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착한 동물들은 인간으로 환생한대 [만화]

글 입력 2021.11.04 1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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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나쁜 개는 없다'. TV 프로그램의 제목이지만, 이 문장 중 단순히 TV 프로그램이기 때문이기에 비틀거나 과장한 내용은 그 어디에도 없다고 생각한다. 명확하고 확실하고 정확하다. 세상에 나쁜 개는 없다. 반려동물을 한 번이라도 곁에 두었던 사람들이라면 이해할 것이다. 사랑으로 가득 찬 반려동물의 눈빛은 언제나 자비로웠다. 마치 천사와도 같다.


하지만 천사와도 같은 반려동물이라고 해도 그들은 영적인 존재가 아닌 살아있는 확실한 생명이다. 언젠가 그 생명이 끝을 마주하게 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슬프게도 그들의 시간은 인간의 시간보다도 훨씬 빠르게 흐르고, 우리는 결국 곁에서 그들의 마지막을 지켜보는 수밖에 없다.


인간 세계를 떠난 그들의 영혼은 어디로 가게 되는 것일까. 분명 착하고 맑은 아이였으니 천국에 가서 좋아하는 간식을 잔뜩 먹을 것이라고 믿는다. 하지만 사실, 그들이 마무리한 삶 이후의 모습이 단순히 천국에 가는 것으로 끝이 아니라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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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생 동물학교'는 착하게 산 사랑스러운 동물들이 또 다른 삶을 준비하기 위해 존재한다. 인간이 되기 위해 옹기종기 모인 아이들은 이곳에서 동물일 때의 습성을 버리고 인간으로 살기 위한 연습을 하게 된다. 참으로 고단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공이 던져지는 것을 보고도 물고 오면 안 되고, 상처가 나도 혀로 핥으면 안 된다니. 하지만 이 수많은 난관들을 잘 극복해내면 그들이 갖고 있던 꼬리는 어느새 사라지게 되고, 그때 그들은 비로소 인간이 될 준비가 마쳐진다.


하지만 AH-27반에는 동물의 습성을 버리는 것 외에도 하나 더, 그들이 인간이 되기 위해 준비해야 하는 것이 있었다.


AH-27반은 아직 많은 것이 어리바리한 신입 인간 선생님이 맡게 되었다. 그곳에는 참 다양한 동물들이 있었다. 골든 레트리버, 고슴도치, 샴고양이는 물론이고 심지어 하이에나까지 있었다. 가만히 보면 전혀 공통점이 없는 것만 같은 동물들 뿐이다. 이들은 어쩌다가 '힘들다'라고 유명한 AH-27반으로 오게 된 것일까? 그들이 인간이 되기 위해 준비해야 하는 것은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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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의 공통점은 바로 '주인을 향한 사랑'이었다. 하이에나도, 고슴도치도, 고양이와 강아지도 모두. 남겨진 주인과의 작별인사를 할 준비가 되지 않았다. 즉 환생 동물학교는 그들이 AH-27반에서 서로와 함께 생활하며 서로를 위해주고, 각자의 주인들과 이별하는 법을 배우며 진짜 인간으로 거듭나기 위해 준비하는 과정을 담아냈다.


그렇다고 이 만화의 모든 내용이 주인과 반려동물에만 초점이 맞춰진 것은 아니다. 작가 엘렌 심은 그보다도 더욱 풍부하고 다양한 이야기를 이 AH-27반 친구들을 통해 전달하고자 했다. 위로가 되고, 포근해지고, 따뜻해지는 그런 이야기들을 말이다.

 

 

 

다른 것은 틀린 게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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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 왼쪽, 블랭키)

 

 

블랭키는 참 의젓하고 밝은 골든 리트리버다. 누군가를 챙겨주기를 좋아하고, 도움이 필요한 곳에는 먼저 나서서 도와준다. AH-27반의 신입 선생님은 블랭키를 보자마자 '반장 같은 아이'라고 생각했을 정도다. 그래서일까, 아직 인간이 될 준비가 되지 않은 AH-27반의 친구들은 공놀이를 사랑했으나 블랭키는 달랐다. 공을 던져도 달려 나가지 않고, 그저 바라보기만 했다. 다른 AH-27반의 친구들은 그런 블랭키를 보며 감탄했다.


알고 보니 블랭키는 공놀이를 살면서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었다는 사실에 AH-27반 친구들은 경악하게 된다. 그리고 블랭키를 위해 공놀이를 하게 되는데, 막상 공놀이를 하고 나서도 블랭키의 반응은 떨떠름하다. 즐겁다고 이야기하지만 어딘지 모르게 어색해 보이는 블랭키의 반응을 아키는 눈치챘다. 블랭키와 단 둘이 남게 되었을 때 아키는 묻는다.


"너 공놀이가 즐거워보지 않았어. 이유가 뭐야?"


이에 블랭키는 머뭇거리다가 이야기한다. 사실은, 공놀이가 즐겁지 않다고. 자신은 가만히 있는 것이 더욱 즐겁다고. 그리고 '강아지답지 않아서 이상하지?'라고 이야기하는 블랭키를 바라보던 아키는 이야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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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랭키는 강아지이기 이전에 블랭키였다. 아키는 블랭키를 강아지가 아닌 블랭키로 보고 그의 다름을 이해해주었다. 생각해보면 굉장히 당연한 이야기임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자주 이 사실을 잊고 산다. 우리 세상에서는 아직도 사람들을 성별로, 나이로, 인종으로 나누어서 바라보곤 한다.

 

그 수많은 편견들은 아직도 굳건히 자리 잡고 있다. 그 속에서 자신을 다른 사람들의 시선 속 틀에 가두고, 자신의 진짜 모습을 바라보며 '이게 이상한 것일까?' 고민하게 되는 사람도 분명히 존재할 것이다. 그리고 그 반대로 이상하다고 손가락질하기도 할 것이다.


그런 이들에게 아키는 다시 한번 소리친다.

 


"전혀 이상하지 않은걸?

우리는 모두 다르니까 각자 다른 걸 좋아하는 것은 당연해!

우리 같이 좋은 장소에서 가만히 앉아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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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노력을 폄하하지 마



환생 동물 학교라는 이름을 보고 우리가 오해해서는 안 되는 부분이 있다. 인간도 동물이라는 것이다! 이곳에는 인간으로 환생하기 위한 인간 외의 동물 친구들뿐만이 아닌, 인간 외의 동물로 환생하기 위한 인간들도 존재한다.


아키는 어느 날, 한 인간 소녀를 만난다. 아키는 그녀를 '물고기 친구'라고 부르게 되는데, 그녀는 물고기로 환생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었기 문이다. 하지만 치명적 이게도, 소녀는 물을 무서워한다. 매일같이 수영하는 법을 배우기 위해 노력하는데도 몸은 마음을 따라가기 벅차 하고, 주변의 친구들은 전부 물고기가 되어 환생했는데도 그녀 혼자 아직 학교에 남아있다. 그리고 물고기 친구는 그런 스스로의 모습에 물고기 친구는 점차 속상한 마음과 함께 주눅 들게 된다.


결국 아키를 보며 스스로에 대해 부정적이게 말해버리는 물고기 친구에게, 아키는 이야기해준다.



"노력은 비웃으면 안 돼, 물고기 친구!

물이 무서운데도 매일 저 물에서 연습했잖아.

그것만으로도 물고기 친구는 정말 멋지다고 생각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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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칠 때면 환생 동물학교가 어김없이 생각난다. 조잘거리는 AH-27반 친구들의 유치원 같은 아기자기한 이야기. 그런 그들의 따뜻하고 포근한 이야기. 그리고, 무사히 자신의 전 주인과 이별하고 앞으로 나아가는 이야기. 그들의 성장은 나의 하루를 위로해주고 나까지 성장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김혜빈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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