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2021년, 휴학하고 인턴하겠습니다. - 3분기

글 입력 2021.11.26 1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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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회사를 출퇴근한 지 7개월 차가 되었다.


작년 겨울부터 인턴을 해야 할 것만 같다는 의무감에 계속해서 지원했지만, 서류부터 버려졌던 탓에 자포자기 심정으로 마지막 서류를 보내고 개강을 맞이했다. "휴학하고 인턴할거야"라는 다짐은 수포로 돌아갔다고 생각했던 게 벌써 8달 전이라니 믿기지 않는다. 1년을 분기별로 나누어 그 다짐을 이뤄나가는 과정을 담아보려고 한다.


[에세이] 2021년, 휴학하고 인턴하겠습니다. - 2분기

 

 

 

2021년 3분기는 평행 구간



힘겹게 버티면서 인턴 생활을 이어나갈 수 있었던 가장 고마운 존재에 대해 3분기 즈음에는 꼭 말하고 싶었다. 내가 나부랭이라고 느껴지던 순간마다, 담담하게 받아들이고 내가 온전히 나일 수 있도록 옆에서 지켜준 인턴 동기 언니가 있었다.

 

내가 일하고 있는 곳은 2명의 인턴을 뽑는 지점이라 첫날부터 함께 밥을 먹고 일하면서 지내게 되었는데, 거의 1년을 함께 밥을 먹는 식구로 지내면서 언니에게 말할 수도 없을 만큼 많이 의지했다. 특히나 3분기는 인턴업무를 연장해서 12월까지 할지 여부를 결정하고 심사를 받는 시기였는데, 언니가 그만둔다고 했다면 나도 따라서 그만뒀을 정도로 언니가 내 인턴 생활에서 없어서는 안 될 존재였다.


서투른 나의 행동에도 언니는 항상 웃으면서 대해주었고, 시답잖은 이야기에도 공감하며 내가 속상하거나 기분이 안 좋은 일이 일어난 날이면, 더 먼저 화내주고 나의 구분을 풀어주기 위해 노력하고, 선물과 편지로 나를 위로해주었다.


처음으로 학생이 아니라 직장인으로서 사회생활을 하면서 어려웠던 부분들을 언니에게 털어놓았던 적이 기억난다. 사실 이런 고민을 누구에게 말하는 걸 꺼리기에 말을 꺼내는 것조차 힘들었지만, 누구보다 나의 상황을 잘 알고 공감해주고 정확한 답을 내려줄 수 있는 존재가 언니였기 때문에 고민을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언니는 내가 겪고 있는 슬픔 감정들이나 복잡한 마음들을 정리하고 해결해나가는 데 큰 도움을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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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이 트이는 날씨 좋은 공원

 

 

직장에서 느끼는 사소한 차별과 부족한 일 처리에 대한 속상함에 공감할 수 있는 사람은 언니뿐이었기에 언니와 깊은 대화를 나누면서 위로를 받았다.

 

이런 속사정을 잘 이야기하지 않는 성격이지만, 내가 편하게 이야기할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언니의 표현이나 모습 덕분에 누군가와 이야기를 하면서 나의 마음을 풀게 된 소중한 경험을 하게 되었다.


여기서 나를 이해해줄 수 있는 유일한 존재로, 나의 이야기에 공감해주면서 내가 이상한 게 아니고 당연히 환경이 변했고 이전의 것들과 다르니까, "처음이라" 그런 거라고 북돋아 주었다.

 

그리고 약간은 고집이 센 내가 일하는 방식을 존중해주고 좋다고 칭찬해주며 따라줘서 너무나 고마웠다. 그런 사람이 내 인턴 동기여서 너무나 행운이었고, 이렇게 본받을 점이 많은 언니를 만나기 쉽지 않은데 나는 역시 사람 복이 많음을 느끼기도 했다.


조금 더 먼저 살아본 언니의 인생에 비해, 나는 되게 어렸고 서툴게 사람을 대하는 부분이 많았다. 어리다고 낮게 보는 것이 아닐까 걱정하면서 괜히 어른인 척 인정받기 위해 경계하고 긴장했던 내 모습도 부족한 점이 아니라고 받아들였다.

 

그렇게 내 방식대로 서서히 사회생활을 해나가기 위해 노력하는 그 자체를 스스로 인정하면서 자존감을 채워나갈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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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르디 푸른 8월의 가로수

 

 

사실, 3분기에도 특히 8월엔 힘든 구간이 많았다. 하지만 이런 시기를 지나면서 내가 왜 힘들어하면서 겉에서 보기엔 평화로워 보이는 인턴 생활에서 마음속으로 치열하게 싸우고, 짜증도 내며 눈물 흘렸는지 그 이유를 깨달을 수 있었다.

 

4~6월은 처음 겪는 그 상황 자체에 적응하기 위해 애썼기에 깊은 생각을 할 틈도 없이 그냥 찝찝한 마음으로 눈을 감기에 바빴고, 그렇게 시간을 보내고 9월 정도가 되어서야 되돌아보면서 내가 많이 힘들었던 그 감정의 시작으로 거슬러 올라갈 수 있었다. 그리고 마음을 해소하고 나를 응원하는 사람들의 소중함을 느낄 수 있게 되었다.


3분기를 겪고 있을 때는, 도저히 여기에 적응할 수 없겠다고 절망하고 굽이굽이 자꾸 휘어지는 곡선을 지나고 있다고 느꼈다. 멀미가 날 정도로 하강과 상승을 반복하는 롤러코스터 말이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돌아보니 이것저것 일을 하면서 여기 분위기에 적응하고자 노력했던, 그래서 적응해 가는 듯한 3분기였다.

 

그사이에 소중한 사람을 얻어 웃을 수 있었다.

 

 

[이수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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