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그래서 다들 사진전에 가는 건가봐 [전시]

글 입력 2021.11.12 1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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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6월 23일부터 전시가 시작된 '요시고 사진전'에, 나는 무려 10월 마지막 날이 되어서야  다녀 왔다. 한창 여름에 인스타그램 여기, 저기서 정말 많이 보이던 사진전이었기에 나도 한 번 가보고 싶었고, 과제와 수업에 지쳤던 나는 중간고사를 끝내자마자 무작정 친구를 데리고 요시고 사진전에 갔다.

 

부끄럽지만, 사진에 관하여 정말 무지했던 나와 친구가 요시고 사진전에 가며 나눴던 대화가 떠오른다. 우리 둘은 요시고가 어느 나라 사람인지도 몰랐고, 그 이름만 듣고는 '일본 사람인가?' 싶었다. 사진전에 입장하고 설명을 찬찬히 읽어 본 뒤, 요시고 사진작가는 스페인 사람이라는 것을 알고 충격을 받았더랬다.

 

이만큼 사진에, 전시회에 일가견이 없던 나였기에 사진전 티켓을 받고 나서도 사실 '내가 이 사진전을 잘 즐길 수, 느낄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줄곧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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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티켓이 예뻐서 일단 기분이 좋았다!

 

 

사진전은 건축, 다큐멘터리, 풍경 이 세 가지 섹션으로 나누어져 있었고 내가 맨 처음에 보았던 사진들은 '빛'을 이용한 건축물들의 사진이었다.

 

 

 

나도 사진으로 힐링해 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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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과 건축과 관련된 많은 사진이 있었는데, 그 중 나는 아홉 장의 조그마한 사진들이 전시되어 있는 이 섹션에 말 그대로 좋은 '충격'을 받았다.

 

한 장, 한 장 사진들을 곱씹어 보았다. 도대체 어떻게 이런 구조를 포착하여 사진을 찍을 수 있는 것인지, 어떻게 사진 한 장으로 '내가 저 곳에 가서 직접 보는 풍경보다, 이 사진이 더 아름다울 수 있겠다.'라는 생각을 하게 하는 것인지 등의 생각이 나의 머릿속을 둥둥 떠다녔다. 내가 처음으로 사진을 나의 마음에 '머금어' 본 것이다.

 

사실, 사진전을 특히 가기 꺼려했던 이유는 다른 사람들에게 큰 영감을 주는 사진에서 나는 아무 것도 느끼지 못하면 어떡하나 라는 생각 때문이었던 것 같다.

 

시간을 내서, 사진전이 열리는 장소에까지 갔는데 아무런 '힐링'도 하지 못하고 오면 상심이 클 것 같았다.

 

그런데, 거의 10분 동안 저 사진 앞에 서서 사진을 감상하는 것은 말 그대로 정말 '힐링'이었다. 내가 사진전에서 사진을 '감상'하며 사진으로 힐링을 하다니. 나에게는 정말 놀라운 경험이었다.

 

 

 

플로리다 바다 앞의 의자에 앉아 있는 나를 상상하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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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큐멘터리' 파트에서, 인상깊었던 사진들 중 하나이다. 미국 플로리다의 풍경을 담은 사진인데 마치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적막해보이는 의자 뒤에 파스텔로 마무리한 멋진 풍경화 같은 바다가 배경을 꽉 채워 주고 있다.

 

저 의자에 앉아서 플로리다의 바다를 바라본다면 나는 그 때 어떤 감정을 느끼게 될까. 나아가, 일상을 살아가며 나는 '플로리다의 바다를 마주한 나'를 상상해 볼 겨를이 얼마나 있었던가.

 

사진은, 내가 전혀 해 보지 않은 다채로운 생각을 당연한 과정처럼 해 보도록 만드는 듯 싶다. '이래서 사진전에 오는 건가 보다.' 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내 유년 시절도 이렇게 아름다웠겠지, 그리고 지금은 미래의 나의 유년 시절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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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전의 마지막 섹션은 '풍경' 이었다. 스페인에서 제일 가는 휴가지인 산 세바스티안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요시고는, 아이들이 바닷가에서 신나게 노는 풍경을 담았다. 

이름도, 국적도 모르는 아이들의 사진이지만 보는 내내 흐뭇한 미소가 지어 졌다.

 

누군가의 유년시절을 담은 사진은 햇빛 따스한 날의 노곤한 햇살 같은, 따뜻한 힘이 있는 것 같다.

 

유년시절을 그리워하는 감정은 누구나 공감할 감정이지 않을까 생각된다. 하지만 지금의 우리는 누군가의 유년 시절일 테고 지금의 우리의 때가 누군가에게는 돌아가고 싶은 때일 것이다.

 

20대가 보기엔 10대가, 30대가 보기엔 20대가, 80대가 보기엔 70대가 '돌아가고 싶은 날들, 젊었던 날들'이다. 그렇다면 우리의 삶을 유년의 합이라고 부를 수도 있지 않을까.

 

 

 

그래서 다들 사진전에 가는 건가봐!


 

요시고 사진전에서 많은 사진들을 보았고, 그 많은 사진보다 더 많은 것들에 대하여 생각하였다. 누군가에게는 그저 지나칠 만한 풍경이, 사진을 찍는 이들에게는 곧 삶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찰나의' 순간이 '영원한' 아름다움을 갖는 것이 이 이유에서가 아닐까.

 

영원함을 담고 있는 그 찰나를, 그 역설을 포착할 수 있는 사진작가 같은 사람이 되고 싶다.

 

 

[김민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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