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예쁘지 않아도 괜찮아 [도서/문학]

아직도 거울 앞에 앉아있는 당신에게
글 입력 2021.11.07 0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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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만족?



고등학교 때, 내가 다니던 학교는 특이하게도 외모를 규제하는 교칙이 하나도 없었다. 여학생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치마를 줄이고 화장을 했다. 계단을 오를 때면 치마가 말려 올라가 손으로 끌어내리면서도 박은 치맛단을 풀지 않았다. 여학생들은 그러고 다니는 것이 만족스럽다고 했다. 다른 학교는 하지 못하는 것들을 할 수 있으니 좋다고 했다.

 

한 친구는 눈병이 나서 눈이 빨개져서도 눈 화장을 했다. 나는 그때 화장한 눈 위에 쓴 안대가 멋지다고 생각했다. 용돈을 받으면 화장품에 모두 털어 넣었다. 점심을 굶고 대신 운동장을 걸었다. 늘 배고프다는 말을 달고 살았다. 밥 대신 바나나우유 하나로 때우곤 했다.

 

이게 정말 나의, 학생들의 자기만족이었을까를 생각해보게 된다. 지금 나는 화장기 없는 얼굴로 다니는 것이 익숙해졌다. 하지만 이따금 꾸미고 싶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아직도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 앞에 화장기 없는 얼굴로 서 있는 것이 부끄럽다고 생각할 때가 있다. 특히 애인과 만날 때면 화장을 하지 않고는 나갈 수 없다. 화장을 하면 평소에 입던 옷이 어울리지 않아 나풀거리는 원피스를 입고 나간다.

 

꾸미는 것이 오롯이 자기만족에 기인한 행동이라면 이런 부끄러움은 어째서 생겨나는 걸까?

 

 


성형강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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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형 강국이라고 불릴 만큼 우리나라는 성형외과가 성행한다. 본래 성형외과의 목적은 사고 혹은 선천적으로 생긴 기형을 고쳐주기 위함이다. 하지만 그런 목적으로 성형수술을 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나 역시도 성형수술을 했다. 눈을 뜨는 힘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안과에서 수술을 권하기도 했지만, 그 전부터 눈이 작다는 것은 내게 매우 큰 콤플렉스여서 꼭 성형수술을 하고 싶었다. 그래서 안과에서 성형을 권했을 때, 나는 덥석 그 기회를 잡았다.

 

수술 후에 만족했냐고 하면 아니라고 하겠다. 이곳저곳 부족한 부분이 더 크게 보였다. 눈은 여전히 작고, 코도 낮은 것 같고, 광대도 너무 튀어나온 것 같고, 턱도 각진 것 같고.

 

이런 생각을 해본 것이 나뿐만은 아닐 것이다. 전 세계적으로 외모에 만족하는 여성의 비율이 매우 작다는 것을 생각해보면 오늘 길거리를 지나는 동안 마주친 누군가들도 그런 생각을 적어도 한 번쯤은 해보았을 것이다.

 



섭식장애



‘ㅇㅇ이는 살을 조금만 더 빼면(찌우면) 예쁠 것 같다.’ 이런 말은 여자라면 한 번쯤은 다들 들어보았을 것이다. 여기서 조금 더 들어가자면 ‘팔은 가는데 배가 조금 나왔네.’, ‘상체는 날씬한데 다리가 조금 통통하네.’ 등이 된다. 이런 말은 여성이 자신의 몸을 그대로 바라보지 못하게 한다.

 

우리나라 여성들은 과한 다이어트를 한다. 살을 빼기 위해 굶는다는 말은 이제 익숙하다. 음식을 씹고 뱉어버리는 일명 ‘씹뱉’이나 먹고 토하는 ‘먹토’도 그리 먼일이 아니다. 그런 일을 반복하다 보면 음식이 괴물 같아지는 순간이 온다. 아무리 말라도 만족할 수 없다. 그러면 언젠가부터 섭식장애가 슬쩍 내 머릿속에 자리를 잡은 것이다.

 

섭식장애는 매우 위험하다. 죽음까지도 이를 수 있는 질병이기 때문이다. 말 그대로 ‘장애’이다. 정상적인 사고를 하기가 어렵다.

 

섭식장애 환자의 10의 8은 여성이라고 한다. 그중에서도 20대 여성만 환자 수의 약 20%, 20대와 30대 여성을 합친 수는 약 35%에 해당한다. 이것이 사회가 여성에게 가하는 폭력이 아니면 뭐라고 설명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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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은 아름다워야 한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아름다움이 여성이 향유할 수 있는 권리인 양 떠들어대었던 때가 있었다.

 

대다수의 여성이 그 말을 맹신했고, 이상적인 아름다움에 대한 저마다의 기준을 가지고 거기에 맞추기 위해서 부단히 노력했다. 아름다운 연예인들, 넘쳐나는 성형외과 광고, 유튜브 등. 이 세상에는 여성에게 아름다움을 강요하는 것들이 너무나도 많다. 그럼에도 우리는 아름다움이라는 말에서 빠져나와야 한다.

 

우리는 거울 앞에서 시간을 보내기에는 할 일이 너무 많다. 그러니 거울 앞에서 벗어나자. 책에서 말했듯이 내 몸을 기능적인 면에서 바라보도록 노력한다면 아름다움이라는 말은 더는 속박이 아닐 것이다.

 

 

[정혜원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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