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하이틴’하면 어떤 단어들이 떠오르시나요? [드라마/예능]

하이틴 (high teen) ; 10대 후반의 나이. 또는 그 나이의 남녀.
글 입력 2021.12.17 0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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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히 숨기게 되는 취향들이 있다. 나의 경우 하이틴 영화와 드라마를 즐겨보는 내 취미를 다소 부끄러워한다. 하이틴 드라마에는 새드엔딩이 없다. 늘 전개도 비슷해 마음을 졸이며 볼 필요가 없다. 마음이 요동치는 날에는 아무 생각 없이 하이틴 장르의 작품을 고른다. 익숙한 배경과 농담, 뻔한 스토리를 멍하니 보다 보면 안정감이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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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 클루리스 (하) 퀸카로 살아남는 법

 

 

하이틴 장르를 이렇게나 좋아하지만, 내 취향을 잘 말하지 않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


‘하이틴’하면 어떤 단어나 장면들이 떠오르는가. 운동팀이나 치어리더, 분홍색, 그리고 영 느끼하고 오글거리는 대사까지. 보통 사람들은 하이틴을 이런 이미지로 기억한다. ‘클루리스(Clueless, 1995)’와 ‘퀸카로 살아남는 법(Mean Girl, 2004)’, ‘가십걸(Gossip Girl, 2007)’은 대중에게 강력하게 각인되어 하이틴 장르를 향한 확고한 고정관념을 만들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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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 아이칼리 (하) 우리 가족 마법사

 

 

그러나 내가 좋아하는 하이틴 드라마들은 앞선 작품들과는 살짝 거리가 멀다. 시간이 흘러 상류층 학생들의 허황되고 극적인 사연을 담는 하이틴 드라마는 사라져갔다. 대신 디즈니 채널은 2006년 무렵부터 평범한 학교에 다니는 특별한 아이들의 이야기를 연달아 방영했다. ‘한나 몬타나(Hannah Montana, 2006)’와 ‘아이칼리(iCarly, 2007)’의 주인공들은 유명인이며, ‘우리 가족 마법사(Wizards of Waverly Place, 2007)’의 주인공 가족들은 마법사다.

 

한 차례 특별하고 유난스러운 청소년들의 이야기가 휩쓸고 지나간 후, 하이틴 장르에 금방 새로운 유행이 찾아온다. 여기서부터가 바로 내가 특히 좋아하는 하이틴의 시대이다. 이 시기의 하이틴 드라마들은 평범한 배경 속 평범한 주인공들의 특별한 가능성을 보여준다.

 

‘하이 스쿨 뮤지컬(High School Musical, 2006)’, ‘글리(Glee, 2009)’, 그리고 ‘빅토리어스(Victorious, 2010)’의 주요 인물들은 예기치 못한 사건으로 처음 무대에 서게 된다. 그렇게 음악의 재미를 알게 되고, 자신도 몰랐던 의외의 음악적 재능도 발견한다. 그들은 새로운 꿈과 도전을 이어가며 열정을 키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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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 하이스쿨뮤지컬 (하) 빅토리어스

 

 

우선 이 세 작품은 내내 음악과 무대를 상당히 많이 보여준다는 점에서 나의 점수를 많이 얻었다. 시도 때도 없이 노래를 부르는 등장인물들을 보며 한때 잠시 뮤지컬 배우를 꿈꾸기도 했다.


세 드라마 속 인물들은 지속적인 경쟁 상황에 놓인다. 공연은 하나, 배역도 하나인데 그 자리를 원하는 사람은 둘 이상인 경우가 문제이다. 빛나는 순간을 위해 가까운 친구와의 경쟁도 불사해야 한다. 누구 하나 포기하지 않는 쟁쟁한 대결이 이어진다.

 

‘글리’ 중 레이첼과 커트가 같은 배역을 놓고 오디션을 보는 에피소드가 있다. 자존심도 자긍심도 강한 두 인물은 지나친 욕심과 긴장감으로 인해 공연장 밖에서도 서로를 공격하기 시작한다. 예상할 수 있겠지만, 두 사람은 일련의 사건을 겪으면서 곧 서로를 이해하고 껴안으며 화해한다. 그리고 오랜 시간이 지나, 절대 BFF(Best Friends Forever) 수준으로 가까워질 수 없을 것 같은 두 사람은 타지에서 룸메이트가 되어 서로의 기둥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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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리

 

 

세 작품에는 영원한 실패나 영원한 갈등이 없다. 모닥불 주위로 튀어 오르는 불똥처럼 작은 실패와 갈등이 쉼 없이 이어지지만, 그건 더 큰 불꽃을 만들기 위한 고통에 불과하다. 인물들은 세상이 쏟아붓는 역경들을 이겨내고 보란 듯이 원했던 바를 이룬다.


이제 언제나 하이틴 장르의 작품들을 ‘당연히 잘 풀리겠지’하는 가벼운 마음으로 시청한다. 그러다 보면, 역시 인물들은 언제 포기하고 낙담했냐는 듯 각자의 해피엔딩으로 달려가고 있다. 그들의 노력은 화면을 뚫고 나와 나에게 긍정과 성공의 에너지를 준다.


그래서 나는 두려움이 밀려올 때나 복잡한 생각을 없애고 멍하니 있고 싶을 때 하이틴 작품을 찾는다. 희망, 음악, 도전, 극복 그리고 친구들. 이런 말들이 바로 내가 ‘하이틴’에서 떠올리는 단어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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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 워크 잇 (하) 채울 수 없는

 

 

최근 넷플릭스의 등장으로 하이틴 장르에 다시 한번 큰 변화가 일었다. 그 유명한 ‘오티스의 비밀상담소(Sex Education, 2019)’는 청소년의 섹스 이슈를 솔직하게 다루는 동시에 성교육 효과까지 챙긴다. ‘채울 수 없는(Insatiable, 2018)’은 외모 강박과 식이 장애에 시달리는 주인공을 유쾌하고 매력적인, 그리고 공감 가능한 캐릭터로 그려낸다.


이전처럼 완전히 예측이 가능한 하이틴 작품들도 여전히 많다. ‘톨 걸(Tall Girl, 2019)’, ‘하이 스쿨 뮤지컬: 더 뮤지컬: 더 시리즈(High School Musical: the Musical: Series, 2019)’ 그리고 ‘워크 잇(Work it, 2020)’은 모두 자신의 능력을 과소평가했던 주인공이 주변의 애정을 통해 성장하는 이야기이다.


하이틴의 유행은 이렇게나 자주 바뀐다. 그러나 그 와중에도 해피엔딩의 틀은 절대 변하지 않으며, 대부분 촌스럽게 시대를 회귀하지도 않는다. 하이틴 장르의 작품들은 늘 사회에서 가장 개방적인 사고를 하는 계층인 청소년들의 시각에서 어른들의 고정관념이나 차별의 시선을 배제하기 위해 노력한다.


나는 이런 이유로 하이틴을 좋아한다. 이 글을 읽은 사람들에게는 이제 당당하게 나의 취향을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하이틴의 세상은 쉼없이 새로운 모습으로 변모하는 동시에 견고하고 뻔한 행복의 틀을 가지고 있다. 난 아주 오래, 절대 ‘틴(teen)’이라고 우길 수 없는 나이가 될 때까지, 여러 작품을 보며 하이틴의 세상을 만끽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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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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