한 느낌의 내용이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아주 큰 착각이었다. 한 편 한 편 읽을수록 뒤통수를 한 대 맞은 듯 충격적인 내용들이 머릿속으로 쏟아져왔다. 내가 가진 상식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충격적이고 이상하고 신비롭기도 하고 파격적이기도 한 가지각색의 장르들의 총집합이었다. 몇 가지 부분에서는 ‘내가 지금 무엇을 읽고 있는 거지?’ 싶을 정도로 상상해 보지 못한 내용들을 그들만의 문체로 전개하고 있었다.


15가지의 단편들 중에서 강하게 뇌리에 남았던 2가지의 소설에 대해 얘기하고자 한다.

 

 


'방콕' - 제임스 설터


 

먼저, 대화로 구성된 짧은 걸작, 제임스 설터의 ‘방콕’이 기억에 남는다. 줄글로 내용을 전개하는 방식과 달리 전체적으로 대화를 통해 상황을 그려내는 방식이 나름 새롭게 다가왔다. 남녀 둘이 한 공간에서 대화를 하는 것뿐이고 구체적으로 상황을 설명하지도 않았지만 그들 사이에 있었던 일이 무엇이었는지 충분히 유추가 가능하다. 그리고 둘 사이에 흐르는 미묘하고 아슬아슬한 긴장감까지 느껴진다.

 

욕망에 충실했던 과거와 지난날은 청산하고 현재를 지키기 위해 노력하는 지금의 상황 속에서, 과거의 순간에 함께했던 여자가 나타나 삶을 흔든다. 쾌락의 맛을 맛봤던 남자는 여자를 밀어내고는 있지만 단호한 표현으로 끊어내지는 않아 보인다. 과거는 털어버린 듯 현재의 삶에 충실하기 위한 태도로 일관하려 하지만 잔재는 어쩔 수 없는지 흔들리고 갈등하는 모습도 함께 나온다.

 

내용적인 부분에 있어서는 다른 소설에 비해 특별히 색다른 것은 아니었으나, 전개에 있어서만큼은 잘 표현했다고 생각한다. 마치 영화 속 한 장면을 대본 대신 소설로 풀어낸 것 같았다. 그 정도로 머릿속에서 어떤 상황인지 생생하게 그려졌다. 책을 읽을 때 실제로 본 것처럼 장면이 머릿속에 그려지는 걸 좋아하는 편인데, 이 소설이 딱 그런 형태였다.

 

몇몇 소설은 읽으면서도 이해가 잘 안되는 부분도 있었다. 외국 작품이기도 하고 짧은 분량 안에 내용을 담아야 하기 때문에 충분한 설명 없이 본 얘기로 들어가는 경향도 있어서 그런지 바로바로 그려지지 않기도 했다. 그러나 이 소설은 대화로 이루어져 그런지 작가가 설정한 상황과 주인공들의 관계가 명확하게 다가왔고, 어떤 표정과 포즈로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지 영상을 본 것처럼 그려졌다. 이렇게 복잡한 단어들 없이 술술 읽히게 쓸 수 있다는 것에 기억이 남았던 소설이었다.

 

 

 

'스톡홀름행 야간비행' - 댈러스 위브


 

책에서 가장 충격적이고 파격적으로 느껴졌던 건 댈러스 위브의 ‘스톡홀름행 야간비행’이었다. 이 소설을 표현하기에 있어 가장 정확하고 적합한 단어는 ‘기괴함’인 것 같다. 내가 지금 무엇을 읽고 있는지, 작품 속 주인공은 무엇을 위해 이렇게까지 하는지 읽는 동안 계속 충격을 받았던 것 같다. 담담하지만 직접적인 표현이라고 해야 하나? 무겁지 않은 문장들의 나열이 한없이 기괴한 내용을 담고 있다고 느껴져 오히려 무섭게 다가왔다. 나의 상상과 가치관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주인공의 뒤틀린 욕망이 너무나 기괴했다.


이 와중에 주인공의 감정선이 격하지 않았다는 것이 작품을 더욱 신선하게 했다고 생각한다. 욕망을 채우기 위해 아등바등 애쓰고 감정을 크게 표출했다면 이 정도의 충격은 아니었을 것 같다. 내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는 ‘이 정도는 포기할 수 있지’라는 태도가 당연한 것처럼 자연스러운 생각에 소름이 돋았다. 더욱 무서웠던 건 이 기괴함이 어딘 가에서는 실제로 일어나고 있을 법한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때론 현실이 드라마보다 더 드라마같은 일이 벌어진다고 하는데, 이 소설의 내용이 그런 생각을 들게 했다.

 

소설의 첫 페이지에서 화자가 얘기하는 내용은 점차 이야기가 전개되면서 한 겹 한 겹 벗겨지는 듯 진실이 드러난다. 수미상관의 구조처럼 시작과 끝이 자연스럽게 연결이 되는데, 처음 내용과 결말에 다다랐을 때 받아들이는 느낌은 정말 달랐다. 주인공의 상황이 어떤 상태인지 그리고 그 상황이 되기까지 어떤 과정을 거쳤는지 알게 되면 처음 부분이 아주 달라 보이게 되는 그런 형태였다. 이 소설은 아무런 정보 없이 딱 마주했을 때 충격적인 느낌을 한층 느낄 수 있을 것 같아 내용은 담지 않으려고 한다. 가급적이면 준비 없이 소설을 읽어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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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래도 단편이다 보니 어떤 내용을 말하고 있는지, 은유에 빗대어 서술하고 있지는 않을지 고민하면서 읽으려고 시도를 했는데, 꽤나 놀라운 일들이 펼쳐지는 것을 보고 ‘우선 작가가 그려낸 장면을 추측 없이 의도대로 읽어 보자. 이해되지 않으면 다시 읽으면 되고, 그래도 이해되지 않으면 단편이 끝날 때마다 쓰여 있는 작품 평가를 보자.’ 하고 생각했다.

 

위에서도 언급하기는 했지만, 솔직하게 몇몇 작품들은 한번 읽었을 때 무슨 내용인가 싶은 부분도 있었다. 결말에 왔을 때가 되어야 '아 이런 내용인가?' 싶기도 했다. 그럴 땐 단편이 하나 마무리되면서 등장하는 작품 평가를 참고했다. 이 책을 좀 더 빛내게 해주는 부분이 작품 평가라고 생각이 들 정로로, 이렇게 소설에 대한 내용을 얘기해 주고 정리해 주어 다행이라는 생각까지 들었다. 처음 책을 읽기 전 감성적일 거라는 기대와는 달리 뒤통수 맞은 듯 얼얼한 충격을 안겨주는 내용이 많았지만 오히려 신선한 환기를 시켜주는 것 같아 마음에 들었던 책이었다.

 

 

[곽미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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