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뜬구름 잡으며 살아요 [사람]

낯설게 보면 세상은 희한한 것 천지
글 입력 2021.12.06 2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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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삶은 아주 종종에야 흥미롭다.

 

뽈뽈 다녀도 누빌 공간은 한정되어있기 마련이고 마주하고 볼 만한 것들도 거기서 거기다. 인생이 들쭉날쭉 오르락내리락한다지만, 대개 우리의 일상은 지극히 평범하고 일상을 이루는 모든 게 당연하다. 여행을 가든, 운명적인 만남을 하든, 헤어지든, 비일상적인 일들이 어쩌다 한 번 있을 뿐이다. 그래서 권태롭고 또 지루하다.


권태는 무기력이다. 뭘 해도 변하지 않을 것 같은 거대한 일상 앞에서 우리는 의지를 잃기도 한다. 재미가 없다. 재미를 찾으려고 뭘 해봐도 그게 결국 다시 일상이 되어 새롭지 않다. 권태의 굴레로 이어진다. 그 굴레에서 벗어나려면, 어쩌면, 일상을 전복시켜야 할지도 모른다. 일상의 모든 게 늘 새로워야 한다.

 

시는 아주 자주 흥미롭다. 김광균은 길을 한줄기 구겨진 넥타이로(추일서정) 보았으며, 복효근은 지저분하게 지는 목련을 사랑의 증거로(목련 후기) 보았으며, 백석은 잘려나가는 머리카락을 눈물방울로(여승) 보았다. 언어의 행색이 희한하다. 곧이곧대로 보지 않고 굳이굳이 비틀어 보는 게 시인의 천성인가보다. 그게 시가 주는 빈번한 흥미의 기원인 것 같기도 하다.

 

인간의 대부분의 행동과 생각이 정의되어왔듯, 이런 천성도 ‘낯설게하기’란 이름으로 개념화되었다. 우리에게 지극히 당연하고 일상적인 것들은 당연하고 일상적인 방식으로 지각된다. 여기서 고개를 뒤집어 보든 곁눈질하든 모든 방법을 총동원해서 당연하고 일상적인 것을 ‘낯설게’ 바라보면 그것은 당연치 않고 비일상적인 지각으로 이어진다.

 

시인은 못되고, 시 애호인 정도로 스스로를 규정해볼 수 있을 듯하다. 사실 시 애호인이란 말도 과하긴 하지만, 어쨌든 그렇다. 그래서 시인의 천성을 따라 해보고 싶었다.

 

생각해보니 여태 해온 뜬금없는 망상과 몽상을 밖으로 꺼내기만 하면 되는 일이었다. 그래서 나는 습관성 뜬구름 잡기로 거듭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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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개 낀 날 보는 가로등은 민들레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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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리된 토마토와 가지. 설익은 토마토는 죽어있고, 말라 비틀어진 가지는 목숨을 부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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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은 가장 녹슬지 않은 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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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란?

 

 

낯설게 바라본 모든 것들은 엄청난 상상력과 서사로 이어졌다기보단 생각의 파편들로 남았다. 하지만 삶을 이루는 게 순간과 편린이니 삶을 전복시켜 바라본 셈 치기로 했다. 별 것 없다. 그냥 보이는 걸 생전 처음 보는 듯이 바라보면 즐겁다. 가로등이 꽃이 되고 꽃이 계란이 된다. 다 뜬구름 잡는 얘기다. 그렇다고 이미 가라앉은 구름에 앉아있을 순 없는 노릇이다. 권태보단 생면부지의 연속이 좋다.

 

 

[김가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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