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나의 직업을 고를 기준 - 인생 첫 알바; 공연장 안내원

글 입력 2021.11.29 1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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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2021년 12월을 눈앞에 두고 있다. 정말 "연말"이다. 17년도 11월, 이 맘때 수능이 끝나고 열심히 여기저기 놀러 다니고 뮤지컬을 보러 서울에 가기 바빴는데, 벌써 4년이 흘렀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 취업을 준비할 시기라는 것도 말이다.

 

요즘 내가 무슨 일을 하면서 살아갈지 고민을 무척 많이 하고 있다. 조바심이 나지만, 그럴수록 천천히 가라는 말이 있듯이 그동안 내가 거쳐온 자리들을 돌아보며 나의 직업을 고를 때 무엇이 중요할지 생각해보고자 한다.

 

내가 좋아하고 잘 해내는 것을 찾아보고 얼마나 오래 걸릴지 모르는 취업 준비의 시작을 기록한다.

 

 


잘 가, 내 첫 알바; 서비스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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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새내기 때부터 했던 알바를 그만두었다.

 

내 인생 첫 알바이자 착하디착한 많은 사람들을 만날 수 있게 해준 곳이었다. 공연을 좋아하는 학생으로서 할 수 있는 최고의 알바는 공연장 안내원이라고 생각했고, 여기저기 학교와 집 근처에 있는 공연장 여러 군데에 서류를 넣어보았다. 인천과 서울을 오가는 통학 생활을 하다 보니, 학교 근처 뮤지컬 전용 극장에서 면접까지 보려고 했지만, 너무 멀고 늦게 끝난다는 부모님의 반대로 내 로망은 끝나버리고 말았다.

 

사실 인생에서 일해본 적도 없는 갓 스무 살인 나를 뽑아주는 극장이 있을까 걱정하던 중, 인천에 있는 공연장에서 일하게 되었다. 새로 개관하는 곳이었고, 안내원 교육으로 처음 만난 사람들은 정말 활발하고 멋진 사람들이었다.

 

동갑은 한 명이었고 다들 나보다 나이가 많은, 인천에 있는 대학교의 학생들이라 초반엔 그들의 기운에 많이 눌리기도 했다. 소중한 동갑 친구와 함께, 그리고 착한 언니들과 함께 알바를 해나가다 보니, 벌써 난 4학년이 되었고 개인적인 사정 때문에 그만두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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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00석 대극장, 클래식에 최적화된 극장에서 햇수로 4년째 일하면서 다양한 장르를 접할 수 있었다. 관객들을 보느라 온전히 공연을 즐길 수는 없었지만, 클래식, 피아노, 발레, 성악, 오페라, 콘서트 등 다양한 장르의 공연예술을 만나면서 색다름을 많이 느꼈다.

 

기존에 내가 좋아하던 뮤지컬과 달리, 온전하게 악기의 소리에 집중하면서 풍부한 감상을 느끼는 장르를 옆에서 간접 체험하고, 창법이 다른 성악가들의 울려 퍼지는 소리를 들으며 예술에 대한 사랑도 많이 커진 것 같다.


뚝딱거리는 로봇 같은 내 성격에 웃으면서 친절하게 관객들을 맞이하고 응대하는 서비스업을 처음으로 하다 보니, 처음엔 얼마나 떨렸는지 모른다. 객석에서 공지사항을 이야기하던 도중, 많은 사람들의 눈이 나에게 향하는 걸 느끼고 버벅거리다가 도망치듯 뒤로 빠져나와 숨고 싶었던 기억도 아직 생생하고 능숙하게 이야기하는 안내원 언니들을 보며 참 그 성격을 닮고 싶다고 생각하기도 했다.


그리고 정말 다양한 성격의 사람들을 만나면서, "이렇게 말도 안 되는 핑계와 변명거리를 대며 막무가내로 상대방을 대하는 사람들도 클래식 공연을 보러오는구나!" 느끼기도 했다.

 

이와 반대로 공연이 끝나고 "감사합니다. 안녕히 가십시오" 고개 숙여 인사하면, 간간이 받아주시는 관객들 덕분에 뿌듯하기도 했다. 누군가가 인사를 받아주고 감사하고 수고했다고 말씀해주시는 것이 서비스업을 계속 이어나갈 수 있는 원동력이라고 한다면, 나도 동의할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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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알바를 하면서 가장 좋았던 점은 같이 일하는 식구들이었다. 평생 지켜나가고 싶은 언니, 친구, 동생들을 사귀게 되었고 그들 덕분에 나의 성격도 조금 더 쾌활해지고 일상에 웃음을 띠는 매력을 갖기 위해 노력할 수 있었던 것 같다.

 

공연 시작 전, 안내원들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공연을 준비하는 시간이 가장 좋았고, 여러 포지션에서 다양한 안내원분들과 일하면서 친해질 수 있었기에 코로나 19로 공연이 거의 없었던 작년에 들어온 안내원분들과 비교적 친해질 수 없어 아쉬운 마음이 컸다. 학교에서도 크게 동아리 활동을 적극적으로 하지 않았기 때문에 내가 성인이 되어 친해지게 된 사람들의 대부분이 여기 아트센터 식구들이다. 그러면서 나에게 참으로 사람 복이 많음을 느낄 수도 있었다.


내 인생 첫알바로 예술계와 서비스업을 이렇게 간접으로나마 체험해보면서 이것보다 더하게 영업활동을 한다든지, 사람에게 스트레스받는 일은 하지 않겠다고 다짐하게 되었다. 이렇게 다짐했다고 해서 내가 절대 이 일을 너무 나쁘게 부정적으로 보지는 않는다는 것을 말하고 싶다. 감정 소모만큼 얻을 수 있는 행복도 있고 부수적인 장점들도 있지만, 관객들의 컴플레인을 책임지고 하루 공연 시간 동안 경계하면서 이를 지켜야 한다는 책임감이 개인적으로 더 컸다. 관객으로서 객석에 앉아 2시간 남짓의 공연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이제껏 많이 느껴왔기에, 티켓값과 시간, 노력 등 관객이 들인 비용에 비해 뒤처지지 않는 서비스를 해야 한다는 생각이었다.


거기에 내가 완벽히 맞는 사람도 아니었고 내가 예술을 오랫동안 사랑할 수 있을 방법은 온전히 관객으로서 비용을 지불하고 자유롭게 향유하는 것이지, 직접 관여해 예술작품을 느끼는 것 이외의 부수적인 것들을 따지고 스트레스를 받는 것이 아니라는 결론을 지었다. 적어도 나에게 '덕업일치'는 맞지 않았다. 내 첫 번째 알바를 통해 이러한 깨달음을 얻었고, 무엇보다 오래 이어나가고 싶은 소중한 사람들을 얻었다는 것. 이게 가장 큰 수확이자 행복이라고 말하고 싶다.

 

그리고 그들과 이야기하면서 진짜 나에 대해서도 찾을 수 있다는 점, 소통을 통한 자기 계발이 가능하다는 점을 깨달으면서 어떤 직장에서의 동기와 같이 일하는 사람이 나에게 끼치는 영향이 생각보다 커서 이를 직업 선택 시 중요시해야 할 기준임을 새로 새겼다.

 

 

[이수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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